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애플, 구글-권력 남용을 막기 위한 법적 투쟁에서 '법적 특권' 남용 혐의로 비판받아

빅테크 기업들이 무언가를 숨기고 있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7일 보도했다.

이런 태도는 이들이 법정이든 여론의 장이든, 자신들이 지나치게 커져 버렸다는 주장에 반박하려는 노력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 오히려, 그들의 행동은 스스로 무덤을 파고 있는 셈이다.

최근 아마존(Amazon.com)은 미 연방거래위원회(FTC)의 제소에 대응하면서 수만 건에 달하는 내부 기록-제프 베이조스 창립자에 대해 좋지 않은 내용도 포함된-을 부적절하게 숨겼다는 혐의로 제재를 받을 가능성에 직면했다.

빅테크

(빅트케 기업들. 자료화면)

구글(Google)도 마찬가지다. 샌프란시스코의 한 연방 판사는 에픽게임즈(Epic Games)의 소송에서 구글이 증거 보존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판결했으며, 이는 미국 법무부가 두 건의 주요 반독점 사건에서 승소한 후 구글을 해체하려는 노력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애플(Apple)의 경우, 다른 연방 판사는 해당 기업이 법적 감시를 피하기 위해 문서를 숨기려 했다는 의혹 등을 이유로 법무부에 회부했다.

이러한 '속임수'는 경쟁사와 규제기관들이 오래전부터 제기해온 주장에 신빙성을 더해주고 있다. 이들 기업이 '왕국'을 지키기 위해 애매모호함을 전략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동시에 이들의 법정 내 행동은 비평가들의 주장-빅테크는 통제되어야 한다-을 입증하는 듯하다.

물론 애플, 구글, 아마존 모두는 자신들의 개별 소송에서 아무런 잘못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마존의 경우는 아직 판결도 나지 않았고, FTC의 비판은 애플이 법정에서 지적받은 직후 나온 것이다.

세 기업은 모두 특별한 법적 지위-'법적 특권(privilege)'-을 근거로 내부 문서의 공개를 지나치게 제한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이 문서들이 정부나 에픽을 대리하는 변호사들에게 넘겨졌어야 했다는 지적이다. 에픽게임즈는 앱스토어 수수료 30%를 우회해 자체 앱을 스마트폰에 설치하고자 하는 목적에서 애플과 구글을 상대로 수년간 별도의 소송을 진행 중이다.

전 FTC 부국장이자 현재 마이애미 대학교 법학 교수인 존 뉴먼(John Newman)은 다음과 같이 비판했다.
"법무팀은 문제가 선을 넘을 때 이를 막아야 할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이들은 그 의무를 저버리는 것에 그치지 않고, 오히려 그러한 행동을 부추기고 있습니다. 이게 우리가 빅테크라고 부르지 않고 그냥 일반 기업이었다면, '법 위에 있는 듯한 문화'라고 불렀을 겁니다."

사실 이 기업들이 스스로를 통제하지 못하는 것은 놀랄 일도 아니다. 결국 이들은 '경계를 넘는 것'을 통해 기존 질서를 무너뜨리고 시장의 정복자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그들의 사고방식은 여전히 '우리는 약자'라는 프레임에 갇혀 있다-AI, 중국, 혹은 새로운 혁신의 등장과 같은 외부 위협에 맞서 싸우고 있다고 믿는다.

또한 이 기업들의 변호사들은 고객 기업의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보호하기 위해 싸우고 있다. 디지털 채팅과 이메일이 일상화된 고위 임원들의 발언이 법정에서 '스모킹 건(결정적 증거)'이 되지 않도록 차단하는 것이다. 아니면 단순히 수백만 건에 달하는 자료를 제3의 계약업체를 통해 처리하는 복잡한 과정에서의 '실수'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런 행동이 정당화될 수는 없다.

"부자들의 특권"

반독점 변호사 메건 그레이(Megan Gray)는 이러한 법적 특권의 남용을 "부자들의 특권(rich privilege)"이라고 표현했다. 그녀는 FTC에서 근무했고, 구글의 검색 경쟁업체인 덕덕고(DuckDuckGo)에서도 일한 경력이 있다. 그녀는 이렇게 말한다.
"이런 대형 기업의 변호사들은 너무 많은 돈을 벌고 있어요. 상상할 수 없을 정도죠. 이럴 경우, 설령 문제가 생겨도 최악의 결과가 '변호사 자격 박탈' 정도입니다. 그조차도 드뭅니다."

애플의 사례에서는 미국 지방법원 판사 이본 곤잘레스 로저스(Yvonne Gonzalez Rogers)가 지난달 말 판결문에서, 애플이 특권을 주장했던 수만 건의 문서 중 절반가량이 결국 비공개에서 공개로 바뀌었다고 지적했다. 이로 인해 소송이 지연됐고, 그녀는 "그 지연은 곧 아이폰 제조사의 수익으로 이어졌다"고 밝혔다. (애플 측은 이에 동의하지 않으며 항소할 예정이다.)

아마존의 경우

FTC는 최근 제출한 서류에서 아마존이 "법적 특권을 체계적으로 남용했다"고 주장하며 제재를 요구했다. FTC에 따르면, 조사를 거쳐 아마존은 전체 특권 주장 중 92%를 철회하고 이전에 제출하지 않았던 약 7만 건의 문서를 제출했다.
이에 대해 아마존 대변인은 "재판 전에 모든 문서를 제출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으며, "한 다른 사건에서는 실수로 특권이 적용된 문서를 제출한 것과 관련해 현재 법적 절차를 밟고 있다. 수백만 건의 문서를 짧은 시간 안에 처리할 때는 양방향으로 실수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FTC는 이번 소송에서 아마존이 고객을 속여 자신도 모르게 프라임(Prime) 서비스에 가입시키도록 유도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FTC가 문제 삼은 내부 문서 중 하나는 2020년 12월에 열린 임원 회의의 메모다. 당시 임원들은 "예전에는 구독을 취소하려면 고객이 전화해야 했다"며 회상했고, 이에 대해 한 임원은 제프 베이조스가 "예전에는 '어둠의 기술 책임자(chief dark arts officer)'였다"고 말한 것으로 적혀 있다.

2023년 말, 에픽 대 구글 재판에서 미국 지방법원 판사 제임스 도나토(James Donato)는 구글이 부적절하게 특권을 주장했을 뿐 아니라, 내부 채팅 메시지를 보존하지 않은 행위에 대해서도 강하게 질책했다. 그는 이례적으로 알파벳(Alphabet)의 최고 법률 책임자이자 전직 연방 검사인 켄트 워커(Kent Walker)를 증인으로 불러냈다.

워커는 배심원이 없는 자리에서 "회사는 소송에서 증거를 보존하고 제출하는 책임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증언했지만, 판사는 그의 증언을 회피적이고 "다른 증인들과 명백히 모순된다"고 판단했다.

판사는 이렇게 말했다.

"제가 10년간 판사로 재직하며 본 가장 심각하고 충격적인 증거입니다. 어떤 당사자가 재판에서 잠재적으로 관련 있는 증거를 의도적으로 억눌렀다는 증거 중 이렇게 심각한 것은 본 적이 없습니다. 정말 끔찍한 수준입니다."

이 정도 비판을 감수하면서까지 숨기려 했다면, 도대체 그 메시지에는 얼마나 민망한 내용이 들어 있었을지 상상조차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