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경제 호조·재정적자 확대가 상승 요인..."상승 행진에 증시 겁먹어"
다이먼 "7% 금리 대비해야" vs 골드만삭스 "4.2%가 적정"
글로벌 채권 금리의 벤치마크 역할을 하는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19일(이하 현지시간) '중대 기준점'으로 여겨지는 5%를 찍으면서 세계 경제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국채 금리는 이날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연설 직후 하락세를 보이다 미 경제가 탄탄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받으면서 상승 반전했다.
전망은 금리가 훨씬 더 높아질 것이라는 주장과 상승세가 꺾여 4% 초반대로 하락할 것이라는 기대로 엇갈리고 있다.
◇ 16년 만에 처음 5% '터치'...주요인은 '경제 호조'
미 전자거래 플랫폼 트레이드웹과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이날 오후 5시 직후(미 동부시간 기준) 연 5.001%를 찍은 뒤 4.9898%에 마감됐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가 5% 선 위로 올라선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7월 이후 16년 만에 처음이다.
당초 10년물 금리는 2년물과 함께 파월 연준 의장의 연설 이후 하락세를 탔었다.
파월 의장은 이달 31일~11월 1일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금리 인상을 건너뛰고 12월에는 인상 가능성을 열어뒀는데, 시장은 이를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적으로 평가한 것이다.
경제분석업체 매크로폴리시퍼스펙티브의 로라 로스너는 "파월 의장은 11월의 경우 확실한 동결 신호를 보냈다"면서 "그는 4분기 경제가 진정돼 국채 수익률이 그들의 일을 대신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후 채권 수익률은 반등했는데, 주요 원인은 경제 호조 기대 때문이다.
최근 경제 지표를 보면 지난달 미국의 소매판매가 전망치를 웃돌고 산업생산도 좋게 나타났으며, 비농업 일자리도 견조했다.
파월 의장은 이날 "우리는 들어오는 데이터와 변화하는 전망, 리스크 가능성 같은 전체적 데이터에 기반해 추가 긴축 정책의 강도와 지속 기간을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거시적으로는 미 정부 재정적자 확대로 장기 국채 발행량이 늘어난 가운데 최대 국채 매수자였던 연준 같은 중앙은행들이 대차대조표를 축소(보유자산 감축)하면서 매입 규모를 줄였다. 중국 등 국가들은 미 국채를 팔고 있다.
FHN파이낸셜의 크리스 로우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미국 경제매체 마켓워치에 "결국 은행과 연기금, 보험회사가 남게 되는데, 문제는 이들 기관이 이미 정부와 기관 채권, 회사채의 기한 연장에 따른 미실현 손실을 많이 가지고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 시장이 5%에 주목하는 이유...부정적 효과 광범위
5%라는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투자자들에게 '중요 기점'(significant milestone)이라고 마켓워치는 전했다.
전 세계 장기금리의 기준점 역할을 하기 때문에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올라가고 신용도가 낮은 회사채 금리가 상승하면서 기업의 자금 조달 비용까지 커진다.
투자 측면에서는 상대적으로 국채를 더 매력적으로 만들기 때문에 주식시장에도 악재다.
실제로 이날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0.75% 하락한 채 거래를 마쳤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도 각각 0.85%, 0.96% 떨어졌다.
중동 불안까지 겹쳐 한국시간으로 20일 오전 11시 20분 현재 일본 닛케이225 평균주가(닛케이지수·-0.41%)를 비롯해 코스피(-1.94%), 호주 S&P/ASX 200지수(-1.26%) 등이 일제히 하락하고 있다.
상하이·선전증시 시가총액 상위 300개 종목으로 구성된 CSI 300 지수(-0.31%)와 홍콩 항셍지수(-0.83%) 등 중화권도 내림세다.
자산중개업체 XM의 라피 보야지안 수석 투자분석가는 "채권 수익률의 끊임없는 상승 행진에 증시가 겁을 먹었다"고 전했다.
지난 3월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이후 가라앉았던 미 은행권 리스크가 다시 수면 위로 부상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채권 가격은 금리와 반대로 움직이는데, 새로 발행되는 채권값이 싸지면서 은행들이 대량으로 보유하고 있는 미 국채 수요는 갈수록 줄고 이에 따라 은행권의 미실현 손실이 불어나고 있다.
나아가 시장금리가 미 국채 금리를 따라가는 한국을 비롯해 저성장의 늪에서 탈출하려는 글로벌 경제에도 악재로 작용한다.
◇ 골드만삭스 "美 경제 둔화해 국채 매도세 진정될 것"
미 국채 금리의 방향성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JP모건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 최고경영자(CEO)는 7% 금리에 대비해야 한다는 주장을 계속해서 개진하고 있다.
다이먼 CEO는 지난 2일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정말 7% 금리로 가는 것이냐'란 질문에 "금리가 5%로 갈 것이라고 (지난해) 내가 말했을 때도 사람들은 '정말로 가는 것이냐'라고 물었다"며 "(7% 금리는)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그는 고금리 속에 최악의 경우 세계 경제에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이 닥칠 가능성도 거론했다.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기대감은 채권 수익률을 높이고 이에 따라 채권값은 하락한다.
반면에 골드만삭스는 올해 4분기 국제유가 상승에 따라 국채 매도세가 진정될 것으로 내다봤다.
고유가와 함께 학자금 대출 상환 재개로 미국 경제가 '도로의 구멍'(pothole)처럼 둔화하면서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하락한다는 것이다.
10년물 국채의 적정 수익률은 4.2~4.3%라는 것이 골드만삭스의 분석이다.
웰스파고투자연구소의 스콧 렌 수석 글로벌 시장 전략가도 "부채 비용 상승으로 미 연방정부가 지출을 줄일 가능성이 커지고, 이에 따라 경기 침체가 곧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