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정책 총괄한 '아시아 차르'...한미일 관계·확장억제 강화 관여
"중동분쟁으로 인태 지역 소홀할 것이란 아시아 동맹 우려 완화하는 인사"

한미동맹 70주년에서 축사하는 캠벨 백악관 조정관

( 한미동맹 70주년 기념사에서 축사하는 캠벨 백악관 조정관. 연합뉴스)

미국 국무부 2인자인 부장관에 한미동맹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는 아시아 전문가가 지명됐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커트 캠벨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인도·태평양 조정관을 차기 국무부 부장관으로 지명할 방침이라고 백악관이 1일(현지시간) 밝혔다.

캠벨 조정관은 2021년 1월 20일부터 인태조정관으로 재직하면서 북한을 비롯한 한반도 문제와 미국의 아시아 정책을 총괄해왔다.

캠벨 조정관은 바이든 행정부가 대표적 외교 성과로 꼽는 한미일 관계 개선에 깊이 관여하고 한미 핵협의그룹(NCG) 첫 회의에서 미국 대표를 맡는 등 한미 관계에 정통하고 동맹의 중요성에 누구보다 무게를 두는 핵심 인사로 꼽힌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인 2009∼2013년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를 지내며 미국 외교의 초점을 인도·태평양으로 전환한 '아시아 중심 정책'(Pivot to Asia)'을 설계했다.

대학 시절 소련을 전공했고 러시아어도 하지만, 아시아 업무만 거의 40년을 하면서 '아시아 차르'로 불리게 됐다.

워싱턴포스트(WP)는 캠벨이 부장관이 되면 미국이 과거 이슬람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와 전쟁 때처럼 이스라엘과 하마스 분쟁에 집중하느라 인도·태평양 지역을 소홀히 할 수 있다는 아시아 동맹들의 우려를 완화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는 WP에 "아시아 동맹들은 여전히 걱정하겠지만 캠벨을 국무부 2인자로 두면 바이든 행정부가 인도·태평양 전략을 진전시키고 이행할 의지가 있다는 어느 정도의 확신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WP에 따르면 캠벨은 지난달 30일 워싱턴DC의 싱크탱크 만찬에서 부장관으로 인준되면 인도·태평양의 동맹과 파트너와 협력관계 심화를 계속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캠벨이 NSC에서 빠지면 바이든 대통령이 아시아에 관심을 덜 가질 수 있다고도 하지만, 캠벨은 국가 안보와 외교 정책 현안 관련 백악관 정례회의에 계속 참석하면서 지난 2년간 관여해온 구상들을 계속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바마 행정부에서 국무부 정책기획 업무를 한 찰스 에델은 "커트의 이임이 NSC에 공백을 남기겠지만 대신 국무부의 인도·태평양 업무에 진짜 에너지와 움직임, 동력을 불어넣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국무부 부장관은 지난 7월 웬디 셔먼 퇴임으로 지금까지 공석이며, 캠벨은 지명 후 상원 인준을 거쳐야 한다.

캠벨은 동료들에게 인준 절차가 쉽지 않을 것임을 내비쳤다고 WP는 전했다.

다만 상원 외교위원회의 토드 영 상원의원(공화·인디애나)은 캠벨을 "열렬히 지지하겠다"면서 캠벨이 청문회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기만 하면 다른 공화당 의원들의 지지를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캠벨은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도 친밀한 관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블링컨 장관은 캠벨 딸의 대부이며, 캠벨은 블링컨의 결혼식에서 신랑 측 들러리였다.

블링컨 장관은 이날 직원들에게 보낸 메모에서 캠벨을 "선견지명이 있는 정책입안자"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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