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이 이번 주말 스위스에서 고위급 무역 협상을 개최할 예정이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2기 임기 중 처음 열리는 직접적인 무역 회담으로, 중국 측이 최근 펜타닐 밀반입 문제 해결을 위해 미국과의 협력을 모색한 것이 계기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8일 보도했다.
복수의 미국 및 중국 소식통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 4월 말 트럼프 행정부에 펜타닐의 원료 물질인 '전구체(precursor)'의 불법 거래 단속에 대해 구체적인 요구사항을 묻는 질의서를 전달했으며, 이에 백악관은 단속 방안이 포함된 리스트로 답변했다.
WSJ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 측에 관련 화학 물질 유통자에 대해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보낼 것을 요청했으며, 이는 잠재적인 중형 경고 등을 포함한 조치로 알려졌다. 현재 중국 내 업체들이 인터넷 등을 통해 판매하는 전구체는 멕시코 등지의 범죄 조직으로 흘러들어가 펜타닐 제조에 사용되며, 결국 미국 내로 유입되고 있다.
중국의 왕샤오훙 공안부장은 트럼프 측과의 협의에 관심을 표하며 미국 또는 제3국에서의 고위급 회담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러한 펜타닐 관련 협력은 양국 간 무역 갈등의 완화로 이어질 가능성을 열어주었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최근 미국 재무장관 스콧 베센트와 무역대표 자미슨 그리어는 중국 국무원 부총리 허리펑과 스위스에서 회담을 갖기로 합의했다.
미중 관계 악화로 인해 상호 무역은 사실상 중단 상태에 놓였고, 이는 미국 내 인플레이션 압력을 가중시키고 중국 경제에도 침체 우려를 안기고 있다. 이번 회담은 이러한 긴장을 완화하려는 시도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2기 출범 이후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최대 145%까지 부과하며 강경한 무역 정책을 고수해왔다. 중국도 이에 맞서 미국산 제품에 125%의 관세를 부과했다. 그러나 최근 미국과 중국은 일정 부분 관세 완화 가능성을 타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협상과 관련해 "두고 보자"는 입장을 내비쳤으며, 중국과의 무역 불균형 문제를 강조했다. 그는 협상 타결을 위해 관세를 먼저 낮출 생각은 없다고 밝혔으며, 신임 주중 미국대사로 임명된 데이비드 퍼듀에게는 인도-태평양 안정 유지, 펜타닐 유입 차단, 미국 노동자 보호를 주문했다.
한편, 베센트 재무장관은 최근 비공개 행사에서 인도네시아의 무역 구조에 감명을 받았다고 언급하며, 아시아 국가들과의 새로운 무역 협정 체결이 주요 과제라고 밝혔다.
미 행정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번 스위스 회담이 미중 간 사실상의 '무역 금수조치' 상태를 해제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가 있지만, 트럼프의 핵심 참모진 내에서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대표적인 강경파 피터 나바로는 이번 협상에 불참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회담을 긍정적인 진전으로 평가하면서도, 실제 관세 인하나 본격적인 무역 합의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신중론을 내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