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중국의 경제적 영향력 확대를 억제하기 위해 주도하는 다자 경제 협력체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 장관급 회의가 26일(현지시간) 화상으로 개최됐다.
미국은 당초 이날부터 이틀간 로스앤젤레스(LA)에서 대면 회의를 추진했지만 일정 문제로 인해 화상 회의로 대체했다.
이번 회의는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과 캐서린 타이 미무역대표부(USTR) 대표 주재로 열렸고, 한국을 포함한 14개국 대표들이 참석했다. 한국에선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참여했다.
IPEF는 중국이 세계 최대 자유무역협정인 '역내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RCEP) 주도, 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인 일대일로(一帶一路) 사업 등을 통해 경제 영토 확장에 나서는 것에 대한 미국의 대항마 성격이 강하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5월 일본 방문 시 IPEF 출범을 위해 관련국 간 협의를 개시한다고 발표했는데, 이번 회의는 후속 조처로 장관급이 처음으로 머리를 맞댄 자리라는 의미가 있다.
IPEF에는 미국과 한국을 비롯해 일본, 호주, 뉴질랜드, 인도, 피지 등 7개국과,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10개국 중 브루나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싱가포르, 태국, 베트남 등 7개국이 동참했다.
장관급이 얼굴을 직접 맞대는 첫 대면 회의는 잠정적으로 9월 8∼9일 LA에서 개최하는 방향으로 추진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의는 각국 장관이 한 자리에 모여 IPEF의 본격적인 출범과 협상 개시를 알리는 계기가 된다.
이날 회의는 9월 대면 회의를 앞두고 세부 의제와 협상 범위에 대해 참여국의 의견을 수렴하는 성격이 강해 별도로 공동 성명은 발표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IPEF의 4대 의제로 ▲ 무역 ▲ 공급망 ▲ 청정에너지·탈탄소·인프라 ▲ 조세·반부패를 제시한 상황이다.
미국은 9월 대면 회의 때까지 참여국들과 실무급 논의를 계속해 세부 사항을 구체화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IPEF 의제에는 기존의 각종 무역협상에서 다뤄졌던 관세 인하 등 시장접근성 제고가 포함되지 않아 아세안 등 관련국의 참여 유인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있다.
아울러 참여국 중 상당수는 중국과 경제적으로 밀접한 관계여서 미국의 중국 견제 전략이 IPEF를 통해 노골화할 경우 적극적 참여를 머뭇거리는 국가가 나올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국은 새로운 국제규범 형성 과정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인식 아래 IPEF에 참여키로 하고, 관계 부처들로 '원팀 협상단'을 구성하는 등 적극적 대응에 나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