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덱스 펀드는 오랫동안 안전하고 장기적인 분산투자의 상징이었다. 하지만 최근 이 펀드들이 점점 더 위험해지고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투자자들이 분산(diversification)이 아닌 '디버시피케이션(deversification)', 즉 소수 종목에 집중하는 전략으로 치닫고 있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칼럼니스트 제이슨 즈웨이그는 최근 칼럼에서, ETF(상장지수펀드) 시장에서 이러한 현상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새롭게 출시되는 ETF일수록 보유 종목 수가 적고, 시장 전체보다는 특정 종목이나 산업에 집중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는 수익의 변동성을 키우고, 투자자들이 자신도 모르게 과도한 위험에 노출되도록 만든다.

실제 1998년 당시 인덱스 펀드의 85%가 시가총액 가중 방식으로 구성돼 있었지만, 2024년 말 기준으로는 이 비중이 40%로 줄었다. 같은 기간 평균 인덱스 펀드 내 종목 수도 503개에서 123개로 감소했다. 과거에는 시장 전체에 분산 투자하던 펀드가 이제는 특정 섹터나 심지어 단일 종목에 집중하는 '극한 투자 상품'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뉴욕 증권 거래소

(뉴욕증권 거래소. 자료화면)

이는 단순히 구조적인 변화만은 아니라고  WSJ는 평가했다. WSJ에 따르면,  ETF 운용사들은 더 높은 수수료 수익을 올리기 위해, 투자자들은 더 큰 수익과 짜릿한 성과를 기대하며 이런 상품을 선택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투자 방식은 변동성이 크고, 손실 가능성도 높다.

1985년부터 2024년 사이, 평균 개별 주식은 고점 대비 최대 81% 하락을 겪었으며, 절반 이상은 다시 고점을 회복하지 못했다는 통계가 이를 뒷받침한다.

특히 단일 종목의 일일 수익률을 2배, 3배로 추종하는 레버리지 ETF는 그 위험성이 극단적이다. 초기에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테슬라와 같은 대형 기술주에 집중되던 이 상품들은 이제는 무명에 가까운 소형주로 확대되고 있다. 예컨대 전기항공기 업체 아처 에비에이션, 음성인식 기술의 사운드하운드 AI, 대출 플랫폼 업스타트 홀딩스 등 고위험 종목을 대상으로 하는 레버리지 ETF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으며, 이들 중 일부는 출시 수개월 만에 200% 넘는 수익을 올리기도 했지만, 반대로 20% 이상의 손실을 본 경우도 있다.

현재 이런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의 총 자산 규모는 230억 달러를 넘어섰고, 하루 평균 거래량은 90억 달러에 육박한다. 전체 ETF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0.2%에 불과하지만, 이들이 촉발하는 시장 내 리스크는 결코 작지 않다.

문제는 이들 ETF가 반드시 레버리지를 활용하지 않더라도 위험할 수 있다는 점이다. 대마초, 태양광, 우라늄 등 특정 산업군에 집중된 ETF들은 시장 침체 시 치명적인 손실을 입는다. 예를 들어, 대마초 관련 ETF는 2019년부터 2023년 사이에 90% 이상의 손실을 기록했고, 태양광 ETF는 70% 이상 하락한 사례가 3차례나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의 관심은 지속되고 있다. 2024년 한 해 동안에만 1,320억 달러가 비(非)시가총액 가중 ETF에 유입되었고, 2025년 들어서도 5개월 만에 250억 달러가 유입됐다. ETF를 통해 단순히 시장 전체를 사는 것이 아니라, 특정 주제나 종목에 '베팅'하는 형태의 투자가 정착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즈웨이그는 이렇게 '집중'된 ETF는 더 이상 분산투자가 아니며, '투기'에 가까운 성격을 띤다고 경고한다. 물론 투기는 불법도 아니고, 도덕적 비난을 받을 일도 아니다. 때로는 교육적일 수 있고 재미있기도 하다. 하지만 이익이 날 때만 그렇다. 재미가 클수록, 그 수익은 곧 사라질 위험이 크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즈웨이그는 전체 자산의 5% 이내에서만 이러한 고위험 ETF에 투자할 것을 조언한다. 수익이 날 경우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을 수 있지만, 실패하더라도 인생 전체를 뒤흔들 만큼의 손실은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ETF라고 해서 모두 분산투자라고 착각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종목 수가 적고 집중된 ETF는 사실상 '디버시파이드(Deversified)' 상품이며, 이는 투자라기보다는 위험한 도박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