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매체 인터뷰서 "겁주는 '전랑외교', 소프트파워 잃는다...대만해협 충돌 가능성 낮아"

 '소프트 파워 이론'을 주창한 미국의 저명 정치학자 조지프 나이 하버드대 석좌교수가 중국이 '힘을 숨기는' 외교 정책을 성급하게 폐기하고 호전적인 지금의 노선을 채택한 것이 나쁜 결정이었다고 평가했다.


조지프 나이 교수는 2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인터뷰에서 "지난 10년 동안 미국에 대한 중국의 최고·최악의 정책은 무엇이었나"라는 질문에 "중국이 2009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이 쇠퇴하고 있다고 본 생각과 덩샤오핑의 외교 정책을 폐기하면서 더 호전적인 외교 정책으로 대체한 것이 가장 큰 실수"라고 말했다.


조지프 나이 하버드대 석좌교수
(조지프 나이 하버드대 석좌교수. 연합뉴스)

나이 교수는 "몇몇 사람은 그것을 '전랑(늑대전사) 외교'라고 부르던데, 나는 나쁜 결정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여기서 언급된 '덩샤오핑 외교 정책'은 1980년대부터 강조된 도광양회(韜光養晦·능력을 밖으로 드러내지 않고 인내하며 때를 기다린다) 노선을 가리킨다. 미국 주도의 국제 질서에 도전하지 않으면서 대외 개방에 초점을 맞춰 우선 경제적 역량을 비축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중국 경제가 발전을 거듭하면서 중국 안에선 '자신감'을 가져도 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었고, '시진핑 체제'가 탄생한 2012년께부터는 한층 공세적인 현재의 외교정책이 주류가 된다. 나이 교수의 말은 이런 전환이 너무 성급했다는 지적인 셈이다.

나이 교수는 "일부 중국 학자는 중국의 힘이 너무나 명백해져서 중국이 덩샤오핑 시대 때처럼 낮은 자세일 수 없다고 한다"는 질문에는 "그런 관점을 가진 사람은 그래서 중국의 상황이 더 나아졌는지 스스로 물어볼 필요가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덩샤오핑 정책을 폐기하기 전에 중국은 다른 사람들을 겁주지 않았고 매력적이었으니 소프트 파워에 좋았다"며 "그런데 늑대전사가 돼 자기주장을 하기 시작하면 사람들을 겁주고 소프트 파워도 잃게 된다. 여러분이 봐온 행동에 증거가 있다"고 비판했다.

나이 교수는 미국이 중국에 대해 내린 최악의 결정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당시 관세 조치였다고 봤다. 또 미중 양국 모두에 지난 10년간 최고의 결정은 2015년 파리기후협약에 합의한 것이었다고 했다.

미중 경쟁 영역에서 나이 교수는 중국이 미국을 경제적으로 따라잡을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봤다.

나이 교수는 "중국은 경제적으로 매우 잘해왔다는 점을 충분히 인정받아야 하지만, 현재는 '중간 소득 함정'이라 불리는 다른 문제에 직면해 있다"며 인구·노동력 감소와 생산성 감소, 민간기업이 아닌 국유기업 장려 등 현재 중국의 추세가 과거 같은 고성장으로 돌아가지 못하게 만드는 원인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워싱턴에선 중국의 위협을 과장하는 사람이 있는데, 나는 우리가 그래서는 안 된다고 본다"며 "일부 학자는 중국 경제가 특정 시점에 미국을 뛰어넘을 수 있다고 예측했지만 내가 들은 바로 그것은 가능성 낮은 시나리오"라고 덧붙였다.

나이 교수는 미국 일각에서 나오는 '중국의 2027년 대만 침공설'에 대해서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서 신속한 점령이 어렵다는 '교훈'을 얻을 수 있다며 "개인적으로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나는 워싱턴의 몇몇이 생각하는 것만큼 (대만해협에서) 군사적 충돌 가능성이 높다고 보지 않는다"며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과 마오쩌둥이 말한 것처럼 대만해협 양안의 중국인이 관계를 풀어야 한다는 것은 70여년 동안 효과가 있었고, 우리가 (대만 독립과 무력 사용을 금지하는) '하나의 중국' 정책을 고수하면 전쟁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나이 교수는 최근 미국이 중국에 부과하고 있는 반도체 등 첨단 기술 제재에 대해선 "안보와 관련된 것이라면 기술 이전을 늦출 근거가 있지만, 경제 전체에 영향을 줘서는 안 된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그는 올해 있을 미국 대선에서 조 바이든 현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 중 누가 당선되더라도 미중 사이에 남중국해·대만해협 등 오판 위험성은 항상 존재하겠지만, 현재 정책을 유지할 바이든 대통령에 비해 트럼프 전 대통령 쪽이 "약간 더 위험하다"고 평가했다.

나이 교수는 군사력·경제력 등 국가의 물리적인 '하드 파워'(hard power)에 대응하는 개념으로 문화적 매력 등을 통해 상대방을 설득하는 능력인 '소프트 파워'(soft power)를 창안한 인물이다.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국가정보위원회(NIC) 의장과 국방부 국제 안보 담당 차관보를 지냈고,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에도 외교정책위원과 국방위원으로 활동하는 등 미국 외교·안보 영역에 영향력이 있는 석학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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