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제재 공동대응" 러와 협의...中차관 적극 도입·北과 대사관 개설 합의
베네수엘라·쿠바와 함께 중남미의 대표적인 '반미(反美) 3국'으로 꼽히는 니카라과가 최근 북한·중국·러시아와의 연대 강화에 부쩍 열을 올리고 있다.
제재를 비롯해 미국 주도의 국제질서에 노골적으로 반발하며 경제·외교적 고립으로부터 벗어나려고 애쓰는 양상인데, '오르테가 가문' 장기 집권 움직임과 맞물리면서 미국 정부에 새로운 골칫거리로 부상하고 있다.
23일(현지시간) 니카라과 반정부 성향 일간지 라프렌사와 러시아 타스통신 등에 따르면 로사리오 무리요(72) 니카라과 부통령은 미국의 제재를 '불법 침략'으로 간주하며 러시아와 함께 이에 공동 대응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다니엘 오르테가(78) 대통령의 부인이기도 한 '권력 실세' 무리요 부통령은 니카라과 관영 언론들을 통해 "미국의 강압적이며 일방적인 침략에 맞서기 위한 조처를 강구할 것"이라며 "부정적 영향을 경감하고 피해를 복구하기 위한 수단과 방식에 대해 논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관련 협정문 서명은 전날 모스크바에서 세르게이 라브로프(74) 러시아 외무부 장관과 라우레아노 파쿤도 오르테가 무리요(42) 니카라과 대통령 경제·특별고문 사이에 이뤄졌다고 라프렌사는 전했다.
라우레아노 고문은 오르테가 대통령과 무리요 부통령 부부의 아들이다.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부 장관은 "라틴 아메리카와 카리브해 국가들이 다극화하는 세계 질서의 중심지로 변모하는 건강한 경향을 보고 있다"며 "글로벌 의제와 관련해 니카라과의 친구들과 나눌 수 있는 신뢰할 수 있는 대화를 소중히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고 타스통신은 보도했다.
중미 지역에서 대표적인 반미(反美) 노선을 취하고 있는 오르테가 정권의 러시아 결속 강화 움직임은 수년 새 그 수준이나 빈도가 부쩍 높아지고 잦아졌다.
러시아 교관을 초빙해 경찰을 재훈련하는 센터를 설립하기로 하거나 군수품 지원 및 핵기술 공유 등에 합의하는 게 그 대표적인 사례다.
서방과 러시아 간 긴장이 고조되던 2022년엔 러시아군의 자국 영토 진입을 허용하기도 했다.
오르테가 대통령은 예전부터 블라디미르 푸틴(71) 러시아 대통령과 돈독한 관계를 맺고 있었지만, 최근엔 다른 '반미 연대' 국가보다 친(親)러시아 외교 방침을 더 드러내는 상황이다.
중국과의 연대도 깊어지고 있다.
2021년 12월 중국과 수교(대만 단교) 후 2023년 자유무역협정(FTA)까지 체결하면서 특히 경제 분야에서의 관계 강화에 노력하고 있다.
미국과 이웃 중미 국가들을 제외하면 중국은 이미 니카라과의 최대 교역국인데, FTA 이후 95%의 품목에 대한 관세 철폐 등 영향으로 투자 및 인적 교류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게 현지 전망이다.
중국 전매특허인 '차관 외교'도 니카라과에서 힘을 얻고 있다.
니카라과는 이미 지난해 12월 중국 CAMC 엔지니어링과 푼타우에테 국제공항 재건 사업을 위한 협정을 체결하며 4억 달러(5천500억원 상당)의 대금을 차입하기로 결정했다.
여기에 더해 오르테가 정권은 북한과 상호 대사관 개설에 합의하는 등 장기 집권과 인권 탄압으로 인한 외교적 고립에서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북한 대사관 개설에 대한 구체적인 후속 조처는 확인되지 않았다.
1985∼1990년 한 차례 정권을 잡았던 오르테가 대통령은 2007년 재선 뒤 개헌을 통해 연임 제한을 없애고 계속해서 대통령직을 유지하고 있다.
현지 매체는 "미국에 대한 순응과 거리가 먼 니카라과가 (미국에서) 좀 더 먼 곳으로 외교의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는 분석가 평이 있다고 전했다.
앞서 미국 국무부는 '2023 국가별 인권 보고서'에서 "니카라과 정부는 한 해 동안 강제 실종, 고문, 구금자에 대한 비인도적 처우 등 다양한 형태의 인권 침해를 저질렀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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