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텍사스주 남부, 스페이스X(SpaceX)의 대형 우주 발사 기지인 '스타베이스(Starbase)'가 정식 시(city)로 거듭날 전망이다. 현지 시각으로 지난 4월 20일 진행된 주민 투표에서 유권자 다수가 스타베이스의 시 승격에 찬성표를 던졌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4일 보도했다.
WSJ보도에 따르면 브라운즈빌(Brownsville) 인근 카메론 카운티에서 진행된 이번 투표는 약 300명의 등록 유권자 중 218명이 참여했으며, 이 중 97%가 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권자 대부분은 SpaceX 직원으로, 스타베이스가 사실상 기업 중심의 도시라는 점이 드러났다.
스타베이스는 일론 머스크의 화성 이주 프로젝트의 전진기지로, 초대형 로켓 '스타십(Starship)' 개발 및 발사 시험이 이루어지는 핵심 거점이다. 낡은 도로 끝에 위치한 이 지역은 과거 한적한 해변가 마을이었지만, 최근 수천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며 인근 경제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정식 시 지정까지 남은 절차는?
투표가 끝난 후에는 카운티 위원회가 선거 결과를 공식 인증해야 한다. 이 절차가 완료되면 스타베이스는 법적으로 하나의 도시로 인정받게 된다. 이후 시 정부 구성과 행정 업무에 대한 계획 수립이 뒤따를 예정이다.
스타베이스 시, 어떤 기능을 하게 될까?
SpaceX 측은 시 승격이 직원 복지, 주거 환경, 지역 서비스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작년 카운티에 보낸 서한에서 SpaceX 고위 임원 캐시 루더스는 "일부 기능은 민간 기업이 아닌 공공기관이 수행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며 시 전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스타베이스의 공식 계정도 "우리의 미래를 우주로 이끄는 이들을 위한 최고의 공동체를 만들겠다"며 긍정적인 의지를 나타냈다.
시로서의 권한과 논란
스타베이스 시는 독립적인 자치권을 갖고 세금 부과, 조례 제정, 공공 서비스 운영 등의 행정 기능을 수행할 수 있게 된다. 또한, 투명한 행정 운영을 위해 공공 회의와 문서 공개 의무도 생긴다.
한편, 텍사스 주의회에서는 스타베이스 시에 평일 동안 인근 해변 폐쇄 권한을 부여하는 법안을 논의 중이다. 하지만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지역 주민과 환경단체는 공공 자원의 사유화라며 반발하고 있다. 카운티 관계자들 역시 공공 해변의 자유로운 이용은 보장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시 승격 이후 초대 시장으로 당선된 바비 피든은 SpaceX 부사장이며, 시의회 의원들도 SpaceX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어 공직자의 이해충돌 여부가 논란이 되고 있다.
지역 사회의 엇갈린 반응
SpaceX는 스타베이스 지역에서 약 3,400명의 직·간접 고용을 창출하고 있으며, 로켓 발사 관광객 유입으로 인한 경제 효과도 크다. 이에 따라 카운티 관계자 및 정치권은 SpaceX의 활동을 대체로 지지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일부 지역 주민과 환경 단체는 우주 발사로 인한 소음과 진동, 해양 생태계 훼손, 해변 접근 제한 등에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특히 공공 해변 접근권 침해 논란은 여전히 뜨거운 쟁점이다.
머스크의 화성 꿈, 스타베이스에서 현실로?
스타베이스는 단순한 우주 기지를 넘어, 일론 머스크의 화성 이주 계획의 핵심 무대다. 실제로 머스크는 스타베이스에 거주하며 이곳을 '화성으로 가는 관문(Gateway to Mars)'이라 명명했다.
머스크는 투표 직후 X(구 트위터)를 통해 "스타베이스는 삽 하나로 시작됐다"며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현재 스타베이스에서는 초대형 로켓 스타십이 개발되고 있으며, 이는 NASA의 달 착륙 미션에도 투입될 예정이다. 지금까지 8차례 시험 비행이 있었고, 최근에는 로켓 1단 추진체 회수에도 성공하는 등 점진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
앞으로 스타베이스가 하나의 도시로서 어떤 모델을 보여줄지, 그리고 우주 산업과 지역 사회가 어떻게 공존해 나갈지는 지속적인 관심을 끌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