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학들이 트럼프 행정부의 연방 자금 삭감 조치로 인한 재정적 충격에 직면하면서, 하버드부터 주립대에 이르기까지 대학가 전반에서 구조조정과 예산 긴축이 본격화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6일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감원과 임금 삭감, 연구 축소는 물론, 교직원 라운지의 커피 제공 중단과 같은 소소한 항목까지도 삭감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하버드, 콜럼비아, 프린스턴, 미시간주립대 등 주요 대학들은 인건비 동결, 연구 지연, 예산 감축 등의 조치를 단행 중이며, 일부는 이미 해고 절차에 돌입했다. 이들 조치는 연방 연구 자금에 직접 의존하는 분야뿐 아니라 대학 전체 운영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루스 존스턴 전미대학재무관리협회(NACUBO) 부회장은 "고등교육과 그 재정 구조를 근본적으로 재고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반유대주의·DEI 논란 이유로 수십억 달러 연구비 차단

트럼프 대통령은 고등교육 개편을 명분으로, 대학이 전통적으로 의존해온 연방 자금에 전방위 압박을 가하고 있다. 그는 반유대주의 대응과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 프로그램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며 수십억 달러 규모의 연구비를 삭감하거나 철회했고, 외국 자금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공화당은 대학 기금(endowment)에 대한 과세도 검토 중이다.

하버드는 이러한 연방정부와의 대립에서 최전선에 서 있으며, 그 여파는 최고위층부터 시작되고 있다. 하버드 측은 이번 주 알란 가버 총장이 연봉의 25%를 삭감한다고 발표했다. 학부 과정을 관할하는 인문과학대학(FAS)은 현재 인력 구조와 연구 유지 방안을 검토하는 위원회를 구성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교육정책에 저항하는 하버드

(트럼프 행정부의 교육정책에 저항하는 하버드 학내모습. 자료화면)

학장 호피 후크스트라는 최근 교수회의에서 "우리의 사명을 지키기 위해 지금 행동해야 한다"며, 연방정부와의 소송에서 승소하더라도 기존 수준의 자금이 회복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방 조치는 향후 되돌릴 수 없는 변화를 불러왔다"고 강조했다.

공중보건대학(T.H. Chan School)은 전체 예산의 절반가량을 연방 보조금에 의존하고 있었으며, 최근에는 해고와 대학원 입학생 수 축소 조치를 단행했다. 일상 경비 절감 차원에서 회의 음식, 프린터, 교직원 커피 제공 등도 삭감됐다. 대학 측은 "거의 모든 직접적 연방 보조금을 상실했다"고 밝혔다.

가버 총장은 수요일 "과도기적 조치로 2억 5천만 달러를 자체 연구비로 보충하겠다"며 대체 자금 확보를 위한 노력을 병행하겠다고 밝혔다.

"학문적 핵심은 최대한 보호"...우선 순위부터 삭감

TVP 커뮤니케이션즈의 에린 헤네시는 "대학들은 가능한 한 학문적 핵심을 지키기 위해, 먼저 비교적 손쉬운 예산부터 줄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빈 자리를 채우지 않거나, 건물 신축을 미루고, 부서를 통폐합하는 등 구조조정이 교수진 축소보다 먼저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까지는 대부분의 대학에서 학부생 경험은 큰 변화를 겪지 않았지만, 예산 감축은 오는 가을부터 본격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NIH(국립보건원) 연구비 상한 조치가 발표된 3월 이후, 많은 대학들이 채용을 동결했다. 아직 대규모 해고는 확산되지 않았지만 조짐은 곳곳에서 보이고 있다.

콜럼비아·프린스턴 등도 예산 감축 본격화

콜럼비아대는 반유대주의 대응 문제로 트럼프 행정부와 갈등을 겪으며 300건 이상의 다년간 연구 보조금이 중단됐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180명의 연구 인력이 해고됐으며, 이는 관련 연구비에 의존하던 인력의 약 20%에 해당한다. 현재는 일부 연구가 축소 또는 종료 중이며, 연구자들은 내부 '안정화 기금'을 활용해 단기적 연구 지속을 모색하고 있다.

콜럼비아는 대부분의 직원에 대해 임금 인상도 중단하고 있으며, 희망퇴직 프로그램도 시행 예정이다. 클레어 시프먼 총장 직무대행은 "장기적 재정 안정 확보를 위한 모든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재정적 압박과 연구 사명에 가해지는 부담이 매우 심각하다"고 밝혔다.

프린스턴대는 이번 주 초 모든 부서에 향후 3년간 예산을 5~10% 삭감할 준비를 하라고 지시했다. 대학 측은 "연방 연구비의 대규모 영구 삭감과 기금 과세율 증가에 대비하기 위한 조치"라고 밝혔다. 프린스턴은 4월에도 수십 건의 연구 보조금이 중단되었음을 보고한 바 있다.

민주당 지역 대학 중심으로 위기 현실화..."보수 지역도 조용한 위기"

로버트 켈첸(테네시대 교육학 교수)은 "이번 사태는 그간 재정 압박에서 자유로웠던 상위 연구대학들조차 위기에 빠졌음을 보여준다"며 "특히 민주당이 장악한 지역의 아이비리그와 명문대들이 가장 강하게 타격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공화당 지역 대학들도 같은 문제를 겪고 있지만, 공개적으로 알리는 데 소극적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미시간주립대의 케빈 구스키위츠 총장은 최근 교내 성명에서 "연방 정책 변화에 따라 재정 경로를 조정해야 한다"고 밝혔으며, 구체적인 삭감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지만 단기·중기·장기적 절감 방안을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