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대중 강경책을 취하면서 전방위적 압박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대만 총통 차이잉원을 캐빈 매카시 하원의장이 환대하는가 하면,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은 중국에 국빈방문하면서 서방의 대중 전선에 불협화음이 있는것이 아니냐는 견해와 강온 양면 전략을 위한 역할 분담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미국은 5일(수)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이 본토에서 차이잉원 대만 총통을 환대하는 이례적인 모습으로 대중 강경 태세를 재천명했다.

케빈 메카시 하원의장 대만총통 만나

(대만 차이잉원 총통을 맞이하는 케빈 메카시 미 하원의장 )

반면 같은 날 미국의 우방이자 유럽의 주요국인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로 대통령은 중국을 찾아 긴밀한 관계를 강조하는 등 언뜻 상반되는 행보를 보여 대중 접근법에 서로 다른 속내를 내비치는 모습이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이에 대해 "서방 지도자들은 중국에 어떻게 하면 강력히 대처할 수 있을지를 놓고 씨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신문은 "중국이 지난 달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관계 재정립을 중재한 데 이어, 장기화하는 우크라이나 침공 전쟁에서 러시아를 전략적으로 지원하려는 노력을 기울이는 등 국제 무대에서 갈수록 독자적인 입지를 구축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은 그간 중국이 첨단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장비를 확보하는 것을 어렵게 하는 수출 통제책을 발표하는가 하면, 미국 본토에서 정찰용으로 추정되는 중국의 비행풍선을 발견해 격추한 것을 계기로 대중 비판의 강도를 끌어올려 왔다.

여기에 이날 최초로 미국 의전서열 3위의 하원의장이 자국 영토에서 대만 총통과 공식 회동한 것을 놓고 중국이 강력 반발하며 미중간 긴장감은 순식간에 최고조로 치달았다.

매카시 의장은 차이 총통을 만난 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대만에 무기 판매를 지속해야 한다"며 "대만 국민에 대한 미국의 지지는 확고하고 흔들림 없이, 초당적으로 남아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현재로서는 대만 답방 계획이 없다면서도 "중국은 내가 어디를 갈 수 있는지, 누구와 대화할 수 있는지, 당신이 적인지 친구인지에 대해서 (이래라저래라) 말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회동 장소로 캘리포니아주(州) 로스앤젤레스(LA) 인근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도서관이 선정된 것도 남다른 의미가 있다고 NYT는 짚었다. 레이건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 반공주의 기치 아래 흑백논리로 반대 진영에 맞섰던 인물이다.

다만 차이 총통은 이번 방미 기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만나는 데에까지는 미치지 못했고, 매카시 의장도 애초 대만을 직접 찾아가겠다는 계획을 바꿔 미국 본토에서 일정을 진행했다.

작년 8월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이 대만을 찾았던 것이 중국으로 하여금 대만해협 주변 군사력을 전개하는 무력시위에 나서도록 자극하며 자칫 충돌의 우려까지 자아냈던 것을 고려한 일종의 타협안으로 보인다.

한편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시진핑 국가주석의 초청으로 오는 7일까지 사흘간의 일정으로 중국을 국빈 방문, 우크라이나 전쟁 해법과 중국·유럽 관계 개선 방안 등 논의에 나서며 미국과는 사뭇 다른 대중 기조를 드러냈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맞이하는 시주석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을 환대하는 시진핑 중국주석  )

게다가 그는 에어버스, 알스톰, LVMH, EDF 등 주요 기업 최고경영자(CEO) 약 60명을 대동하며 경제 부문을 중심으로 한 협력에 무게를 두는 모습이다.

특히 이날 첫 일정으로 주베이징 대사관을 찾아서는 "우리는 중국으로부터 우리를 분리해서는 안 된다"며 "우리는 중국과 상업적 관계를 계속 적극적으로 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엘리제궁도 중국이 지난달 제안한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안과 관련해 "중국은 이 갈등에서 판을 바꿀 만한 영향력이 있는 세계에서 몇 안 되는 국가 중 하나임은 분명하다"며 "마크롱 대통령이 수렴 지점을 찾았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영국 BBC 방송은 "마크롱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도 가까이하려고 시도하며 '좋은 경찰' 역할을 하려는 것 같다"고 해석했다.

NYT가 "회유적인 방향"이라고 평가할 정도로 마크롱 대통령이 우호적 태도를 보이며 소통과 타협의 여지를 넓히고 있는 가운데, '나쁜 경찰' 역은 이날 마크롱 대통령과 동반 방중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에게 맡겨졌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중국 방문 직전인 지난달 30일 "시 주석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잔혹하고 불법적인 침공으로 (러시아를) 멀리하기보다는 오히려 푸틴의 러시아와 '무제한적 협력'을 유지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러시아의 합병을 공고히 하는 평화안은 실행 가능한 계획일 수 없다"며 중국이 내놓은 우크라이나 평화안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유럽의 두 지도자가 사전에 교감이라도 한 듯 동시에 중국에 '당근과 채찍'을 내미는 모양새다.

다만 프랑스와 EU의 이런 행보도 일정 부분 미국과의 긴밀한 소통과 조율 속에 이뤄졌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 마크롱 대통령은 중국으로 떠나기 전 바이든 대통령과 먼저 통화하고 우크라이나 전쟁 등 의제를 논의했다.

싱크탱크인 독일마셜펀드(GMF)의 앤드루 스몰 박사는 "이들은 중국을 바라보는 유럽 내 상반된 시각을 대표하는 것"이라며 "중국의 푸틴 지지로 유럽에 손해를 끼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지만, 상업적 관계는 계속하고 싶다는 것"이라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