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 강경파 요구 수용한 예산안 추진...상원 반대로 통과 난망
민주당 협력 얻어 통과시 불신임 각오해야...하원의장 '딜레마'

캐빈 매카시 하원의장
( 캐빈 매카시 미 하원의장  자료화면)

미국 하원을 장악한 공화당이 상원에서 잠정 합의한 임시예산안에 대한 거부 방침을 분명히 했다.

예산 집행 중단에 따른 연방 정부 일시적 업무 정지 상태인 셧다운이 코앞까지 닥쳐온 상황이다.

공화당 소속인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은 27일(현지시간) 공화당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전날 상원 절차 투표를 통과한 임시예산안을 상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공화당 소속인 밥 굿 하원의원은 의총 뒤 기자들과 만나 "매카시 의장이 상정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상원이 임시예산을 처리한다 해도 하원에 오자마자 무용지물이 된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매카시 의장이 다른 비공개 모임에서는 상원 임시예산안에서 공화당이 반대하는 조항을 삭제하고 국경 안보 법안을 붙여 처리한 뒤 상원에 돌려보내는 방안을 거론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매카시 의장은 이와 별도로 2023 회계연도가 종료하는 이달 말까지 국경 안보 조항을 포함한 30일짜리 임시예산안을 처리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WP는 양원이 절충안을 마련하지 못할 경우 정부 셧다운 사태는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미국 의회는 새로운 회계연도가 시작하는 내달 1일 이전 예산안을 처리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송부해야 한다.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의회는 정부의 예산 집행이 중단되지 않도록 일반적으로 임시예산안을 우선 처리해 왔다. 하지만, 역대 미국 의회는 두 차례에 걸쳐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해 셧다운 사태를 맞았었다.

가장 최근에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집권 당시인 2018년 말 '국경장벽' 예산이 문제가 돼 최장 35일 동안 연방 정부 업무가 중단된 바 있다.

현재 하원 다수당을 차지한 공화당은 정부 예산의 급격한 삭감을 요구하는 강경파의 반대로 예산 협상은 물론이고 임시예산안 처리에도 나서지 못하고 있다.

매카시 의장은 하원에서 공화당 강경파의 협조가 없으며 과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해 단독으로 예산안 처리를 할 수 없게 된다.

매카시 의장이 공화당내 강경파를 배제한 채 예산안을 처리하는 방안은 민주당에 협조를 요청하는 것 뿐이지만, 이 경우 당내 리더십을 잃게 돼 사실상 불신임 수순을 밟게 될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이 때문에 매카시 의장은 내부적으로 국경 안보 등 강경파의 요구를 수용한 자체 예산을 처리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에 대해서는 민주당이 다수당인 상원이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한 상황이다.

앞서 상원은 전날 셧다운 사태를 피하기 위해 오는 11월 17일까지 정부 단기 지출을 보장하는 예산안 처리에 초당적으로 합의, 절차에 착수했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이날 의회 연설에서 매카시 하원의장을 향해 "셧다운을 피하는 길은 초당적 해법뿐"이라며 "강경파들의 요구에 집착하면 당신은 점차적으로 셧다운으로 향하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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