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 지지자, 주식시장 낙관론 강해...민주당 지지자, 해외 자산 이동 등 방어적 태도
정치적 성향 반영된 투자 전략, 장기 수익률은 '기본 전략'에 못 미쳐
미국 투자자들이 주식시장을 바라보는 시각이 그 어느 때보다 정치적 양극화 양상을 띠고 있다. 월가에서는 "정치를 투자에 끌어들이지 말라"는 오래된 격언이 있지만, 실제로는 많은 미국인들이 자신의 정치 성향에 따라 투자 전략을 달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5일 보도했다.
올봄 갤럽이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향후 6개월간 주식시장이 하락할 것이라고 응답한 민주당 지지자 비율이 공화당 지지자보다 59%포인트나 높았다. 반면, 주가가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감은 공화당 지지자들이 민주당보다 47%포인트 앞섰다. 이는 갤럽이 2001년부터 관련 데이터를 수집한 이래 최대 격차다.

이처럼 극심한 '낙관주의 격차(optimism gap)'는 실질적인 투자 결정으로 이어지고 있다. 약 120억 달러 규모의 자산을 관리하는 벨에어 인베스트먼트 어드바이저스(Bel Air Investment Advisors)의 데이비드 새드킨 파트너는 "누가 누구에게 투표했는지를 알면 그 사람이 주식시장에 대해 어떻게 느끼는지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봄철에 발표한 고율 관세 조치 이후, 고객들로부터 미국 자산을 전면 해외로 옮기고 싶다는 요청을 받았다고 밝혔다. 특히 트럼프의 정책을 탐탁지 않게 여기는 한 부유한 부부는 미국 주식과 채권, 달러 가치가 모두 하락할 것이라 우려하며 해외 자산으로의 전환을 문의했다.
"민주당 정권 땐 비관, 공화당 정권 땐 낙관"
정치 성향과 경제 인식 간의 상관관계는 새로운 현상이 아니다. 소비자들이 정권에 따라 달걀이나 우유값에 대해 다른 평가를 내리는 현상은 오래 전부터 존재해 왔다. 그러나 미시간대학 소비자 설문조사에 따르면, 2016년 트럼프 당선 이후 이 같은 인식 격차는 더욱 심화됐다.
갤럽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01년 조지 W. 부시 대통령 당시에는 공화당과 민주당 간 시장 낙관론의 격차가 13%포인트였지만, 현재는 무려 47%포인트로 확대됐다.
이러한 인식은 투자 포트폴리오 구성에서도 반영된다. 한 연구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 성향이 강한 지역과 공화당 성향이 강한 지역의 고액자산가들은 서로 다른 종목을 선택하는 경향이 뚜렷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현상은 2013년 오바마 대통령 재임기에 시작되어 트럼프 1기 내내 더욱 커졌다고 이 연구를 수행한 일레나 피쿨리나 교수는 설명했다.
"트럼프 스타일이면 시장에 유리"
트럼프 지지자 중 한 명인 켄터키주 루이빌의 식당 운영자 브루스 베스텐(68)은 4월 관세 발표 직후 시장이 급락하자 엔비디아(Nvidia) 등의 주식을 매입했다. 그는 "언론이 과장한 공포가 오히려 매수 기회를 제공했다"며, 트럼프식 리더십이 "사업 환경에 유리하고, 그것이 곧 시장에 유리하다"고 주장했다.
베스텐은 에너지 및 금융주 위주의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있으며 약 20여 종목의 주식을 보유 중이다.
'MAGA ETF' 등 이념 기반 펀드 등장...성과는 제각각
이 같은 정치 성향을 자산 운용 전략에 접목한 상품들도 생겨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연계된 트럼프 미디어 & 테크놀로지 그룹은 '비각성(non-woke)' 기업에 투자할 수 있는 상품을 출시했다. '미국 보수 가치 ETF(American Conservative Values ETF)'와 '포인트 브릿지 아메리카 퍼스트 ETF(MAGA)'는 수천만 달러의 자금을 유치했다.
하지만 수익률은 엇갈렸다. 보수 가치 ETF는 최근 3년간 S&P 500과 유사한 성과를 냈지만, MAGA ETF는 같은 기간 지수 대비 20%포인트 이상 뒤처졌다.
관세 발표 이후 시장이 빠르게 반등하면서, 정치적 판단에 따라 매도한 투자자들은 회복 기회를 놓쳤다. 현재 S&P 500은 사상 최고치 부근을 회복한 상태다.
"그냥 버티는 것이 정답일 수도"
정치 성향이 강한 투자자조차도 장기적 관점에서는 매수 후 보유 전략이 더 유리하다는 통계도 있다. 비스포크 인베스트먼트 그룹의 폴 히키에 따르면, 1953년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 취임 시점에 1,000달러를 투자해 공화당 집권기에만 보유했다면 현재 약 2만9천 달러로 불어났을 것이다. 민주당 집권기에만 보유했다면 두 배 이상, 그냥 들고만 있었을 경우는 약 190만 달러로 늘어났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는 투자자들도 있다. 뉴욕 이타카의 에크나스 벨베이스(54)는 트럼프 대통령과 우크라이나 대통령 젤렌스키 간의 외교적 충돌 이후 미국의 대외관계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고 말하며, 미국 주식 비중을 전체 포트폴리오의 50%까지 낮췄다.
한편, 아리조나주 패러다이스 밸리의 은퇴자 로널드 갤러거(81)는 트럼프가 재집권한 상황에서 시장이 더 좋을 것이라 믿고 있지만, 바이든 대통령 시절에도 포트폴리오를 그대로 유지해 지난 2년 동안 연평균 20% 이상의 양호한 수익을 얻었다고 말했다. 그는 "그 수익은 바이든 덕분이 아니었다"고 말하면서도 결과적으로는 만족스러운 수익률을 거뒀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