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의 방중에 맞춰 중국 최대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華爲)가 최신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깜짝 발표하면서 미국이 한 방을 맞은 모양새다.
미국의 고강도 제재 속에서도 세계 시장에서 경쟁할 만한 스마트폰을 만들어냈다는 건 중국 반도체 산업이 고사하기는커녕 미국 의존에서 벗어나 독자적으로 발전하기 시작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어서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화웨이가 지난달 29일 출시한 '메이트 60 프로'가 "미 정가에서 미국의 제재가 중국의 핵심기술 발전을 막는 데 실패했다는 우려를 촉발했다"고 2일(토) 보도했다.
WP는 메이트 60 프로에는 중국이 자체 생산한 7나노미터(㎚=10억분의 1m) 공정 반도체가 사용됐다면서 "이건 첨단 반도체 수입 및 생산을 막아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등 신분야에서의 진보를 늦추려는 미국의 의도가 먹히지 않았음을 시사한다"고 평가했다.
화웨이는 최신 스마트폰을 공개하면서도 이례적으로 어떤 프로세서가 쓰였고 몇세대 이동통신이 가능한지 등 핵심 특징을 공개하지 않았다.
하지만, 중국 관영 중앙TV(CCTV) 산하 영어방송 채널 CGTN은 메이트 60 프로가 2019년 미국의 화웨이 제재 이후 처음으로 '최상위급 프로세서'를 탑재했다면서 중국 반도체 기업 SMIC(中芯國際·중신궈지)가 메이트 60 프로에 쓰인 반도체를 생산했다고 전했다.
업계 소식통은 메이트 60 프로에 5세대 이동통신(5G) 칩이 사용됐다고 전했고, 일부 구매자들은 벤치마크 테스트 결과 메이트 60 프로가 여타 최신 5G 스마트폰들과 비슷한 수준의 성능을 보였다고 말했다.
WP는 SMIC가 메이트 60 프로용 칩을 생산하는데 적용했다는 '7나노' 공정의 경우 2018년 출시된 애플 아이폰에 들어간 칩에 쓰인 기술과 동급이며, 대만 TSMC가 제조 중인 최신 아이폰용 칩에는 현재 '4나노' 공정이 쓰인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고강도 제재에도 불구하고 첨단 반도체를 자체적으로 설계하고 생산할 수 있었다는 것 자체가 충격적인 일이란 게 미국 전문가들의 반응이다.
컨설팅회사인 올브라이트 스톤브리지 그룹의 선임부사장인 폴 트리올로는 "미국 기술 없이도 서방의 최첨단 모델만큼은 아니어도 상당한 성능의 제품을 설계·생산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라면서 "지정학적으로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메이트 60 프로 공개는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제재와 고율 관세 등 현안을 논의하기 위해 러몬도 장관이 중국을 방문한 시점에 맞춰 이뤄졌으며, 이는 미국의 제재에 대한 '저항의 표현'으로 보인다고 WP는 평가했다.
그러면서 현 상황은 화웨이에 대한 제재로 인해 오히려 중국이 미국에 의존하는 대신 자체적 반도체 개발·생산 능력을 보유하게 될 것이란 미국 반도체 업계의 경고가 실현된 듯한 모양새라고 지적했다.
미국 터프츠 대학의 크리스 밀러 교수는 "이번 일은 화웨이 같은 중국 기업이 여전히 큰 혁신 역량을 지녔음을 보여줬다"면서 "(중국에 대한) 규제를 강화할지를 둘러싼 미 정가의 논쟁이 더욱 심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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