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대법원이 19일(토) 새벽, 트럼프 행정부가 전시법을 근거로 추진하던 베네수엘라 이민자들의 추방을 일시적으로 중단시켰다.
이는 이민자들의 변호인 측이 긴급 요청을 통해 대법원에 개입을 요청한 뒤 내려진 조치라고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이들은 현재 드물게 사용되는 1798년 제정의 '외국 적국인 법(Alien Enemies Act)'을 적용받아 추방 절차에 놓인 상태였으며, 실제로 일부 이민자들은 이미 버스에 태워져 추방 준비가 이뤄지고 있었다.
이날 결정에는 클라렌스 토머스 대법관과 새뮤얼 얼리토 대법관이 반대 의견을 냈다.

ACLU(미국시민자유연맹) 소속 변호사 리 겔런트는 "이들은 법정에서 한 번의 기회도 얻지 못한 채 끔찍한 해외 감옥에서 평생을 보내야 할 위기에 놓여 있었다"며 "대법원이 이들을 지난달처럼 비밀리에 추방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은 것에 안도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외국 정부와 전쟁 중일 때 특정 인물의 체류를 제한할 수 있도록 한 '외국 적국인 법'을 활용해 강력 범죄 조직을 외국 정부 수준의 적으로 간주하며 이민자 추방을 추진하고 있다. 행정부는 지난 3월, 라틴아메리카 범죄 조직인 'Tren de Aragua' 조직원을 적국인(alien enemies)으로 지정하고, 이들을 엘살바도르의 악명 높은 교도소로 강제 송환하기 시작했다.
이번에 대법원에 긴급 요청을 낸 베네수엘라인 이민자들 역시 ACLU의 도움으로 추방 중단을 위한 법적 대응에 나섰다. 금요일 저녁 워싱턴 D.C. 연방법원 제임스 보스버그 판사는 긴급 심리를 화상으로 진행했으나, 사건에 대한 관할권이 있는지에 의문을 표하며 즉각적인 조치는 내리지 않았다.
법무부 측 변호사는 보스버그 판사에게 "토요일 예정된 추방 비행편은 없다"고 밝혔지만, 주말 중 이송이 이뤄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ACLU는 텍사스와 제5연방항소법원(뉴올리언스)에도 유사한 긴급 중단 요청을 제출하며 전국적인 법적 대응을 펼치고 있다. 텍사스 애슨(Anson)의 블루보넷 구금센터에 수감된 베네수엘라인 남성들은 며칠 전부터 추방이 임박했다는 통보를 받았으며, 일부는 엘살바도르로 송환될 예정이라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국토안보부(DHS)는 이러한 추방 절차에 대해 "현재 진행 중인 대테러 작전"이라며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이처럼 사전 통보나 재판 없이 수백 명의 이민자를 추방하려는 시도는 최근 한 달 새 두 차례나 연방대법원에 회부됐다. 대법원은 최근 판결에서, '외국 적국인'으로 지정된 이민자도 추방 전에 통보를 받아야 하며, 구금된 지역의 연방 판사에게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기회를 가져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 판결 이후, 여전히 구금 중인 일부 이민자들은 각지에서 이의를 제기하며 법적 대응을 벌이고 있으며, 이에 따라 여러 연방법원에서 해당 전시법을 근거로 한 집단적 추방에 대해 임시 중단 조치를 내리고 있다.
이와 관련해 다음 주 여러 주에서 심리가 예정돼 있으며, ACLU 측은 "정부가 여전히 합리적인 시간과 통지 시스템을 제공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민자 권익단체 'Together and Free'의 미셸 브레인 대표는 "통보하자마자 즉시 추방하는 것은 적절한 절차적 권리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한편, 워싱턴 D.C. 연방항소법원은 금요일 밤 보스버그 판사가 트럼프 행정부에 대해 발부했던 '법원 모욕(contempt of court)' 절차를 중단시켰다. 보스버그 판사는 지난달 자신의 추방 금지 명령을 무시한 채 베네수엘라인을 송환한 점에 대해 정부가 법원 권한을 무시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항소법원은 "이번 결정은 사건의 본안 판단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 측은 당시 판결이 대법원에 의해 뒤집혔다며 "의도적으로 법원 명령을 위반한 것이 아니다"고 해명하고, 보스버그 판사의 조치가 권한을 넘어섰다고 주장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