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디스, 미국의 마지막 트리플A 신용등급 박탈... 장기 국채 수익률 5% 돌파

미국의 악화되는 재정 상황이 월스트리트의 낙관적인 분위기에 경고음을 울리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무디스가 지난 금요일 늦게 미국의 마지막 남은 트리플A 신용등급을 박탈한 데 이어, 투자자들은 월요일 미 국채와 달러를 대거 매도했다. 무디스는 등급 강등 사유로 "막대한 재정적자와 증가하는 이자비용"을 꼽았다.

이어 일요일에는 하원 예산위원회가 향후 10년간 수조 달러에 달하는 추가 적자를 초래할 것으로 예상되는 세금 및 지출 법안을 승인해, 투자자들의 우려를 더욱 키웠다.

이날 주가는 상승 마감했지만, 채권 매도세가 이어지면서 장기 국채 수익률은 큰 폭으로 올랐다. 3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장중 한때 5%를 넘겼으며, 연중 최고치 부근에서 거래를 마쳤다.

미 국채

(미국 국채. 자료화면 )

장기 수익률 상승은 최근 몇 주간 지속된 흐름이다. 경기 침체 우려가 완화되고 인플레이션에 대한 걱정이 남아 있는 가운데, 미국의 만성적 재정적자가 국채 발행 확대를 불러올 것이라는 전망이 수익률 상승의 주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국채 수익률 상승은 국채 가격 하락을 의미하며, 이는 정부가 더 높은 금리를 제시해야 투자자들을 유인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특히 현재의 대규모 재정적자가 경기 호황기에도 발생하고 있다는 점에서 시장의 우려는 더욱 깊어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세수가 줄고 정부 지출이 늘어나는 경기 침체기와 달리, 지금은 경기가 양호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재정지출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엔연방신용조합(UNFCU)의 최고투자책임자 크리스토퍼 설리번은 "경기가 좋은 지금 이 정도의 적자를 기록한다면, 향후 경제에 문제가 생길 경우 상황은 어떻게 될 것인가?"라고 우려를 표했다.

5월 19일 기준, 3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4.937%로 마감해, 지난해 말 4.786%에서 상승했다. 10년 만기 수익률도 4.473%로 올랐으며, 이는 4월 말 4.2% 미만이었던 수준에서 크게 뛴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식시장은 상대적으로 견조한 흐름을 이어갔다. 최근 트럼프 행정부가 일부 공격적인 관세 정책을 철회하면서 경기 침체 우려가 완화된 점이 주가 반등을 이끈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S&P 500 지수는 0.1% 상승,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0.3% 상승, 나스닥 종합지수는 보합권에서 거래를 마쳤다.

하지만 시장은 여전히 국채 수익률을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 수익률은 경제 전반의 차입 비용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올해 초만 해도 많은 애널리스트들은, 만약 공화당이 세금 감면안을 재정 보전 없이 통과시킨다면 국채 수익률이 급등해 주식시장에 큰 위협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었다.

그런 우려는 트럼프 대통령이 4월 2일 대규모 신규 관세를 발표하며 잠시 뒤로 밀렸다. 당시 투자자들은 관세가 경기 침체를 유발할 수 있다는 즉각적인 공포에 휩싸였다. 하지만 세금 감면 법안이 다시 본격 논의되면서, Moody's의 강등 이전부터 재정 우려는 시장에 다시 떠오르고 있었다.

이번 법안은 만료 예정이던 세금 감면을 연장하고 일부 신규 감면을 추가하며, 동시에 메디케이드와 식료품 보조 예산을 감축하는 내용이다. 현재로선 12월 31일에 세금 감면이 종료되는 경우와 비교했을 때 향후 10년간 약 3조 달러의 재정적자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지출과 세입 간의 구조적 불균형을 오랫동안 겪고 있다. 현재 시장에 공개된 연방 부채는 약 29조 달러에 달하며, 이는 2017년 트럼프 전 대통령이 첫 세금 감면안을 서명했을 당시의 거의 두 배다. 현재 미 연방 예산 지출 중 약 7분의 1은 이자 비용에 쓰이며, 이는 국방비보다 많은 수준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최근의 재정 불안이 외국인 투자자들의 미국 자산 이탈, 이른바 '셀 아메리카(Sell America)' 흐름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는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의 고립주의 무역정책에 대한 우려와 함께 등장한 흐름이다.

State Street Global Advisors의 마이클 아론 수석투자전략가는 "이번 사태는 '미국 자산 매도' 심리에 불을 지피고 있으며, 실제 시장에서 그러한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투자자들은 정책의 향방을 지켜보고 있으며, 금리 추이도 지켜보고 있다. 이런 불확실성이 시장에 반영되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일부 투자자들은 미국 재정에 대한 우려가 수년간 지속되어 왔지만, 장기간 주식시장에 큰 타격을 주지는 않았다고 지적했다. 단기적으로는 오히려 무역 정책과 같은 변수가 시장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의견이다.

찰스슈왑의 수석투자전략가 케빈 고든은 "시장이 무엇에 초점을 맞춰야 할지 몰라 계속 방향을 전환하고 있다"며 "현시점에서 시장이 가장 주목하는 것은 여전히 관세"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