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출신 마흐무드 칼릴, 한밤중 학교 아파트서 체포
미국 이민당국이 반(反)이스라엘 시위 주동자로 지목된 팔레스타인 출신 컬럼비아대 대학원생 마흐무드 칼릴을 구금했다고 미국 주요 언론매체들이 9일(일) AP통신을 인용해 보도했다.
AP에 따르면 전날 밤 이민세관단속국(ICE) 직원 몇 명이 칼릴이 거주하는 캠퍼스 인근의 대학 소유 아파트에서 그를 체포했다고 그의 변호인인 에이미 그리어가 전했다.
그리어에 따르면 체포 당시 한 ICE 직원은 칼릴의 학생 비자를 취소하라는 국무부 명령에 따라 조치를 취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칼릴은 학생 비자 보유자가 아니라 영주권 보유자라고 그리어 변호사가 지적하자, ICE 직원은 그것 역시 취소 대상이라고 말했다고 그리어는 전했다.
ICE 직원들은 임신 8개월째이며 미국 시민인 그리어의 아내도 체포하겠다고 위협했다고 그리어는 전했다.
ICE 직원들은 칼릴을 체포한 이유를 밝히지 않았다.
이들은 당초에는 칼릴을 뉴저지주 엘리자베스의 이민 구금 시설로 데려간다고 했다.
하지만 칼릴의 아내가 체포 다음날인 9일에 면회를 가려고 시도했더니 칼릴이 그 곳에 없고 거리가 먼 루이지애나 같은 곳으로 옮겨졌을 수도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리어 변호사는 AP에 "우리는 그가 왜 구금돼 있는지 더 상세한 얘기를 듣지 못하고 있다"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협박을 실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컬럼비아대 공보 관계자는 칼릴의 체포에 대한 논평을 거부했으며, ICE 직원들이 대학 소유 건물로 들어왔을 때 영장을 제시했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답변을 거부했다,
칼릴이 체포된 다음날인 9일 저녁 마코 루비오 국무부 장관은 X에 올린 글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내에 있는 하마스 지지자들이 국외로 추방될 수 있도록 비자나 영주권을 취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안보부(DHS)는 테러조직 지원 등 여러 가지 유형의 범죄행위를 근거로 영주권자에 대한 국외추방 추진 절차를 개시할 수 있으며, 영주권 취소 여부는 판사가 결정한다.
칼릴은 작년 봄에 컬럼비아대 내에 세워진 천막농성장 철거를 대학당국 관계자들과 협상하는 역할을 맡은 것을 계기로 미국 대학가의 팔레스타인 지지운동에서 가장 주목받는 활동가 중 한 사람으로 떠올랐다.
컬럼비아대는 칼릴을 포함한 수십명의 학생들이 친팔레스타인 활동을 해왔다며 징계를 추진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지난 7일 컬럼비아대가 교내 반(反)유대주의를 방치했다는 이유로 4억 달러(약 5천800억원) 규모의 보조금을 취소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불법 시위를 허용하는 학교, 대학에 대해 모든 연방 지원이 중단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칼릴은 지난주 AP 인터뷰에서 컬럼비아대의 징계 추진에 대해 "나에 대해 13개 혐의가 제기됐는데 그 중 대부분은 나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소셜 미디어 글"이라며 "(컬럼비아대 당국이) 학생들은 어찌 되든 아랑곳하지 않고 의회와 우익 정치인들에게 뭔가 하고 있다고 보여주고 싶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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