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기업, 러시아 사업 포기로 144조 손실... 에너지기업이 40% 차지
"오래 버틸수록 탈출비용 더 들어"

지난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럽 주요 기업들이 러시아 내 사업으로 최소 1천억 유로(약 143조원)의 직접 손실을 봤다고 최근 영국 일간 '파이낸셜 타임스'(FT)가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유럽의 주요 기업들이 러시아 내 사업에서 낸 손실이 최소 1000억 유로(약 144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FT 보도에 따르면, 600개 유럽 기업의 연간 보고서와 올해 재무제표를 분석한 결과 176개 기업이 현지 사업체 매각·폐업·축소 등으로 이같이 손실을 봤다.

에너지·원자재 가격 상승 등 전쟁으로 인한 간접 비용까지 포함하면 실제 피해 규모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러시아 시장에서의 철수로 가장 큰 비용을 떠안은 기업들은 에너지 관련 그룹들이었다.

영국 BP와 셸, 프랑스 토탈에너지 등 3개사가 치른 비용 합산액만도 406억 유로에 달해 전체 피해액의 40%에 육박했다.

BP는 전쟁 개시 후 사흘 만에 러시아 국영 석유기업 '로스네프티' 지분 19.75%를 매각하겠다고 발표하면서, 255억 달러(33조원)의 손실 비용 처리했다.

토탈에너지는 뒤늦게 지난해 말 러시아 철수를 발표했지만 역시 148억 달러의 비용을 치렀다고 밝혔다.

그러나 에너지 기업들은 이 같은 손실 비용에도 불구하고 석유·가스 가격 상승에 따른 이익 규모가 훨씬 커져 이들 3개 기업은 결과적으로 950억유로의 이익을 내 러시아 사업 철수로 인한 손실을 다 만회한 셈이다.

 

영국 에너지 기업 BP

이밖에 자동차 업체들은 136억 유로, 은행·보험사·투자사 등의 금융 기업들은 175억 유로의 손실을 보고했다.

이 같은 유럽 기업들의 손실은 더 커질 것으로 분석가들은 보고 있다.

러시아가 운영하지 않는 외자기업의 자산 국유화 조치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핀란드의 가스 수입업체 포르툼과 독일의 유니퍼 뿐 아니라, 프랑스 유제품 업체 다논과 덴마크 맥주회사 칼스버그 자산에 대해서도 자산 몰수 조치를 취했다.

이 같은 조치에도 불구하고 전쟁 전 러시아에 진출해 있던 1천871개 유럽 기업 중 50% 이상이 여전히 러시아에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남아있는 기업들의 손실이 떠난 기업들의 손실보다 더 클 것이라는 지적이다.

국제 위기 전략 컨설팅 회사 '컨트롤 리스크'의 파트너 나비 압둘라예프는 "(서방) 기업들이 러시아를 떠나면서 많은 돈을 잃었지만 남은 기업들은 더 큰 손실을 감수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기업들이 전쟁 초기에 어떻게 할지 결정하는 데 있어 최선의 전략은 '그만두고 떠나는 것'임이 판명됐다"면서 "더 빨리 떠날수록 더 적은 손실을 보게 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