현대중공업이 조선경기 불황 여파로 해양플랜트 블록을 전문적으로 제작해온 울산시 울주군 온산읍 해양2공장(온산공장)의 작업을 중단한다. 국제유가 급락의 여파로 수주 물량이 줄어든 탓이다.

현대중공업은 4월부터 해양플랜트를 제작하는 해양2공장 작업을 중단할 예정이라고 22일 밝혔다.

해양2공장에서 조업중인 물량을 동구 해양1공장으로 옮기고, 해양2공장은 자재나 장비 적치 공간으로 활용할 예정이라고 회사는 설명했다.

해양2공장은 20만㎡ 규모로 300여명이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부유식 생산저장 하역설비(FPSO)와 LNG플랜트를 잇따라 제작했지만, 추후 물량을 확보하지 못했다.

해양2공장은 지난 2009년 이후 해양플랜트 수주량이 꾸준히 늘어나면서 해양플랜트 블록 물량을 인근 울산 방어진 1공장에서 감당하기 힘들어지자 2012년 11월 문을 연 20만㎡규모의 해양사업부 대표 공장으로, 한 때 1000명 이상이 일했지만 일감이 줄어 현재는 약 300명이 근무 중이다.

최근 호주 고르곤 LNG가 출항한 뒤 해양플랜트 수주가 끊긴 상태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초부터 올해 1월까지 골리앗 FPSO(부유식생산저장하역설비)와 Q204 FPSO, 고르곤 LNG플랜트를 잇따라 출항시킨 후 해양플랜트 추가 물량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온산공장 폐쇄에 따라 협력업체 직원들은 실직 위기에 놓였다. 협력업체 직원 240여명은 계약종료와 함께 일자리를 잃게 될 상황이다.

해양플랜트는 세계적인 경기 침체와 저유가로 오일 메이저들의 발주량이 급감하는 추세다. 여기에다 발주처로부터 인도 취소·연기가 잇따르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올해 해양·플랜트 수주계획을 지난해(69억5천만달러) 보다 무려 40%나 낮춘 42억달러로 책정했다. 거의 반토막이다.

지난해 해양 부문 수주량도 15억7천200만달러로 목표 대비 불과 29.7%에 그쳤고, 그나마 플랜트는 12억5천800만달러로 76.2% 수준이었다.

온산공장이 가동을 중단하면 울산 지역 경제도 타격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울산 내 현대중공업과 연결된 협력업체가 300여 곳에 이르기 때문이다. 이들 기업을 대상으로 매출을 올리는 자영업 등 서비스업종의 타격은 더 말할 것도 없다.

현대중공업 건설장비 분야 협력업체인 K사의 경우, 지난해부터 매월 적게는 1000만원, 많게는 2000만원씩 적자가 발생하고 있다. 일거리가 없는데다 도급 단가 인상도 연간 2~3%에 그치고 있는 데다, 협력업체가 현대중공업으로부터 받는 기성금(원청에서 공정에 맞춰 매달 지급하는 금액)도 반토막 나 회사의 존망이 목적에 닥친 것이다.

이에 아예 폐업을 하거나 휴업을 고민하는 곳도 부지기수로 늘고 있다. 지난해 8월 이후 울산지역에서 폐업한 조선협력업체는 모두 57곳. 지난 2012년 18곳에서 3배 넘게 늘었다.

현대중공업엔 약 2만 7,000여명에 달하는 직원이 근무하고 있으며, 계열사인 현대미포조선에도 약 1만 700여 명이 근무하고 있다. 울산 동구 전체에 끼치는 고용효과는 전체 인구인 18만 3,000여 명을 훌쩍 뛰어넘는다. 그러나 지난 2012년 총 매출 25조550억원, 2013년 24조2800억원, 지난해 23조4600억원 등 매출 규모가 해마다 소폭 줄어들고 있으며, 지난해에는 영업이익에서 사상 최대 규모인 1조9230억원의 손실을 기록하는 등 매우 어려운 상황에 있다.

최근 몇 년간 크게 오른 아프트 가격도 약세로 돌아선 데다, 원룸도 비기 시작했다. 인구와 산업이 유출하고 있는 것이다.

동구지역 부동산 관계자는 "현재 10곳 중 2곳은 비어있다. 요 근래 원룸 건축이 늘었기도 하지만 더 이상 사람들이 들어오지 않는다. 이 사람들이 빠져나가기 시작하면 원룸부터 직격탄을 맞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회사 관계자는 "해양2공장의 가동률이 낮기 때문에 1공장에 물량을 모아 처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