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 폭격기 타격한 드론 공습... 러시아 핵 억제력까지 위협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공군 기지를 대상으로 전례 없는 드론 공격을 감행해, 모스크바의 전쟁 수행 능력과 장기적 군사 전략에 타격을 입혔다. 이 공격은 미국 등 먼 거리의 적국을 위협할 수 있는 러시아의 역량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잠재적인 지전략적 변화를 예고한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일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거미줄 작전(Operation Spider's Web)'으로 명명된 이번 작전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유도미사일 공격과 핵전력 운용에 사용하는 핵심 전략 폭격기들을 정밀 타격했다. 우크라이나는 이번 공격으로 러시아의 구형 투폴레프(Tupolev) 폭격기 중 40대 이상을 파괴하거나 손상시켰다고 밝혔다. 공개 소스를 분석한 군사 전문가들은 위성사진과 온라인 영상 등을 토대로 최소 14대가 피해를 입은 것으로 추정했다.
이들 구형 폭격기는 러시아가 더 이상 생산하지 않고 있으며, 장거리 비행과 대량 무기 탑재가 가능한 러시아의 대표적 전력 투사 수단이었다. 러시아는 최신 전투기를 보유하고 있지만, 이들 기종은 투폴레프 폭격기에 비해 항속거리와 무장 탑재 능력에서 현저히 뒤처진다.
뿐만 아니라, 우크라이나는 공중 지휘통제를 위한 희귀한 안토노프 항공기 한 대도 파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현대전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전력으로, 러시아 공군에 적지 않은 공백이 예상된다.
러시아 정부는 일부 피해를 인정하면서도 이를 "테러리스트 공격의 일부를 저지했다"고 주장했지만, 구체적인 방어 증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우크라이나 보안정보국(SBU) 바실 말리우크 국장은 "이번 공습은 젤렌스키 대통령의 직접 지시에 따라 이뤄졌다"며 "우리 국민을 밤낮없이 폭격해온 러시아가 이제 '보복은 피할 수 없다'는 현실을 체감하게 됐다"고 밝혔다.
드론 공격이 이뤄진 기지는 우크라이나에서 최대 3,000마일 이상 떨어져 있는 원거리 기지들로, 러시아는 이처럼 멀리 떨어진 기지들이 공격을 받으리라 예상치 못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로 인해 러시아는 남은 전략 폭격기들을 보호하기 위한 작전 변경과 방어 시스템 재배치가 불가피하게 됐다.
미국과 마찬가지로 러시아는 냉전 말기 미국과의 핵무기 감축 협정 이행의 일환으로 장거리 폭격기를 야외에 주기시키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 공격은 그런 점을 정밀 타격의 약점으로 노린 셈이다.
문제는 러시아의 광범위한 방공 시스템도 이처럼 소형이고 느린 장거리 드론까지 완벽히 방어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드론 공격이 계속되면서 러시아는 점차 폭격기들을 우크라이나로부터 먼 기지로 이전시켜왔고, 이로 인해 작전 반경이 길어지면서 미국 및 서방 정보 당국이 이들의 움직임을 감지할 기회도 늘어나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번 공격이 러시아 내부에서 준비되고 발사됐다고 밝히며, 이는 러시아 내 불안과 공포를 확산시킬 것이고, 동시에 푸틴 정권의 내부 통제 강화와 탄압을 불러올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미국 정보기관들은 푸틴 대통령이 기본적으로 '편집증적' 성향이 강하다고 분석하고 있으며, 이번 사건으로 인해 그가 내부의 적에 대한 불신을 더욱 강화하고, 보안 기관의 숙청이나 구조 조정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된다. 실제로 2022년 우크라이나 대규모 침공 실패 이후 러시아는 이미 여러 차례 보안 및 정보기관 개편을 단행한 바 있다.
러시아는 지금까지 투폴레프 폭격기들을 이용해 우크라이나 전역의 민간 시설과 도시를 폭격해 수천 명의 민간인 사망자와 부상자를 냈다.
이번에 타격을 받은 Tu-95 폭격기는 미국의 B-52, B-1 전략폭격기와 유사한 역할을 해왔다. Tu-95는 1950년대에 처음 비행한 기종으로, 당시 소련은 장거리 제트엔진 기술이 부족해 쌍반전 프로펠러 엔진을 채택했으며, 지금도 그 방식이 유지되고 있다.
그러나 기체의 연식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미국의 B-52 역시 1949년에 설계되어 여전히 운용 중이며, 2050년까지 운용이 계획되어 있다. 오히려 문제는 러시아가 현재의 항공 산업 역량으로는 투폴레프의 역할을 대체할 기종을 새로 설계·생산할 능력이 없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 측의 주장대로 상당수의 전략 폭격기가 파괴됐다면, 이는 러시아가 글로벌 초강대국으로서의 위상을 유지하는 데 심각한 손실이라고 평가한다.
전략폭격기는 핵무기 운반 능력의 핵심 요소로, 이는 핵 삼중 체계(nuclear triad) 중 하나다. 나머지 두 요소는 **잠수함 발사 미사일(SLBM)**과 **지상 발사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이다. 하지만 러시아 해군은 최근 몇 년간 유지 및 현대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지상기반 ICBM의 실전 준비태세도 외부에서 정확히 판단하기 어렵다.
우크라이나는 이번 공습 외에도 러시아 영토 깊숙한 곳의 군사 및 에너지 기반시설에 대한 장거리 타격을 계속해오고 있다. 지난해에는 미국의 핵공격 조기 경보용으로 설계된 러시아의 레이더 안테나를 파괴했고, 크림반도와 러시아 본토를 잇는 케르치 해협 대교를 해상 드론 및 차량폭탄을 이용해 여러 차례 타격한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