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15일(현지시간), 팬데믹 이후 변화한 인플레이션 및 금리 환경을 반영해 연준의 통화정책 프레임워크를 전면 수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2020년 이후 초저금리 기조를 전제로 한 기존 정책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5일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파월 의장은 이날 워싱턴 D.C. 연준 본부에서 열린 정책 콘퍼런스 연설에서 "경제 환경은 2020년 이후 크게 바뀌었다"며 "이러한 변화에 대한 평가를 바탕으로 정책 프레임워크를 재정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파월 연준의장

(파월 연준의장. 자료화면)

연준은 올해 초부터 기존 정책 프레임워크에 대한 검토에 착수했으며, 이번 검토 결과는 빠르면 8월이나 9월에 발표될 예정이다. 파월 의장은 이번 재검토가 현재의 기준금리 결정에는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연준은 통상 6~8주마다 금리 결정을 위한 정례회의를 열고 있으며, 이번 프레임워크 재검토는 매년 1월 발표되는 정책운영 원칙 문서의 개정 작업에 해당한다.

초저금리 시대 전제한 2020년 프레임워크, 현실과 괴리

연준은 2020년, 기준금리가 제로에 가까운 상황에서 **2% 물가상승률 목표를 상회하는 일정 수준의 물가 상승을 허용하는 이른바 '보상 전략'**을 도입했다. 이는 저물가 고착화로 경기부양 여력이 줄어든 상황에서 출구전략의 유연성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였다.

그러나 2021년 팬데믹 이후 공급망 교란과 수요 폭증이 맞물리며 인플레이션이 급등하자, 해당 전략은 사실상 작동하지 않게 됐다. 실제로 2021년 11월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기 대비 6% 상승했다.

파월 의장은 "의도적인, 온건한 인플레이션 초과 달성 전략은 팬데믹 이후 상황에서 정책 결정에 의미를 갖지 못했다"며 "해당 전략은 이후에도 계속해서 정책 논의에서 사실상 배제돼 왔다"고 설명했다.

현실 반영한 새로운 기준 정립...2% 물가 목표는 유지

파월 의장은 연준이 추구하는 2%의 물가상승률 목표는 계속 유지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팬데믹 이전과 같은 초저금리 환경이 반복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이번 프레임워크에 반영할 예정이다.

그는 "실질금리가 이전보다 높아진 지금의 상황은 인플레이션이 더 변동성 높은 국면으로 진입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며 "앞으로는 공급 충격이 더 자주, 더 오래 발생할 수 있는 환경에 놓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연준이 기존처럼 경기 둔화 시 금리를 쉽게 낮추기 어려운 구조가 되었음을 인정하는 발언으로 풀이된다. 과거에는 금리를 인하해 경기를 부양하는 것이 가능했지만, 이제는 경제 전반의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새로운 접근법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물가 기대심리 안정의 중요성 강조

파월 의장은 또, 최근 인플레이션이 급격히 둔화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 대중의 물가 기대심리가 안정적으로 유지된 점을 꼽았다.

그는 "만약 국민들이 인플레이션이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다시 낮아질 것이라는 믿음을 갖지 않았다면, 실업률 급등 없이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것은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준은 이번 프레임워크 개편에서도 이러한 물가 기대심리 형성과 관리의 중요성을 정책 목표의 핵심 축으로 유지할 계획이다.

정책 커뮤니케이션 수단도 변화 예고

이번 검토 작업은 단순히 금리 결정 기준만이 아니라, 정책 방향성과 의사소통 방식 전반을 재정비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파월 의장은 "정책의 일관성과 신뢰성 확보를 위해 연준의 커뮤니케이션 도구 역시 점검이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연준은 이번 정책 프레임워크 검토 결과를 토대로 새로운 정책 방향성 문서를 2025년 하반기 중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