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기술과 구식 첩보술을 결합해 러시아 본토 공군기지 타격

우크라이나가 일요일(6월 1일) 감행한 전격적인 드론 공격은, 2023년 가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자국 정보수장에게 내린 고심 어린 지시로부터 시작됐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당시 러시아는 전략폭격기를 통해 우크라이나의 발전소와 도시들을 지속적으로 공격하고 있었고, 우크라이나는 빈약한 방공망으로 속수무책이었다. 이에 젤렌스키 대통령은 바실 말리우크 우크라이나 국가보안국(SBU) 국장에게 "어떻게 반격할 수 있을까?"라고 물었다.

올해 42세인 말리우크는 흑해함대 철수와 러시아 석유·군수 인프라를 파괴한 해상·공중 드론 작전의 지휘자로 이름을 알린 인물이다. 그러나 러시아 전략폭격기들은 대부분 우크라이나에서 3,000마일 이상 떨어진 기지에 주둔 중이라, 장거리 드론으로도 타격이 쉽지 않았다.

■ 드론, 러시아 내부에서 비밀 조립 후 투입

말리우크와 SBU는 전 세계를 놀라게 한 작전을 구상했다. 우크라이나는 드론 부품을 비밀리에 러시아로 밀반입한 후, 러시아 내부의 은밀한 장소에서 드론을 조립했다. 이후 SBU 요원들은 목재 컨테이너 지붕 속에 드론을 숨긴 채, 아무것도 모르는 트럭 운전사들을 이용해 러시아 공군기지 인근으로 이송했다. 공격 당일, 지붕은 원격조종으로 열렸고, 수십 대의 드론이 하늘로 솟구쳤다. 일명 '트로이 목마' 방식이었다.

우크라이나 드론공격 장면

(우크라이나 드론의 공격장면. 텔레그램)

SBU가 공개한 영상에는 크기가 훨씬 큰 전투기에 그대로 돌진하는 드론의 모습이 담겼다. WSJ가 공개 영상, 위성사진, 우크라이나 정부 발표, 소식통 증언 등을 종합한 바에 따르면, 이번 작전은 국내 기술과 고전적인 속임수를 절묘하게 결합해 치밀하게 준비된 것으로 드러났다.

우크라이나는 단가 약 2,000달러의 드론으로 70억 달러 규모의 러시아 전폭기 41대를 손상시켰다고 밝혔다. WSJ이 분석한 위성사진과 영상에서는 최소 12대의 전폭기가 두 곳의 공군기지에서 손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 최소 3개 기지에서 피해 확인... 러 전략공군 '심각한 타격'

공격 대상으로 지목된 4곳 중 3곳에서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보이며, 벨라야와 올레냐 기지에서는 실제 손상된 항공기가 확인됐다.

  • 벨라야 기지: Tu-95 전략폭격기 및 Tu-22M3 초음속 폭격기가 파괴된 것으로 분석됨

  • 올레냐 기지: Tu-95 폭격기 잔해와 화재 흔적 다수 포착

  • 댜길레보 기지: 소규모 화재 흔적만 확인됨

이들 기체는 대부분 노후화된 소련 시절 설계로, 부품 조달이 어려운 만큼 경미한 손상도 작전 공백을 야기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SBU는 이번 작전에 사용된 드론이 우크라이나 기업 '퍼스트 콘택트(First Contact)'에서 제조한 '오사(Osa, 말벌)' 모델이라고 밝혔다. 이 드론은 팔 길이 정도의 크기로, 약 3kg의 폭발물을 탑재하고 시속 90마일로 비행할 수 있으며, 셀룰러 네트워크 기반 원격조종도 가능하다.

■ 러시아 내부에서 드론 이륙... 트럭 지붕 원격 개방

러시아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일부 트럭 운전사들은 자신들이 드론을 실은 줄 몰랐으며, 공항 근처의 휴게소나 주유소에서 대기하라는 지시만 받았다고 진술했다. 이후 정해진 위치에 정차하자, 컨테이너 지붕이 열리고 드론이 일제히 이륙했다.

공개된 영상에는 러시아 병사들이 드론을 향해 총을 쏘고 돌을 던지며 저항하는 장면이 담겼다. 일부 병사는 SNS에 자조 섞인 영상까지 올리며 현장의 혼란을 실감케 했다.

SBU가 공개한 도면에는 전폭기 내부 연료탱크의 위치가 빨간 십자가로 표시돼 있었으며, 이는 드론의 소형 폭발물로도 큰 화재를 유발할 수 있는 취약 지점이었다.

■ 젤렌스키 "우리는 아직 싸우고 있다"... 말리우크에 직접 감사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는 유럽, 미국, 전 세계에 자신들이 이기고 있고 안전하다고 선전해 왔다. 이번 작전은 그 거짓된 서사를 뒤엎었다"고 강조하며, 말리우크 국장에게 직접 감사 인사를 전했다.

러시아 측은 사건 직후 첼랴빈스크 지역의 창고를 급습하고 조사에 나섰다. 일부 러시아 언론은 우크라이나 출신의 DJ가 작전 물류를 담당했다고 보도했지만, 본인은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러시아군 전략공군이 받은 이번 타격은 단순한 전력 손실을 넘어, 우크라이나의 정보작전 역량과 기술적 독립성을 세계에 각인시킨 사건으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