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추진 중인 본부 청사 리노베이션 비용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제롬 파월 의장 압박 캠페인의 핵심 소재로 부각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오랜 기간 진행돼 온 해당 프로젝트는 원래 큰 주목을 받지 않았으나, 최근 트럼프 행정부가 이를 정부 낭비의 상징으로 삼아 파월 의장에 대한 여론전을 강화하고 있다.
연준은 워싱턴 D.C. 내 마리너 S. 에클스 본관 등 청사 3곳을 대상으로 25억 달러 규모의 대대적인 개보수 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석면 제거, 지하수 문제, 토양 오염 등 예기치 못한 상황으로 인한 비용 초과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과 보좌진들은 이를 '궁전 짓기'에 비유하며 정치적 공격을 가하고 있다.
트럼프는 수요일 기자들과 만나 "파월 해임 가능성은 낮다. 다만 부정행위가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고 밝혔으며, 법적 권한이 없다는 점에도 불구하고 해임 시도를 정당화하기 위한 여론전 및 법적 명분 쌓기를 병행하고 있다.

공식적으로는 대통령이 연준 의장을 '정당한 사유 없이(for cause)' 해임할 수 없도록 규정되어 있으며, 이는 직무 태만이나 비위가 있는 경우로 제한된다. 법률 전문가들 역시 "현재로선 해임 사유가 되지 않는다"고 보고 있으며, 행정부가 실제로 파월을 해임하더라도 법적 공방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트럼프 측은 실질적 목표를 법정이 아닌 '여론 법정'에 둔 것으로 보인다. 파월 의장의 공적 신뢰도를 흔들어 사임을 유도하거나 금리 정책에 유화적인 태도로 전환하도록 압박하는 방식이다.
백악관 고문 제임스 블레어는 소셜미디어에 파월을 프랑스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에 비유한 이미지와 함께 "그들에게는 기준금리를 먹게 하라"는 조롱 섞인 글을 올렸고, 예산국장 러스 보우트는 파월이 의회와 지역 도시계획위원회를 오도했다는 취지의 서한을 보내며 사흘 내 답변을 요구했다.
이와 동시에 트럼프 대통령은 해당 도시계획위원회에 측근 세 명을 임명하며 정치적 영향력을 높이고 있다. 블레어 고문은 공사 현장 방문을 재차 요청하며 이 이슈를 지속적으로 공론화할 뜻을 내비쳤다.
파월 의장은 내부 및 외부적으로 "연준의 독립성을 지키는 것이 남은 임기 10개월 동안의 최우선 과제"라고 강조해 왔다. 그는 물러나는 것 자체가 독립성 훼손에 동조하는 행위가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 끝까지 저항할 것으로 보인다.
일부 공화당 인사들 역시 트럼프의 해임 시도에 대해 경고하고 있다. 톰 틸리스 상원의원(공화·노스캐롤라이나)은 수요일 상원에서 "연준 의장을 해임한다면 미국의 금융 신뢰도에 심각한 타격이 될 것"이라며 "즉각적인 부작용이 나타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연준은 자체 예산, 보안, 청사 관리 권한을 가지고 있어, 법적 판결이나 후임 의장 인준 없이 파월이 계속 직무를 수행할 수 있는 상황이다. 이는 장기적 기관 대립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이번 논란은 1972년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이 금리 인하를 압박하기 위해 당시 연준 의장 아서 번스를 비방하는 허위보도를 유도했던 사례와 유사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연준은 현재 마리너 에클스 본관 외에도 윌리엄 마틴 빌딩 및 최근 매입한 인근 청사를 포함해 대규모 리노베이션을 진행 중이다. 이들 건물은 연준이 1930년대 이후 관리해온 독립 청사이며, 연방 의회의 2000년 법안에 따라 개축 및 확장 권한이 명시적으로 부여돼 있다.
파월 의장은 상원 은행위원회에 보낸 최근 서한에서 "디자인 변경에 대한 의회의 질의에 성실히 답했고, 도시계획위원회와의 협의는 법적 요구사항이 아니며 자발적이었다"고 해명했다.
트럼프는 화요일 "파월이 지루하고 무능하다고 생각했지만 궁전까지 필요로 할 줄은 몰랐다"며 조롱을 이어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