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유럽, 2022년 중국 제치고 앙골라 철도물류 운영권 확보
"주요 철도에서의 중국의 실수가 미국에 놀라운 기회 제공"
중국이 앙골라에 철도를 건설한 후 역사 내 컴퓨터 비밀번호를 가르쳐주지 않는 등 '실수'를 하는 바람에 미국이 갑자기 아프리카에서 중국의 상업적 지배력을 견제할 기회를 얻게 됐다고 미국 월스트리트(WSJ) 저널이 21일(토)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미국의 지원을 받는 스위스-포르투갈-벨기에 컨소시엄은 2022년 중국을 제치고 앙골라에서 '로비토 회랑' 철도 운영권을 확보했다.
로비토 회랑은 광물이 풍부한 내륙 콩고와 대서양에 인접한 앙골라의 로비토 항구를 잇는 철도 물류망이다. 컨소시엄은 30년간 구리, 망간, 코발트 등 광물 수백만t을 로비토 항구로 운반할 계획이다.
미국은 17억달러(약 2조3천억원) 규모의 이 프로젝트가 성공할 수 있도록 2억5천만달러(약 3천344억원)를 지원하기로 했다.
아프리카 국가 중에 중국에서 가장 많은 인프라 차관을 들여온 앙골라가 중국 대신 미국을 선택한 것은 일대 사건으로 여겨졌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9월 철도 입찰에 성공한 것을 두고 "이것은 판도를 바꾸는 지역 투자"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중국은 지난 10년간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 사업을 통해 자원이 풍부한 아프리카에서 영향력을 확대해왔고, 이 입찰에서도 자국이 이길 것으로 확신한 것으로 알려졌다.
WSJ은 "바이든 행정부는 아프리카와의 상업적 관계 개선을 외교 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는데, 이번 철도 승리는 미국과 동맹국들이 아프리카에서 경제적 지위와 정치적 영향력을 위해 자신의 힘을 유지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중국이 앙골라에서 철도를 건설한 후 사후 관리를 부실하게 한 점도 입찰 결과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WSJ은 중국의 한 국영기업이 2012년 앙골라 중부 루에나에 기차역을 완공한 후 컴퓨터로 제어되는 전광판에 출발 시간과 차표 가격을 표시했는데, 그 당시의 정보가 10년이 지난 지금도 전광판에 그대로 표시돼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기업이 앙골라 철도 직원들에게 컴퓨터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고 자국으로 돌아가버렸기 때문이다.
앙골라 국영철도 직원 등 업계 관계자들은 로비토와 콩고를 연결하는 철도노선에서는 중국의 조악한 건설로 역 운영이 멈추기 일쑤였고, 컴퓨터 서버가 나가고, 전화가 끊기고, 열차가 철로를 벗어나는 일도 많았다고 전했다.
WSJ은 "주요 철도에서의 중국의 실수로 인해 미국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중국의 사업적 지배력에 갑자기 도전장을 내밀게 됐다"고 논평했다.
미국은 이후 앙골라에 더욱 공을 들이고 있다.
미국 수출입은행은 50만 가구에 전력을 공급하는 태양열 에너지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앙골라가 미국산 장비를 구입할 수 있도록 9억달러(약 1조2천억원)를 빌려줬고, 지난해 9월에는 미국의 교량엔지니링 회사인 아크로우가 앙골라에 철교를 판매할 수 있도록 3억6천만달러(약 4천800억원)의 대출 보증을 승인했다.
지난달에는 철도 컨소시엄인 올-아메리칸 레일 그룹이 앙골라 정부와 콩고행 열차노선 보수를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미국은 앙골라군과 항공기, 탱크를 포함한 미국산 무기 수출을 위한 협상에도 들어갔으며,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 등 여러 고위 관리가 최근 앙골라를 방문했다.
한편, 블룸버그 통신은 이날 콩고가 2008년 중국과 체결한 62억달러(약 8조3천억원) 규모의 '광물-인프라' 맞교환 협정을 조정하면서 중국에서 70억달러(약 9조4천억원)를 조달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콩고는 중국이 자국의 구리와 코발트를 채굴해 가는 대가로 현지 기간시설에 투자하기로 한 이전 협정이 자국에 불리하게 이뤄졌고, 중국이 30억달러(약 4조원)를 기간시설에 투자하기로 한 협정상의 의무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고 주장해왔다.
재선에 성공한 펠릭스 치세케디 콩고 대통령은 이날 취임 연설에서 "재협상으로 확보한 자금이 곧 배정될 예정이며, 총 70억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