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18일 기자회견에서 "연준은 현재 경제 상황에 잘 대비되어 있다"고 자신감을 보이면서도, 동시에 "사실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잘 모른다"고 인정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4월 2일 '해방의 날(Liberation Day)'이라 명명하며 대규모 관세 부과를 발표한 이후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나온 발언이다.
WSJ에 따르면,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은 이번 관세로 인해 물가 상승이 불가피하다고 전망하고 있으며, 이는 최근 3년간의 인플레이션 대응을 마무리하지 못한 연준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

파월 의장은 "우리는 이런 상황을 경험해본 적이 없다"며, "이번만큼은 경제 예측 능력에 대해 겸손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물가 상승률은 다소 둔화했지만, 관세 효과는 아직 본격적으로 반영되지 않았다. 노동 시장 또한 약간의 냉각 조짐을 보이고 있으나, 실업률은 여전히 낮은 4.2% 수준이다.
에버코어 ISI의 크리슈나 구하 부회장은 "지금까지의 데이터를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반쯤 찬 물잔일 수도, 반쯤 빈 물잔일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연내 기준금리 인하? 7월은 어려워... 9월이 유력
파월 의장은 7월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하지 않았으며, 시장은 9월을 금리 인하 재개 시점으로 보고 있다. 그는 "우리는 이번 여름 동안 관세에 대해 훨씬 더 많은 것을 배우게 될 것"이라며 "금리 인하는 빠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연준이 이날 발표한 금리 전망에서는 정책위원 19명 중 절반 이상인 10명이 연내 최소 두 차례 금리 인하를 예상한 반면, 금리 동결을 고수하는 위원도 7명으로 늘었다. 이는 3월 당시 4명에서 증가한 수치로, 연준 내 의견 차가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파월 의장은 내부 갈등설을 일축하며 "각자 제시한 금리 경로 모두 나름의 논리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연준 다수 인사들이 명확한 경기 둔화 신호 없이는 인하에 소극적이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트럼프와의 긴장... "우리는 독립된 기관"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연준이 연 4.3% 수준의 금리를 유지하며 정부 차입 비용을 부풀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우리는 바보 같은 사람이 연준에 있다"며, 파월 의장을 정면으로 공격했다. 트럼프는 연준이 4~10차례 금리 인하를 단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부 투자자들은 명확한 경기 침체 조짐 없이 무리하게 금리를 내릴 경우, 장기 금리가 오히려 상승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그러나 트럼프는 연준을 비판함으로써, 향후 경기 침체 발생 시 자신이 옳았음을 주장하려는 정치적 계산도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시타델 증권의 마이클 드 패스는 "연준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정책을 정하는 것은, 독립성을 강조하는 데 중요한 시점"이라고 평가했다.
가장 큰 변수는 '관세'... 누가 비용을 부담할까?
파월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 내내 "우리가 아직 모르는 것이 많다"고 강조했다. 특히 관세가 소비자 물가에 어떤 영향을 줄지, 기업들이 가격 인상분을 얼마나 전가할 수 있을지 등이 주요 불확실성으로 꼽힌다.
"공급망에는 여러 주체가 존재한다. 제조업체, 수출업자, 수입업자, 소매업자, 소비자 등이 모두 있다. 이들 각자 모두 관세 부담을 피하려 할 것이지만, 결국 누군가는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파월은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