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결국 이번 주 수요일(30~31일 회의) 기준금리를 동결할 예정이다.
하지만 그 이후 언제 다시 금리 인하를 재개할지를 놓고 연준 내부는 심각한 의견 분열 상태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연준 위원들은 금리 인하를 결정하기 전 어떤 경제 지표를 추가로 확인해야 하는지에 따라 세 개의 파벌로 나뉘어 있으며, 두 명의 이사는 이번 회의에서 이례적인 반대 표(dissent) 를 던질 준비까지 하고 있다.
금리 인하를 두고 엇갈린 셈법
연준은 올해 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부과한 관세로 인해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자 금리 인하를 잠정 중단한 바 있다. 당시에는 내부 공감대가 있었지만, 관세로 인한 물가 상승폭이 예상보다 크지 않고 고용도 둔화 조짐을 보이자, 다시 인하 논의가 불붙고 있다.
현재 연준 내부는 다음과 같이 세 그룹으로 나뉘었다.
- 신중론자들(중도파):
금리 인하에 열려 있으나, 향후 두 달간의 고용·물가 데이터를 확인한 뒤 결정하자는 입장이다. 대표 인물인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은 총재는 "너무 오래 기다리면 고용시장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도, 아직은 인하를 단행하기엔 인플레이션 경로가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 즉각 인하 주장자들(비둘기파):
크리스토퍼 월러와 미셸 보우먼 두 이사는 이번 회의에서 금리를 인하하자며 반대표를 던질 가능성이 높다. 이는 5년 만에 두 명 이상이 공개적으로 반대하는 회의가 될 수 있다. 월러는 "9월에 인하를 논의할 거라면, 지금 하는 게 낫다"며 민간 고용 약세를 근거로 즉각적인 대응을 요구하고 있다. - 인하 반대파(매파):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 연은 총재 등이 포함된 이 그룹은, 실질적인 경제 둔화 증거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금리 인하에 신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보스틱은 "관세로 인한 가격 인상 우려가 국민 인식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인플레이션 고착화 위험을 우려했다.
트럼프의 압박과 정치적 긴장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연준에 대한 금리 인하 압박을 거세게 이어가고 있다. 최근엔 워싱턴 연준 본부의 리노베이션 현장을 깜짝 방문해 "낭비적 공사"라는 백악관 참모진의 비판을 반영하며 제롬 파월 의장의 리더십을 흔들고자 하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트럼프는 당장 금리 인하를 요구하고 있지만, 연준은 정치적 중립성과 신중함을 강조하며 속도 조절에 나서고 있다. 이번 주 회의에서는 금리가 동결되지만, 파월 의장이 수요일 기자회견에서 9월 인하 가능성에 대한 힌트를 줄지 여부가 주목된다.
경제 상황은 복합적
연준 내부에서도 경제가 현재 금리 수준을 잘 견디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는 점에서 금리 인하가 필요하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주식 시장은 고금리에도 불구하고 사상 최고치를 경신 중이며, 관세 인상 효과도 기업들이 일부 비용을 흡수함으로써 제한적일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리스크 관리의 문제
결국 연준이 언제 금리를 인하하느냐는 정책의 '정확성'보다 '타이밍과 커뮤니케이션' 문제로 요약된다.
전 연준 고문인 윌리엄 잉글리시는 "지금의 논쟁은 경제 데이터보다 정책 결정의 정치적 시기와 메시지에 관한 것"이라며 "인하 시점을 앞당겨서 인플레가 다시 오게 하느냐, 아니면 너무 늦게 대응해서 경제를 위축시키느냐의 위험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전 댈러스 연은 총재이자 현재 골드만삭스 고문인 로버트 캐플런은 "지금은 연준이라는 '초대형 유조선'을 방향 틀 준비를 해야 할 때"라며, "9월에 필요하다면 확신을 갖고 금리 인하를 단행할 수 있도록 준비해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