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미국 관세, 대공황 시기 최고치 초과" 경고
국제통화기금(IMF)은 화요일 발표한 세계 경제에 대한 분기별 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초부터 급격히 인상된 관세가 새로운 시대의 시작을 알리며 대부분의 국가에서 예상보다 더 느린 성장세를 가져올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미국은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국가 중 하나로 지목됐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취임 이후 다수의 수입품에 대해 새로운 관세를 발표해왔으며, 일부 국가는 이에 맞서 보복 관세를 부과했다. IMF는 이번 보고서에서 미국의 관세 수준이 이제 대공황 당시의 최고치를 초과했으며, 이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낮은 무역 장벽을 유지해오던 세계 경제 질서에서의 급격한 전환이라고 평가했다.
IMF 수석 이코노미스트 피에르-올리비에 구린차스는 "지난 80년간 운영되어온 글로벌 경제 시스템이 재설정되면서 우리는 새로운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IMF는 관세 인상의 즉각적인 효과로 세계 경제 전반의 성장이 둔화될 것으로 보며, 올해 글로벌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3%에서 2.8%로 하향 조정했다. 이는 2022년 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이뤄진 하향 조정보다도 더 큰 폭의 하락이다. 2026년 성장률 전망도 기존 3.3%에서 3%로 낮췄다.
IMF의 국가별 전망에 따르면, 멕시코는 가장 큰 경제 성장 역전을 겪을 것으로 보이며, 2025년 경제 성장률이 기존의 +1.4%에서 -0.3%로 수정됐다. 미국도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되며, 2025년 성장률은 2.7%에서 1.8%로 하향 조정됐고, 2026년에는 2.1%에서 1.7%로 낮아질 전망이다.
구린차스는 미국의 경기침체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평가하면서도, "여전히 가능성은 낮은 편"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미국 경제는 견고한 기반에서 출발하고 있으며, 노동 시장도 여전히 매우 강력하다"고 덧붙였다.
중국 경제도 타격을 받겠지만 그 강도는 미국보다 약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올해 및 내년 성장률은 각각 4.6%에서 4%, 4.5%에서 4%로 하향 조정됐다. 유로존의 경우 영향은 더 적어, 올해 성장률이 기존 1%에서 0.8%로 소폭 낮아졌다.
트럼프 전 행정부는 높은 관세가 제조업의 부흥과 공장 일자리의 회복을 촉진해 장기적으로 미국 경제에 이익이 될 것이라 주장해왔다.
그러나 구린차스는 제조업 일자리 감소에 대한 우려는 정당할 수 있지만, 그 주요 원인은 세계화가 아닌 기술 발전과 자동화라고 지적했다.
"제조업 일자리 감소의 근본적인 원인은 기술 진보와 자동화입니다. 이 두 가지는 결국 긍정적인 변화이지만, 개인과 지역사회에 큰 충격을 줄 수 있습니다."
IMF는 2026년 이후에도 관세 인상은 미국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보호받는 기업들이 경쟁 압력에서 벗어나 혁신과 품질 개선의 유인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번 IMF 전망은 4월 2일까지 발표된 관세 정책을 기반으로 작성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대부분의 미국 무역 상대국에 대해 관세 인상을 발표했고, 많은 인상 조치는 90일간 유예됐지만 중국과 미국 간의 관세는 이후 급격히 증가했다.
IMF는 또한 글로벌 인플레이션 전망을 소폭 상향 조정했다. 특히 미국은 올해 예상 인플레이션률이 기존보다 1%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성급하게 인하하지 않도록 신중하게 접근하게 만들었고, 트럼프는 이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보였다.
IMF는 정치적 압력 없이 중앙은행이 독립적으로 금리 결정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린차스는 "통화정책의 신뢰성은 무엇보다 중요하며, 중앙은행의 독립성은 그 기반이 되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IMF는 또한 향후 추가적인 관세 인상이 예측보다 더 낮은 성장률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4월 2일 발표 이후 주식과 채권 가격이 크게 하락하면서 금융 시스템의 안정성 악화도 위험 요인으로 지목됐다.
또한 IMF는 세계 경제가 진입하고 있는 새로운 시대에서는 미국 달러의 중심적 역할이 약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금융 여건이 급격히 악화될 경우 일반적으로는 미국 달러가 강세를 보일 수 있지만, 국제 통화 시스템이 급작스럽게 재편될 경우 달러의 기축통화 역할에도 큰 변화가 올 수 있습니다."라고 IMF는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