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티베트 전역에 수백 개 유치원 건설... 공산당 충성심 유도하며 전통문화 침식

중국은 지난 20여 년간 티베트 아동을 점점 더 어린 나이에 국영 기숙학교로 보내며, 티베트의 고유 문화를 약화시키고 세대 간의 저항 정신을 잠재우려 시도해왔다으나 중국 지도부의 기대만큼 효과는 크지 않았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 이 28일 보도했다.

이에 당국은 최근 4세 유아들까지 부모로부터 떼어내어 중국 공산당에 충성하도록 조기 교육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아이들이 티베트 언어와 생활방식을 완전히 익히기 전에 개입하려는 것이다.

중국은 독립 염원을 간직한 티베트 전역에 수억 달러를 투입해 유치원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으며, 이곳에서는 표준 중국어(보통화)로 교육하고 중국 문화 중심의 커리큘럼이 운영된다. 교육 초점은 단순한 기초 교육을 넘어, "나는 중국 아이, 보통어를 사랑해요"라는 슬로건 아래 공산당을 찬양하는 내용으로 구성돼 있다. 일부 교사들은 아이들에게 자신들의 옷과 음식, 복지가 모두 당의 선물임을 강조하는 연극을 연출한다.

"붉은 유전자가 피 속에 스며들도록" - 시진핑 주석의 명령

중국 정부는 유치원을 졸업한 아동을 초등학교 기숙 시스템으로 편입시키고 있으며, 이들은 대부분 보통어로 수업을 받고 교사 및 한족 기숙사 감독관의 지도를 받는다. 일부 지역에서는 유치원 단계부터 아예 기숙학교로 진학시키는 실험이 진행되고 있다.

이는 시진핑 국가주석의 신념을 반영한 것이다. 그는 "붉은 유전자가 아기 때부터 피에 스며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당국은 유아기부터 중국적 정체성을 주입함으로써, 달라이 라마 후계 구도에서 중국 정부에 우호적인 세대를 양성하고자 한다.

"말은 통하지만 마음은 닿지 않는다"... 보통어 중심 교육의 여파

한 21세 티베트 여성은 본인은 티베트어 학교에서 공부했지만, 조카들은 6세부터 중국어 중심의 기숙학교에 다니고 있다고 전했다. 부모·조부모와의 의사소통이 힘들어지고 있으며, 아이들은 기본적으로 중국어로 사고하게 되었다고 덧붙였다.

컬럼비아대 정치학자 텐진 도르제는 "티베트 역사상 이런 일은 없었다"며, 티베트인들이 서로 중국어로 대화하는 현실을 지적했다.

티베트 액션 인스티튜트에 따르면, 티베트 자치구 및 인근 4개 성에 걸친 티베트 지역에서 80만 명 이상의 학생들이 기숙학교에 다니고 있으며, 이는 학령기 아동의 75%에 해당한다.

기숙 유치원 급증... 하루 종일 중국식 교육

WSJ가 확인한 정부 문서와 영상, 사회관계망(SNS) 게시물에 따르면, 유치원은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운영되며, 낮잠용 침대가 갖춰져 있다. 교실에서는 "하루 한 문장 보통어"라는 화면을 배경으로 아이들이 손을 맞잡고 노래를 부르며 중국 공산당 찬양 시를 암송한다.

일부 유치원에서는 유아를 위한 기숙 시스템까지 도입하고 있다. 쓰촨성 아바현 정부는 올해 5월, 4곳의 유아 기숙학교가 거의 완공되었다고 밝혔다. 인근 지역에서도 유사한 기숙 유치원이 확인되었으며, 일부 학교는 주말마다 버스를 운행해 아이들을 집으로 데려다주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아이들이 점점 달라지고 있다"... 세대 간 단절 심화

티베트를 떠난 25세 남성은, 자신이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중국어 교재가 도입되었고 마르크스·레닌 사상 수업이 시작되었다고 회상했다. "그땐 아무것도 이해 못했다"고 말한 그는, "지금은 어린 사촌들이 집에 와도 말이 잘 통하지 않는다. 생각하는 방식이 다르다. 중국식 사고에 세뇌됐다"고 덧붙였다.

양날의 검이 된 교육... 공교육의 혜택과 그 이면

정부 학교는 교육 자원이 부족한 유목민, 농민 가정의 부모들에겐 매력적인 선택지다. 수학, 과학 등 고소득 직업과 연결될 수 있는 과목을 배울 수 있고, 일부 학생은 대학 진학 기회도 얻는다. 그러나 이 교육은 무료이지만 보이지 않는 대가를 요구한다.

15세 소남 초에스토는 7년 전 초등 기숙학교에서 보낸 1년을 "시설은 좋지만 고립되고 외로운 생활"로 묘사했다. 학생들은 8인 1실로 생활하며, 시험 점수가 낮거나 규칙을 어길 경우 손바닥을 맞거나 맨발로 코트를 반복 점프하는 등의 체벌을 받았다. 대다수 수업은 보통어로 진행됐고, 거의 모든 교사는 한족이었다.

그녀는 "중국어를 못하는 아이들에게는 관심조차 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달라이 라마의 망명과 티베트인의 저항

중국은 1950년 마오쩌둥 주석 지시에 따라 티베트에 진입했고, 이는 1959년 반란과 유혈 진압으로 이어졌으며 달라이 라마는 인도로 망명했다. 이후 중국 지도부는 유화책과 탄압을 오가며 통제력을 강화했지만, 여전히 저항은 계속되고 있다.

한때 티베트에서는 불교 사원이나 민간 학교를 통해 대안 교육이 가능했지만, 시진핑 집권 이후 소수민족 고유 정체성 표현에 대한 탄압이 강화되면서 대부분 폐쇄되었다. 2021년에는 아동 발달계획에서 '이중언어 교육' 언급이 삭제됐으며, 시 주석은 티베트를 방문해 "중국 국가와 당, 문화에 대한 정체성을 강화하라"고 지시했다.

결론: 사라지는 언어, 남겨진 저항

SOAS 런던대 로버트 바넷 교수는 "중국은 티베트 문화를 없애려는 게 아니라 외과수술처럼 선별적으로 잘라내고 있다"며, 교육이 그 핵심 전략임을 지적했다.

중국 비영리단체에서 활동하던 두안 진저는 "보통어를 말하는 티베트인을 만든다고 해서 민족 간 갈등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오히려 반발할 수 있는 집단이 보통어로 저항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달라이 라마가 후계자를 중국 외부 '자유세계'에서 환생시키겠다고 선언한 가운데, 중국의 티베트 교육 정책은 그 어느 때보다 정치적으로 첨예한 국면에 진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