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위해 로비하면 맞을 분위기"...中경제침체 탓에 美기업도 사업축소
4년 전까지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에 공개적으로 반대했던 미국 재계의 분위기가 달라졌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귀환과 함께 2차 미·중 무역전쟁의 발발이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지만, 이제는 어떤 기업도 중국과의 관계 악화에 우려를 표명하지 않고 있다.
1일(수)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처럼 달라진 분위기는 중국 경제의 침체 현상과 함께 중국에 대한 미국 기업의 거리두기가 어느 정도 궤도에 올랐기 때문이다.
일단 미국 기업은 더 이상 중국을 '기회의 땅'으로 여기지 않는다는 것이 WSJ의 분석이다.
중국은 수십년간 국내총생산(GDP)이 연평균 두 자릿수 상승하면서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경제 대국이 됐지만, 과거의 성장을 반복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경제학자들은 2025년 중국의 성장률이 5%에 이르지 못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중국에 투자를 한 일부 미국 기업들은 사업을 축소했다.
800개 이상의 미국 기업을 대표하는 주중 미국상공회의소는 많은 회원사가 새로운 투자처로 중국이 아닌 다른 나라를 찾고 있다고 밝혔다.
애플의 경우 지난 2019년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일률적으로 10% 관세 부과를 추진하자 팀 쿡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로비에 나서서아이폰을 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했다.
그러나 애플은 동시에 베트남과 인도 등으로 아이폰 생산을 다변화했다.
중국 기업과의 경쟁도 중국 시장에 대한 미국 기업의 기대를 낮추는 요인으로 꼽힌다.
글로벌 커피체인 스타벅스는 2016년만 해도 중국이 스타벅스의 최대 시장이 될 것이라고 밝혔지만, 이후 루이싱커피와 코티커피 등 저가를 앞세운 토종 브랜드와의 경쟁에서 밀리면서 실적이 하락했다.
또한 중국 정부의 배타적인 정책도 미국 기업의 등을 돌리게 하는 요인이다.
중국 정부는 국유기업들을 상대로 마이크로소프트(MS)나 오라클 등 미국 기업의 제품 대신 중국 기업의 제품을 구매하라고 지시했다.
지난해 8월 IBM이 중국에서 운영했던 연구개발 부서를 폐쇄한 것도 악화하는 시장 환경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21세기 초반 중국 시장에 대한 투자를 강화했던 제너럴모터스(GM)의 경우 2023년 시장 점유율이 8.4%로 5년 전인 2018년(13.7)에 비해 5.3%포인트나 하락했다.
BYD와 같은 중국 전기차 업체는 소비자에 대한 보조금과 같은 지원 외에도 정부의 직접 지원까지 받고 있다.
미국 내에서 중국에 대한 반감이 증폭하고 있는 것도 미국 재계 분위기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당선인의 측근인 톰 코튼 상원의원(아칸소·공화)은 미국 기업이 중국과의 무역을 위해 로비를 할 가능성에 대해 "만약 중국을 위해 링에 뛰어든다면 주먹에 맞을 준비를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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