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출마 제동' 판결 충격파...공 넘겨받게 된 대법, 태풍의 눈으로
"2000년 부시 vs 고어 대선 이후 최대 영향 전망"
보수 우위 대법원 구도, 유리한 결정 가능성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내년 대선에 출마할 자격이 없다는 콜로라도주의 판결로 인해 미 연방 대법원이 내년 대선의 '태풍의 눈'으로 떠오르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미 여러 수사와 재판에 얽혀 있는 가운데 '공'을 넘겨 받게 된 큰 연방 대법원의 움직임이 대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20일(수) 뉴욕타임스(NYT)·CNN 등에 따르면 전날 콜로라도주 대법원은 이날 트럼프 전 대통령을 주(州)의 공화당 대선 경선 투표용지에서 제외할 것을 주 정부에 명령하는 판결을 내렸다.
이는 미국 여러 지역에서 제기된 같은 내용의 소송 가운데 처음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출마 자격을 부정한 판결이다.
주 대법관들은 2021년 1·6 의회폭동 사태와 그 이전에 트럼프 전 대통령이 보인 행동이 내란에 가담한 것으로 인정돼 수정헌법 제14조에 따라 공직을 맡지 못한다고 판단했다.
이번 판결이 다른 지역의 비슷한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트럼프 측은 이번 사건을 연방 대법원까지 끌고 갈 것이 확실시된다.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의 사임으로 이어진 워터게이트 사건에서 검사를 맡았던 닉 애커먼은 "이번 사건은 콜로라도주에만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에 그들(콜로라도주 대법원)은 이번 사건을 매우 심각하게 다뤘다. 이 사건은 50개 모든 주에 영향을 미친다"며 "따라서 이번 사건은 연방 대법원에서 판결이 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1·6 의회폭동 사태 등 2020년 대선 결과 뒤집기 시도와 관련해 이미 4건의 형사 사건 재판을 각급 법원에서 받고 있다.
연방 대법원이 이 중 한 가지 사건만 맡아도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당선을 최종 결정한 2000년 대선 이래 최대의 정치적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된다고 NYT는 전망했다.
데이비드 베커 선거혁신연구센터(CEIR) 대표는 "연방 대법원이 (2000년 대선의) '부시 대 고어' 때보다 더 큰 역할을 맡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문제는 연방 대법원이 이미 엄청난 정치적 논란의 소용돌이에 휩싸여 있다는 점이다.
연방 대법원은 작년 낙태권 폐기 판결, 지난 6월 대입 소수인종 우대(어퍼머티브 액션·Affirmative Action) 위헌 판결 등 논쟁적인 판결을 줄줄이 내놓아 격렬한 찬반 논란을 일으켰다.
게다가 일부 대법관들이 부자 지인들로부터 향응을 받은 것으로 밝혀지는 등 도덕성 문제가 불거지면서 연방 대법원의 입지는 더욱 취약해진 상태다.
지난 7월 갤럽 여론조사 결과 연방 대법원의 지지율은 40%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한 바 있다.
따라서 연방 대법원은 대선과 연관되는 것을 원치 않겠지만, 관여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미 언론들은 전했다.
미 로욜라 메리마운트대 로스쿨의 선거법 전문가인 저스틴 레빗은 트럼프 전 대통령 관련 사건들이 이미 전국적인 논란거리여서 "연방 대법원이 숨을 곳이 거의 없다"고 CNN에 밝혔다.
물론 현재 연방 대법원이 확고한 보수 우위 체제라는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 연방 대법원이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임기 동안 보수 성향의 대법관을 3명 임명한 결과 연방 대법원은 '6대 3 보수 우위' 체제를 구축, 낙태권 폐기 판결 등 매우 보수적인 판결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또 각종 재판의 결과뿐 아니라 진행 속도와 판결 시기도 주목할 부분이다.
트럼프 측은 대선에서 승리하면 대통령의 권한을 활용해 기소 등을 무력화할 수 있다는 계산으로 대선 결과가 나올 때까지 최대한 판결을 미룬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각급 법원들도 트럼프 관련 사건에서 시기 그 자체가 이슈라는 점을 알고 있어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을 너무 빠르게 진행하면 피고 측의 자기 방어권을 침해할 수 있지만, 너무 느리게 진행해도 유권자가 대선에서 선택을 하기 위해 필요한 정보를 뺏는 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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