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금융위기 떠올라"... 다이먼, 사모 신용 거품 경고하면서도 시장 진입 확대

미국 최대 은행 JP모건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 CEO는 현재 월가에서 가장 뜨거운 금융 트렌드인 사모 대출(private credit) 을 두고 "금융위기의 씨앗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도, 500억 달러(약 69조 원) 의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JP모건 다이먼 회장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CEO. )

올해 2월, 다이먼은 플로리다 마이애미비치의 고급 호텔 연단에서 수백 명의 고객을 상대로 사모 대출 시장이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붕괴 전야와 유사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같은 날, JP모건은 사모 대출 시장에 대한 500억 달러 투자 계획을 공개했다.

위기가 오면 기회를 잡는다

사모 대출은 규제를 받지 않는 금융회사들이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에 유연한 조건으로 자금을 공급하면서 급성장한 시장이다. 전통 은행들은 규제 부담으로 이 시장에서 한발 물러나 있었고, 블랙스톤, 아레스 등 대체투자 대기업들이 주도권을 잡았다.

그러나 다이먼은 "시장에 거품이 낀 건 분명하지만, 우리가 뛰어들면 위기가 왔을 때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그는 2008년 위기 당시 무너진 금융사를 인수하며 JP모건을 키운 전력이 있다.

"늦게 뛰어든 것이 실책"... HPS 분리 후회

JP모건은 한때 사모 대출 시장의 선구자였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스콧 캐프닉을 영입해 하이브리지라는 헤지펀드 자회사에서 사모 대출을 시작했지만, 2015년 해당 부문을 분리하면서 HPS 인베스트먼트 파트너스로 독립시켰다. HPS는 이후 1,570억 달러 규모의 대출 포트폴리오를 보유한 글로벌 사모 대출 대기업으로 성장했고, 작년 블랙록에 120억 달러에 인수됐다.

다이먼은 최근 "HPS를 내준 것은 JP모건의 실책 중 하나"라고 내부에서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모델을 대체하는 '새로운 그림자 금융'

사모 대출 시장은 현재 2조 달러(약 2,760조 원) 이상으로 성장했고, 특히 기업 인수합병(M&A)에서 전통 은행을 제치고 자금조달을 주도하고 있다. 2021년 스탬프스닷컴 인수 자금 30억 달러가 대부분 사모 대출로 조달됐고, 아레스, 블랙스톤 등이 은행보다 유연한 조건과 빠른 실행을 강점으로 시장을 잠식했다.

JP모건은 고객사인 인텔의 아일랜드 데이터센터 투자에 자금조달을 제안했으나, 아폴로가 유연한 조건을 제시하며 110억 달러 계약을 따냈다. 이 일은 JP모건이 기존 전략을 포기하고, 본격적으로 사모 대출을 내부화한 전환점이 되었다.

JP모건의 새로운 사모 대출 전략

2022년 이후 다이먼은 직접 은행의 잉여 자본을 활용해 대출을 집행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과거처럼 자산운용 부서의 승인을 거치지 않고, 투자은행 부서가 기업에 직접 대출할 수 있도록 구조를 변경했다.

처음에는 수천만 달러 수준의 소규모 대출부터 시작했지만, 올해 2월에는 사모 대출 규모를 500억 달러까지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같은 날 다이먼은 "무분별한 플레이어들이 금융시장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월그린스 인수 자금도 JP모건이 일부 조달

가장 주목할 거래는 사모펀드 시카모어 파트너스의 월그린스 인수였다. 이 거래는 총 240억 달러 규모이며, JP모건은 그 중 26억 달러 규모의 자금을 사모 대출 방식으로 지원했다. 고위험 구조였지만, 사모 대출 특성상 은행의 전통적 기준으로는 불가능한 대출이 가능했다.

개인 투자자의 유입, 새로운 리스크?

다이먼은 사모 대출 시장에 개인 투자자 자금이 과도하게 유입되고 있는 점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블랙스톤, KKR, 아폴로 등은 보험사나 연금, 연금형 상품 등을 통해 리테일 자금을 끌어들이고 있으며, 이는 과거와 다른 새로운 위험요소라는 것이다.

전 연준 금융안정국 출신인 파비오 나탈루치는 "이 정도 규모의 섹터가 경기 둔화를 맞이한 적이 없다"며, "이 빠른 성장이 금융시장의 약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위험하지만 기회도 있다"

다이먼은 2023년 의회에서도 "사모 대출은 규제의 눈을 피해 경제 활동이 옮겨가는 구조"라며 시스템 리스크 가능성을 경고했다. 그러나 그는 최근 주주총회에서 "지금의 신용 시장은 위험하다. 테스트되지 않은 '행복한 성장'에 기반하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위기가 오면, 이 회사(JP모건)에겐 큰 기회가 올 것이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