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개발한 초대형 벙커버스터 폭탄 'GBU-57'(일명 MOP: Massive Ordnance Penetrator)이 이란의 지하 핵시설을 무력화시킬 가장 유력한 수단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8일 보도했다. 

30,000파운드(약 13.6톤)에 달하는 이 폭탄은 고밀도 강철 외피로 제작되어 200피트(약 60미터)의 산악 암반을 관통한 뒤 목표물을 파괴하도록 설계됐다. 군사 분석가들은 이 무기가 이란이 산 아래 건설한 포르도(포르도우) 농축시설 등 고강도 방호시설을 겨냥하기에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GBU-57

(GBU-57 벙커버스터 폭탄,AP)

국방부에서 군사 목표에 맞춰 무기 배치를 담당했던 마크 칸시안 전 국방부 관료는 "이 무기는 바로 이런 임무를 위해 개발된 것"이라고 말했다.

핵무기 대신 선택된 '현실적 대안'

과거 미군은 산악지대의 목표를 파괴하기 위해 핵무기 투하도 검토했지만, 정치적 부담이 큰 탓에 새로운 재래식 대안으로 약 4억 달러를 들여 MOP 개발을 추진했다. 현재 미군은 약 20발의 MOP를 보유하고 있으며, 스텔스 전략폭격기 B-2를 통해 투하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이란의 핵시설 중 하나인 나탄즈(Natanz) 지하 원심분리기 시설은 이미 지난 금요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큰 타격을 입었다고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전했다. 그러나 아직 포르도 시설은 공격받지 않았다.

이스라엘 단독 작전도 고려 중

이스라엘은 이란 핵 프로그램을 저지하기 위한 공격을 본격화하고 있으며, 군사 지도자와 핵 과학자, 핵 시설 모두를 공격 대상으로 삼고 있다. 이스라엘 군 관계자는 "포르도에 대한 독자적인 공격 계획과 수행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밝히면서도 구체적인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

이스라엘은 과거 헤즈볼라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를 베이루트 지하 벙커에서 제거한 사례처럼 소형 관통 폭탄을 집중 투하하거나, 위험을 감수한 특수부대 침투, 사이버 공격, 표적 암살 등의 방법도 고려할 수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미국의 MOP 투하가 가장 확실한 성공 가능성을 가진 선택지라고 평가한다.

군사적 계산과 외교적 메시지

미국은 아직 이스라엘의 공습에 직접 참여하지 않았지만, 항공모함 전단 추가 배치를 포함한 병력 증강을 진행 중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외교적 해법을 강조해왔지만 최근 들어 강경 노선을 취하고 있으며, 이란 최고지도자를 '손쉬운 표적'이라 부르며 "무조건 항복"을 촉구하기도 했다.

국제원자력기구는 핵시설에 대한 직접 공격이 방사능 유출 위험을 야기할 수 있다고 경고했으나, 전문가들에 따르면 포르도 시설의 경우 외부 방사능 노출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

WSJ가 확인한 정보에 따르면, 포르도 시설을 완전히 무력화하려면 최소한 MOP 6발 이상이 필요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