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제약사 노보 노디스크(Novo Nordisk)의 주가가 최대 30% 급락했다.

체중 감량 치료제 시장에서 경쟁사에 주도권을 내주고, 복제약 확산과 주력 제품 매출 둔화에 따라 올해 실적 전망을 크게 하향 조정했기 때문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9일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회사는 2025년 연간 매출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1%에서 14%로 하향 조정했다. 영업이익 증가율 역시 종전 전망보다 낮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올해 들어 두 번째 실적 전망 하향이다. 이날 주가 급락으로 시가총액은 일시적으로 약 930억 달러(약 128조 원) 증발했다.

노보 노디스크

(노보 노디스크. 페이스북)

회사 측은 미국 시장에서 체중 감량제 '웨고비(Wegovy)'의 주성분 세마글루타이드를 모방한 복제약(compounded drug)이 유통되고 있으며, 이로 인해 매출이 타격을 입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당국이 최근 복제 생산 중단 명령을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복수의 업체들이 여전히 브랜드 없는 제품을 판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보 노디스크는 "환자 보호를 위해 법적 조치 등 다양한 대응 전략을 추진 중"이라며 "연방 및 주정부 규제 당국과 사법당국이 환자 안전을 위협하는 위조 성분의 유통을 중단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와 함께 당뇨병 치료제 '오젬픽(Ozempic)'의 미국 내 성장세도 둔화되어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노보는 마케팅과 연구개발 측면에서도 경쟁사 일라이 릴리(Eli Lilly)에 뒤처졌다고 평가된다. 릴리는 체중 감량제 '젭바운드(Zepbound)'와 당뇨병 치료제 '마운자로(Mounjaro)'로 미국 처방 시장 점유율에서 노보를 앞서고 있다.

이날 노보 노디스크는 최고경영자 교체도 공식 발표했다. 신임 CEO에는 마지아르 마이크 두스타르(Maziar Mike Doustdar)가 임명됐으며, 오는 8월 7일부터 공식 취임할 예정이다. 그는 30년 이상 회사에 몸담으며 국제 사업 부문을 이끌어왔다. 전임 CEO 라스 프루어고르드 요르겐센(Lars Fruergaard Jorgensen)은 지난 5월 사임을 예고한 바 있다.

헬게 룬드 이사회 의장은 "두스타르는 강력한 상업적 실행력과 고성과 팀을 구축하는 리더십을 입증해 왔다"며 "지금은 노보 노디스크에 매우 중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몇 년간 웨고비와 오젬픽의 폭발적 수요에 힘입어 노보 노디스크는 유럽 시가총액 1위 자리를 차지하며 명품 대기업 LVMH를 제쳤고, 심지어 자국 덴마크의 국내총생산(GDP)보다 높은 가치 평가를 받기도 했다. 그 영향으로 덴마크 중앙은행은 유럽 내 다른 국가보다 낮은 금리를 유지해야 했다.

하지만 노보는 웨고비 초기 출시 이후 수요 급증에 생산이 미치지 못해 공급 부족을 겪었고, 뒤늦게 생산 설비 확장에 나섰다. 현재는 공급난은 해소된 상황이지만, 경쟁사와 복제약의 공세로 다시금 큰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이날 오전 기준 노보 노디스크 주가는 21% 하락했으며, 미국 예탁증서(ADR) 기준으로는 연초 대비 약 20% 하락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