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가 무역 전쟁의 여파에서 벗어나기도 전에, 또 다른 불안 요인이 시장을 흔들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정부의 감세적책으로 인한 재정적자 확대 우려와 그로 인한 채권 금리 상승이다.

최근 트럼프 행정부와 공화당이 추진한 세금 감면안이 하원을 통과하면서, 장기 국채 시장에서는 매도세가 거세게 이어지고 있다. 특히, 3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5.1%를 넘어서며 2023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20년물 국채의 부진한 입찰 결과와 더불어, 무디스의 미국 신용등급 강등 소식 이후 더욱 가속화됐다.

이 같은 수익률 상승은 단순히 시장 움직임을 넘어 경제 전반에 부담을 줄 수 있는 신호다. 세금 감면안으로 인해 정부의 수입은 줄어들고, 지출은 유지되거나 증가하면서, 정부는 더 많은 국채를 발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이는 장기적으로 금리를 끌어올리는 구조로 이어진다.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은 10년물 국채 수익률 억제에 주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시장은 그보다 더 깊은 문제에 주목하고 있다. 투자자들이 우려하는 것은 미국 정부의 지속적인 재정 불균형이다. 실제로 일부 전문가들은 현재의 재정 정책이 지속 가능하지 않다며 경고하고 있다.

피터 베레진 BCA리서치 수석 전략가는 "지난달 관세가 불안 요인이었다면, 이번에는 금리와 주가가 어디까지 올라야 트럼프와 의회가 현실을 직시할지 지켜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 의회예산국(CBO)은 이번 세금 법안이 향후 몇 년간 GDP 대비 약 7% 수준의 적자를 초래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전시 상황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전례 없는 수준의 재정 적자다. CBO는 또한 세금 감면이 내년 경제에 약 2,800억 달러의 부양 효과를 줄 수 있다고 보았지만, 이는 수입품에 대한 관세 인상으로 인한 충격을 상쇄하는 데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백악관과 공화당은 CBO의 전망이 과장됐다고 반박한다. 그들은 관세, 규제 완화, 경제 성장 효과를 통해 세수 증가가 가능하며, 이로 인해 세금 감면의 재정 손실은 충분히 상쇄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시장은 여전히 구체적인 지출 절감이나 수입 증대 계획이 없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크리슈나 구하 Evercore ISI 부회장은 "미국은 실질적인 재정 건전화 없이 막대한 적자를 계속 안고 갈 것이며, 다음 위기 때는 그 규모가 더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채권 수익률 상승은 미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일본과 유럽 등 주요국의 장기 국채 시장도 최근 동반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미국의 세금 감면안이 가진 구조적 문제를 간과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미 국채

(미국 채권. 자료화면)

공화당 소속 경제학자이자 전 CBO 국장이었던 더글러스 홀츠-이킨은 "이번 법안에는 의미 있는 내용도 있지만, 대부분은 효과가 없거나 오히려 문제를 악화시킬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이 같은 금리 상승은 특히 부동산 업계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Walker & Dunlop의 CEO 윌리 워커는 "세금 감면 효과는 지속적인 금리 인상으로 상쇄될 가능성이 크며, 이는 부동산 가치 하락이라는 역풍을 만들어낼 것"이라 경고했다. "그 구조를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은 바로 트럼프 대통령일 것"이라는 덧붙임은 의미심장하다.

그렇다면 10년물 수익률이 5%를 넘을 경우, 의회나 행정부가 방향을 바꿀 가능성은 있을까? 파이퍼 샌들러의 정책 리서치 책임자 앤디 라페리에르는 "그럴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단언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초기에는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정부 효율성부(DOGE)'**를 신설하며 재정 절감과 국민 환급을 약속했지만, 지금은 그 계획이 거의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라페리에르는 최근 열린 정책 콘퍼런스에서 "DOGE는 예산 절감 효과 없는 '공허한 조직'에 불과하며, 실제로는 위기 상황이 오기 전까지는 아무 조치도 없을 것"이라는 결론이 나왔다고 전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복지제도 개혁에 전혀 관심이 없으며, 현재의 공화당은 10년 전보다도 재정적자 문제에 무관심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