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소비에트 연방(소련)의 마지막 지도자인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간) 91세를 일기로 별세했다고 타스 통신 등이 보도했다.

이 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중앙병원은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이 오랜 투병 끝에 이날 저녁 사망했다"고 밝혔다.

고르바쵸프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은 1985년 소련 공산당 서기장으로서 집권한 이래 전제주의적 사회주의 체제를 무너뜨린 페레스트로이카(개혁)와 글라스노스트(개방) 정책을 추진했다.

그는 1989년 베를린 장벽 붕괴와 이듬해 동서독 통일을 사실상 용인함으로 냉전 해체의 주역으로 높이 평가받는다.

1989년 민주화 시위가 동유럽 공산주의권 국가를 휩쓸 때 과거 이들 국가에 대한 무력 개입을 정당화한 브레즈네프 독트린을 폐기했다.

특히 그해 12월 조지 부시 당시 미국 대통령과 몰타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2차 세계대전 이후 반세기 동안 계속된 냉전의 종식을 공식 선언했고, 이같은 공로로 다음 해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은 이처럼 '냉전체제를 종식하고 동구권의 민주화에 기여했다'는 서방의 평가와 함께 러시아 일각에서는 소련의 해체를 초래한 장본인으로 동구권을서방에 넘겨준 '배신자'라는 혹평도 내놓는다.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의 별세 소식이 전해지자 세계 각국 지도자들은 냉전을 종식한 옛 소련의 마지막 지도자에 대해 깊은 애도를 표시했다.

미국, EU 와  유럽연합(EU) 등 국제사회가 애도의 메시지를 내놨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내고 "고르바초프는 비범한 통찰력을 가진 사람"이라며 "우린 그의 가족과 친구들, 그리고 더 나은 세상을 향한 그의 믿음으로부터 혜택을 본 모든 사람에게 깊은 애도를 표한다"고 말했다.

그는 "고르바초프가 집권했을 때 냉전은 거의 40년간 지속되고 있었고 공산주의는 그보다 더 오래 지속되면서 파괴적인 결과를 낳고 있었다"며 "변화의 필요성을 인정하는 용기를 가진 소련 고위 당국자는 거의 없었다. 나는 미 상원 외교위원회 위원으로서 그가 그런 일을 하는 것을 지켜봤다"고 언급했다.

또 "그는 미소 두 나라의 핵무기를 감축하고 핵무기 경쟁을 종식하기 위해 기도하는 전 세계인을 구원하기 위해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과 협력했다"고 평가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은 30일(현지시각) 트위터에 "미하일 고르바초프는 신뢰받고, 존경받는 리더였다. 냉전 종식과 '철의 장막'을 끌어내리는 데에 중추적 역할을 했다"고 적었다. 이어 그가 "자유로운 유럽으로 가는 길을 열었다. 우리는 그의 유산을 잊지 않을 것이다"라고 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이날 공식 성명을 내어 고르바초프를 "역사의 경로를 바꾼 보기 유례를 찾기 어려운 정치인", "대단히 뛰어난 세계 지도자", "헌신적인 다자주의자", "지치지 않는 평화 옹호자"라고 평하며 깊은 애도를 표했다. 또 "고르바초프는 냉전을 평화롭게 끝내는 데에 어느 누구보다 많은 일을 했다"며 유엔을 대표해 유가족과 러시아 시민들, 그리고 정부에 조의를 표한다고 했다.

존슨 영국 총리는 트위터에 "나는 항상 그가 냉전을 평화적으로 끝내기 위해 보여준 용기와 진정성을 존경했다"며 "푸틴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 시기에 소련 사회를 개방하기 위한 그의 지칠 줄 모르는 헌신은 우리 모두에게 귀감이 된다"고 적었다. 

임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트위터에 "러시아인에게 자유의 길을 열어준 고르바초프의 죽음에 애도를 표한다. 유럽의 평화에 대한 그의 약속이 우리의 역사를 바꿨다"고 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 궁 대변인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고르바초프의 사망에 깊은 애도를 표한다. 푸틴 대통령이 오전에 고르바초프의 가족과 친구들에게 조의를 표하는 전문을 보낼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