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C 정상회의 우크라·안보 논의...스타머 'EU와 관계 리셋' 목표
트럼프 2기 가능성에 '촉각'..."비공개 대화는 트럼프에 집중될듯"
유럽연합(EU)을 넘어 범유럽권이 안보 현안을 논의하고 결속을 다지는 유럽정치공동체(EPC) 정상회의가 18일(현지시간) 영국 옥스퍼드셔 블레넘궁에서 막을 올렸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이날 오전 윈스턴 처칠 생가인 블레넘궁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등 약 45명을 맞이했다.
그는 이날 개회사에서 "러시아의 위협이 유럽 전역에 닿았고 우리 민주주의에 대한 공격이 목격됐다"며 "유럽이 국경을 지키기 위해 함께 서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2022년 10월 출범해 4번째로 열리는 이번 정상회의 공식 의제는 우크라이나 지원과 이민, 에너지 안보, 민주주의 수호다.
마크롱 대통령이 처음 제안한 EPC는 애초에 우크라이나 전쟁 국면에서 러시아에 대항해 유럽 안보를 공고히 하려는 목적으로 탄생했다.
이날도 러시아의 서방 제재 회피 문제,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 강화 등이 논의된다.
서방에서 극우 포퓰리즘이 세력을 확장한 가운데 민주주의 국가의 결속을 해치는 러시아발 허위 정보 및 가짜뉴스 단속 등도 다뤄진다.
회의 장소인 18세기 대저택 블레넘궁도 2차대전 당시 리더십을 발휘한 처칠 전 총리의 생가이고 2차대전 국내정보국(MI5) 본부로도 쓰여 유럽 안보의 상징성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이날 영국에 도착해 나토가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 계획을 조율하고 회원국에서 이뤄지는 우크라이나군 훈련 감독을 직접 맡는 임무를 9월 독일에서 공식 출범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유럽의 단결 유지가 중요하다. 단결이 강력한 결정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제 취임 2주가 된 스타머 총리로선 보수당 정부의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이후 안보, 이민 등 현안에서 EU와 관계를 재설정하고 유럽의 주도적 국가로서 입지를 되찾는 게 목표다.
스타머 정부는 전날 의회 공식 개원식에서 찰스 3세 국왕의 연설(킹스 스피치)을 통해 유럽과 새 안보 협정을 추진하는 등 유럽과 관계 재설정을 선언했다. 찰스 3세는 이날 오후 블레넘궁에서 유럽 정상들을 위한 환영식을 주최한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재선 관측이 커진 가운데 이번 정상회의의 숨은 진짜 의제는 트럼프라는 지적도 나온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속해서 유럽이 안보를 미국에 의존하고 있다는 '유럽 안보 무임승차론'을 펼쳐 왔으며 나토의 가치에 의문을 제기하며 탈퇴를 위협하기도 했다.
그가 러닝메이트로 선택한 JD 밴스 공화당 부통령 후보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에 공개적으로 반대해 왔다.
블룸버그 통신은 "각국 지도자와 당국자들의 비공개 대화는 정상회의의 공식 주요 의제에서 벗어나 대서양을 가로지르는(미국과 유럽 관계의) 격변 가능성에 집중될 것"이라고 짚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EU 고위 당국자는 AP 통신에 "트럼프의 복귀 전망이 모두의 머릿속에 들어 있는 현안 중 하나"라며 "어떻게 대비할 수 있을지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데이비드 래미 영국 외무장관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집권 당시 실제로는 우크라이나와 유럽 안보에 기여했다며 말보다는 행동으로 그를 판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래미 장관은 이날 BBC와 인터뷰에서 "그의 재임기 나토와 유럽 방위에 더 많은 병력이 관여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며 "그동안 트럼프 전 대통령이 유럽 안보와 관련해 강한 표현을 써 왔지만 그의 행동을 보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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