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업용 부동산(Commercial Real Estate·상업용 부동산) 시장에서 대출기관들이 더 이상 '시간 벌기' 전략을 지속하지 않으면서 대규모 부실이 본격화되고 있다. 특히 오피스 빌딩 소유주들의 연체율이 사상 최고 수준으로 치솟으며 시장 전반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7일(화) 보도했다.
'연장 후 버티기' 전략 종료
WSJ에 따르면, 금리 급등이 시작된 2022년 이후 부동산 대출 재융자(refinancing·재대출)는 크게 어려워졌다. 이에 따라 많은 금융기관들은 과거 저금리 시절에 실행한 대출의 만기를 연장해 주는 방식으로 시간을 벌어 왔다. 이른바 '익스텐드 앤 프리텐드(extend and pretend·연장 후 버티기)' 전략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대출기관들은 더 이상 연장을 반복하지 않고 있다. 그 결과, 상업용 모기지담보증권 Commercial Mortgage-Backed Securities(CMBS·상업용 모기지담보증권) 내 오피스 대출 연체율은 1월 12.34%로 치솟으며, 데이터 제공업체 Trepp(트렙)이 2000년 집계를 시작한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금융위기 직후 수준에 근접한 수치로 평가된다.
"저금리 시대는 돌아오지 않는다"
대출기관들이 태도를 바꾼 배경에는 두 가지 판단이 작용했다. 첫째, 팬데믹 기간과 같은 역사적 저금리로 모기지 금리가 되돌아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둘째, 오피스 수요 감소가 단순한 경기순환적 요인이 아니라 하이브리드 근무(hybrid work·혼합 근무) 확산 등 구조적 변화라는 인식이다.
채권자들은 사무실 공간에 대한 수요가 영구적으로 줄어들었을 가능성에 점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올해 만기 1천억 달러 중 절반 '상환 불투명'
신용평가사 Morningstar DBRS(모닝스타 DBRS)는 1월 보고서에서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약 1천억 달러 규모의 증권화 상업용 부동산 대출 중 절반 이상이 만기 상환에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는 2023년 80% 이상, 2024~2025년 약 75%에 달했던 만기 상환율과 비교해 크게 악화된 수치다.
일부 대출은 조건 변경(modification·조건 조정)을 통해 재조정될 수 있지만, 점점 더 많은 사례가 차압(foreclosure·압류)이나 청산(liquidation·청산)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브룩필드 사례... 뉴욕타임스 빌딩 상층부 대출 부실
대표적 사례로는 맨해튼 미드타운에 위치한 옛 뉴욕타임스 본사 상층부에 설정된 5억1,500만 달러 규모 모기지가 있다. 건물 소유주인 Brookfield Asset Management(브룩필드 자산운용)은 2020년 이후 해당 대출을 다섯 차례 연장했다.
그러나 지난해 말 만기 상환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채권은 특별관리인(special servicer·특별채권관리기관)에게 이관됐다. 주요 임차인 이탈도 예정돼 있어 현금흐름 악화가 우려된다.
브룩필드 측은 "대출기관과 구조화된 선의의 협의를 시작하는 첫 단계에 들어섰다"고 밝혔다.
'좀비 오피스'가 도심 압박
만기 미상환 상태로 방치된 CMBS 대출은 약 250억 달러에 달한다. 이는 팬데믹 이전에는 거의 없던 규모다.
미국 상업용 부동산 총 부채는 약 5조 달러에 이르며, 이 중 약 36%는 은행과 저축은행이 보유하고 있다. CMBS 시장은 전체의 약 15%를 차지한다.
세인트루이스(St. Louis·미주리주), 포틀랜드(Portland·오리건주), 샌디에이고(San Diego·캘리포니아주), 댈러스(Dallas·텍사스주) 등 여러 도심에서는 이른바 '좀비 오피스(zombie office·공실 장기화 오피스)'가 주변 상권과 지역경제에 부담을 주고 있다.
은행권에도 압박 확대
대형 머니센터 은행들은 아직 큰 충격을 보고하지 않았지만, 과거 상업용 부동산 대출에 공격적이었던 지역은행들에는 압박이 커지고 있다.
아칸소 기반 은행인 Bank OZK(뱅크 OZK)는 상업용 부동산 노출도가 높은 은행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 은행은 매사추세츠 케임브리지 소재 복합 개발 프로젝트에 1억5,600만 달러 이상을 집행했으며, 42만2천 제곱피트 규모 오피스 공간이 대부분 공실 상태다. 차주가 추가 자본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자산 압류에 나설 방침이다.
뱅크 OZK의 조지 글리슨 최고경영자(CEO)는 "상업용 부동산 침체는 후반부 단계에 있다"며 "은행은 남은 사이클을 무리 없이 통과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고 밝혔다.
일부 자산군은 선방
모든 부문이 부진한 것은 아니다. 산업용 물류시설(industrial buildings·산업용 건물)과 식료품점 앵커형 리테일 센터(grocery-anchored retail centers·식료품점 중심 상업시설)는 비교적 안정적인 수요와 현금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또한 2025년 CMBS 발행 규모는 약 1,256억 달러로 전년 대비 21% 증가하며 금융위기 이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피스 부문의 연체율 급등은 미국 경제 전반의 구조적 변화를 반영하는 신호로 해석되며,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아직 고비를 완전히 넘기지 못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