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역에 걸쳐 장기간 누적된 오피스 과잉공급 문제가 본격적으로 해소되기 시작했다. 부동산서비스회사 CBRE에 따르면, 올해 미국 내 오피스 공급량은 25년 만에 처음으로 순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WSJ 보도에 따르면, 팬데믹 이후 지속된 재택근무와 높은 공실률, 건물 가치 하락 등이 맞물리며 신규 오피스 건설은 급감했고, 오래된 오피스 건물의 철거 및 주거용 건물로의 전환은 빠르게 늘고 있다.

개발업자들은 수년간 연방 세금 감면, 낮은 금리, 기술 스타트업의 임대 수요 등에 이끌려 도시 곳곳에 오피스 타워를 우후죽순으로 건설했다. 그러나 팬데믹 이후 원격근무가 확산되고, 스타트업들의 자금 흐름이 악화되면서, 임대 수요는 급감했고, 오피스 공실률은 사상 최고치로 치솟았다. 이에 따라 상당수 오피스 건물이 무용지물로 전락했다.

과거에는 오피스 건물을 주거용으로 전환하는 것이 매력적 대안처럼 보였지만, 매입 비용과 구조적 제한으로 인해 경제성이 맞지 않아 대부분 실현되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건물 가격이 급락하고, 도시의 구획 규제 완화와 정부 인센티브 확대가 추진되면서 상황은 빠르게 바뀌고 있다.

일부 기업들은 원격근무를 종료하고 직장 복귀를 장려하기 시작하면서, 오피스 수요도 다시 증가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뉴욕 맨해튼 상업용 오피스 공실

(뉴욕의 오피스 빌딩, 자료화면)

CBRE의 미국 오피스 리서치 책임자 제시카 모린은 "이런 전환은 도심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힘이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오피스 전환 프로젝트가 이뤄지고 있는 지역에서는 새 입주민이 유입되며, 거리의 상업활동과 문화·생활 인프라도 다시 활기를 되찾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뉴욕 맨해튼 타임스스퀘어 5번지다. 뉴욕의 부동산 개발업자 스콧 렉슬러는 현재 해당 부지를 최대 1,250세대 규모의 아파트 단지로 전환 중이며, 이 중 313세대는 저소득층을 위한 임대주택으로 구성된다. 그는 이 건물을 2019년 대비 약 40% 낮은 가격에 매입했고, 시 정부로부터 90% 세금 감면 혜택도 받았다. 그는 "이 같은 프로그램이 없었다면 경제성이 맞지 않아 사업을 추진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CBRE는 올해 미국 내에서 철거 또는 전환으로 사라질 오피스 공간이 약 2,320만 제곱피트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2019년의 3배 이상이다. 반면, 올해 새롭게 공급될 오피스는 1,270만 제곱피트로, 2019년 대비 4분의 1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아직 전체 오피스 시장의 회복을 논하기는 이르다고 지적한다. 현재 미국 내 오피스 공실률은 평균 19%로 여전히 높은 수준이며, 많은 건물주는 세입자들이 요구하는 리모델링 및 편의시설을 제공할 여력이 없다.

코스타(CoStar)의 미국 오피스 분석 책임자 필 모블리는 "업계 전체에 대해 낙관적인 전망을 하기엔 아직 이르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몇 긍정적인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4월까지만 해도 금리와 경기침체 우려로 위축되었던 오피스 임대 활동은 다시 활기를 띠고 있으며, 신규 계약자 가운데 40%는 오히려 확장 목적으로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이전 분기의 33%에서 상승한 수치다.

또한, 블랙스톤과 같은 대형 투자자들도 다시 오피스 시장으로 복귀하고 있다. 블랙스톤은 이달 초 맨해튼 1345 Sixth Ave의 50층 규모 오피스 건물 지분 46%를 인수했으며, 거래 가치는 14억 달러에 달했다. 이는 2022년 이후 블랙스톤의 첫 주요 미국 내 오피스 투자이며, 샌프란시스코에서 이뤄진 이전 거래와 함께 시장 복귀 신호로 해석된다.

블랙스톤의 글로벌 부동산 공동대표 나딤 메그지는 "파크애비뉴와 식스애비뉴 인근 공실률이 급격히 감소했고, 신규 개발도 거의 없어 공급이 부족해질 경우 임대료와 점유율이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러한 흐름은 아직 초기 단계에 불과하지만, 미국 오피스 시장의 방향성과 구조가 팬데믹 이후 새롭게 재편되고 있다는 사실만은 분명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