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나(24·비씨카드)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생애 두 번째이자 올해 두 번째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장타자인 장하나는 올해 초반부터 심상치 않은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전체 선수 중 가장 먼저 시즌 2승을 달성하며 기세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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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나는 6일(현지시간) 싱가포르의 센토사 골프클럽 세라퐁 코스(파72·6천600야드)에서 열린 HSBC 위민스 챔피언스 마지막 날 4라운드에서 이글 1개, 버디 6개를 쓸어담고 보기 1개를 곁들이는 맹타를 휘두르는 등 합계 19언더파 269타를 기록하며 2위 폰아농 펫람(태국·15언더파 273타)을 4타차로 따돌리고 완승을 거뒀다. 우승 상금 22만5천 달러도 손에 쥐었다.

하지만 장하나의 우승은 자신의 아버지와 연계된 전인지(22·하이트진로)의 부상 소식으로 인해 빛이 바래고 있다.

이는 이 대회에 출전하기 위해 함께 싱가포르에 도착했던 전인지(22·하이트진로)가 싱가포르 공항에서 장하나 아버지의 가방에 부딪혀 다친 탓에 기권했다는 소식이 알려진 데 따른 것이다.

사고 소식 자체보다는 그 이후에 보이고 있는, 진심어린 사과의 뜻을 표하지 않고 있는, 다친 전인지를 배려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장하나 측의 반응이 반감을 일으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주요 언론 보도에 따르면, 전인지는 HSBC 위민스 챔피언스 대회 참가를 위해 지난 1일 싱가포르공항에 도착했다가 에스컬레이터에서 미끄러진 가방에 다리를 부딪히는 사고를 당했고, 허리의 통증을 느낀 전인지는 대회 출전을 포기했다.

전인지의 매니지먼트사인 퓨처스 브라이트는 "이 사고로 전인지가 싱가포르에서 MRI 촬영까지 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이 가방의 주인이 공교롭게도 장하나 아버지였고, 고의적으로 다치게 한 것이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장하나의 매지니먼트사인 스포티즌은 "장하나가 공항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가던 중 신발 끈을 묶고 있었고, 이를 지켜보던 아버지가 잠시 한눈을 파는 사이 가방이 미끄러져 내려갔다"며 "당시 전인지에게 미안하다고 말하고 헤어졌는데, 대회를 출전 못할 정도였는지는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장하나 측은 "이후에도 전인지 가족을 만나 몇 차례 더 미안하다고 전했다"면서 "이번 일이 감정싸움으로까지 번진 것에 대해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전인지가 장하나 아버지의 가방에 부딪혀 다친 사실이 알려지면서 양측은 물론 온라인상에서 팬들의 비난 글도 쏟아지는 등 사태가 감정 싸움으로 불거지고 있다.

특히 장하나 선수가 우승 후 춤 세리모니를 한 것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커졌다.

이날 승리를 결정지은 후 장하나 선수는 기쁨에 겨워 흥겨운 어깨춤을 췄고, 뒤 이어 팬들을 향해 춤 세리머니까지 펼쳤다.

앞서 전날 3라운드에서 단독 선두로 나선 뒤 "내일 우승하면 특별한 세리머니를 펼칠 것"이라고 했던 장하나는 "그 내용은 비밀"라고 했었다.

그리고 우승 뒤 인터뷰에서는 "TV에서 비욘세의 춤추는 모습을 봤다"며 "(그의 히트곡인 '싱글 레이디스'에 맞춰) 춤을 따라 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 네티즌은 장하나의 세리머니 등에 대해 "한 선수 못나오게 하고도 춤 잘추고 잘 웃고 주먹 쥐고 세레모니 하고, 미안하다는 언급 한 번을 안한다"고 지적했다.

이 밖에도 "우리 선수가 우승했는데도 축하할 마음이 안드는 첫 사례라 당황스럽고 불편하다", "우승했는데도 아무도 축하 안해준다", "한국 선수 아무도 물 안뿌려주네", "우리나라 선수가 우승하고 동료 선수들이 아무도 축하해주러 달려 나오지 않는 우승자는 장하나가 처음"등의 글이 올라오고 있다.

전인지 선수의 부상이 실수로 인한 것일 수 있지만, 이후 장하나 측이 보여주고 있는 모습이 승자의 품격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한민국 야구대표팀은 지난해 제1회 '프리미어12' 4강에서 일본, 결승에서 미국을 꺾고 초대 우승팀에 등극하면서 승자의 품격을 보여준 바 있다.

한국은 4강전에서 '영원한 라이벌' 일본에 극적인 역전승을 거둔데 이어 이후 결승에서 승리할 경우 제1회 WBC에서 4강에서 일본을 이긴 뒤 LA 에인절스타디움 마운드에 태극기를 꽂았던 것처럼 도쿄돔에도 태극기를 꽂아 일본에 다시 한 번 치욕을 안겨줄 지에 대해 일본 측은 촉각을 곤두 세우고 있었다.

일본 야구의 상징인 도쿄돔에서 한국에 치욕적인 역전패를 당한 것도 모자라 마운드에 태극기까지 꽂힌다면, 일본으로서는 이보다 더 최악의 시나리오는 상상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한국대표팀은 우승 뒤 김인식 감독을 헹가래치고 기념촬영을 하는 정도로 세리머니를 마쳤다.

특히 태극기를 꽂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그라운드로 달려나가거나, 태극기를 들고 그라운드를 도는 세리모니도 펼치지 않아 너무 일본을 배려해준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왔다. 하지만 승자의 품격은 분명하게 지켰다.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는 삼성 라이온즈가 '패자의 품격'을 보여줘 찬사를 받은 바 있다.

당시 삼성은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 통합 우승 5연패를 노렸지만, 도박 파문을 일으켜 시리즈에서 제외됐던 주축 선수들의 공백 속에 완패해 아쉬움을 남겼다.

그러나 삼성 선수단은 덕아웃에서 나와 3루 관중석을 향해 감사의 인사를 표한 것은 물론 경기장을 떠나지 않고 3루 덕아웃 앞에서 일렬로 도열한 채 두산의 우승 세리머니를 지켜보며 승리를 축하해줘 한국시리즈에 우승한 이상의 메시지와 감동을 남겼었다.

삼성은 앞서 지난 2011년 아시아시리즈에서 일본시리즈 우승팀 소프트뱅크 호크스를 누르고 정상에 오른 바 있는데, 당시 소프트뱅크는 덕아웃 앞에 도열해 삼성의 아시아시리즈 우승을 축하해줬고, 이 모습에 깊은 인상과 감동을 받았던 류중일 삼성 감독이 선수단에 요구한 데 따른 것이었다.

당시 류 감독은 "그 모습이 정말 멋졌다. 눈물이 날 정도로 고마웠다"고 했다.

스포츠는 대체로 승자만을, 1등만을 기억한다. 하지만 그 승리가 명예로운 승리가 되기 위해서는 품격이 필요하다.

스포츠에서만이 아니라, 우리 인생에서도 마찬가지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