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미경제학회 총회 종료...작년 행사 땐 "침체없이 물가 못잡아" 진단
"애초 인플레 원인 몰랐다" 반성...美 경제 연착륙 가능성엔 동조 시각

미국의 저명 경제학자들은 경기침체 없이는 물가를 잡을 수 없을 것이란 자신들의 기존 시각이 잘못됐음을 인정하면서 올해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지지 않고 연착륙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데 대체로 인식을 같이했다.

일부 학자는 100년에 한 번 정도 발생하는 팬데믹 상황에서 기존 경제모형을 기계적으로 대입해 경제를 전망한 것이 실수였다고 자성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7일(일)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블룸버그 등 미 경제매체 보도에 따르면 5∼7일 텍사스주 샌안토니오에서 열린 전미경제학회(AEA) 연차총회에서 미 주요 대학과 연구기관의 경제학자들은 미국 경제 상황 및 전망을 두고 이처럼 진단했다.

참석 학자들은 2023년 경기침체를 초래하지 않은 상황에서 물가상승률이 둔화함에 따라 자신들의 기존 경제전망이 잘못됐음을 시인해야 했다.

LA 항
(컨테이너 물동량을 옮기고 있는 LA항. 자료화면 )

1년 전인 지난해 1월 플로리다주 올란도에서 열린 연차총회에서 다수 학자들이 인플레이션을 둔화시키려면 경기침체가 불가피하다고 진단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통화정책의 준거로 삼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는 작년 11월 기준 전년 대비 2.6% 올라 연준의 2% 물가상승률 목표에 멀지 않은 수준으로 둔화한 바 있다.

미시건대의 제임스 하인즈 교수는 "우리는 애초 인플레이션이 급등한 이유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에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빨리 둔화한 것에도 놀라지 말아야 할 것 같다"라고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참석 학자들은 향후 전망에 여전히 신중해 하면서도 미국 경제가 침체를 겪지 않고 연준의 2% 물가상승률 목표를 달성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데에 어느 정도 동의했다.

40세 미만 젊은 경제학자에게 주어지는 존 베이츠 클라크 메달 수상자인 버클리 캘리포니아대(UC버클리)의 에미 나카무라 교수는 "(인플레이션) 전환은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예측에 겸손해야 한다"면서도 "하지만 현 시점에서는 매우 그럴듯한 이야기"라고 말했다.

올해 상반기 금리인하를 기대하는 월가 전문가들 만큼은 아니더라도 학자들은 인플레이션이 둔화함에 따라 연준이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란 시각에 대체로 동조했다.

존 테일러 스탠퍼드대 교수는 인플레이션이 계속 하락하면 "금리도 더 낮아질 것"이라며 연준의 기준금리가 3∼4%대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테일러 교수는 중앙은행의 적정 기준금리 수준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유명한 '테일러 준칙'을 만든 학자로 유명하다. 그는 2022년 연준이 인플레이션 상승에 늦게 대응했다고 강도 높게 비판한 바 있다.
인플레이션과 관련한 기존 경제모형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연준 부의장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던 재니스 에벌리 노스웨스턴대 교수는 매우 드물게 발생하는 팬데믹 직후 상황에서 기존 경제 데이터를 토대로 한 컴퓨터 경제모형에 지나치게 의존한 결과 상황을 너무 비관적으로 판단하게 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2021년 인플레이션 급등을 초래했던 공급망 충격이 영구적이라고 판단했지만, 영구적인 게 아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고 애벌리 교수는 말했다.

그는 "경제의 공급측면이 기존 예상보다 호조를 보이고 있다"며 "이는 인플레이션에 상승 압력을 가하지 않고 경제가 강한 성장세를 유지할 수 있음을 의미하기 때문에 연착륙 시나리오의 가장 희망적인 부분이 되고 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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