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가 엔비디아(Nvidia)에 이어 시가총액 4조 달러를 돌파하며, AI 인프라 투자 경쟁에서 승기를 잡고 있다. 메타(Meta) 또한 구글과 아마존이 속한 2조 달러 클럽에 합류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일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올해 알파벳(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메타는 총 4,000억 달러에 육박하는 자본지출(CapEx)을 계획하고 있으며, 대부분이 인공지능(AI) 인프라 구축을 위한 투자다. 이는 지난해 유럽연합(EU)의 연간 국방비 지출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빅테크

(빅테크)

모건스탠리는 2025~2028년 동안 반도체, 서버, 데이터센터 인프라에 총 2조 9,000억 달러가 투입될 것으로 내다봤으며, 이 투자가 향후 2년간 미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최대 0.5% 끌어올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MS·메타 주가 급등, 엔비디아는 4조 달러 첫 돌파

마이크로소프트와 메타는 2분기 실적 발표 이후 대규모 자본지출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각각 급등하며 시가총액 4조 달러와 2조 달러에 근접했다. 엔비디아는 AI 모델 학습에 필수적인 고성능 칩 설계로 올해 초 이미 4조 달러 대열에 올랐으며, 올해 들어 주가가 28% 이상 상승했다.

전통적으로 월가는 기업의 과도한 투자 지출을 경계하지만, 이번 AI 투자 경쟁에서는 반대로 긍정적 평가를 내리고 있다. 이는 AI 투자가 광고, 클라우드, 소프트웨어 등 핵심 사업 부문의 수익성을 이미 끌어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애플, AI 경쟁에서 뒤처지며 압박받아

빅테크 7대 기업 중 하나인 애플(Apple)은 AI 분야 투자가 상대적으로 적어 월가의 압박을 받고 있다. 투자자들은 애플이 자사 AI 전략을 명확히 제시하고 스마트폰 업그레이드 수요를 촉진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애플 내부에서는 데이터 접근성이 제한적인 프라이버시 정책으로 인해 차세대 AI 모델 개발이 지연되고 있다는 불만도 제기된다. 마크 저커버그는 이를 틈타 애플 AI 엔지니어들을 수억 달러에서 최대 10억 달러에 달하는 연봉 패키지로 스카우트하고 있다.

다만 애플은 효율성 측면에서 경쟁사보다 우위를 점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적은 투자로도 높은 매출과 이익을 창출하고 있으며, 직원 구조가 슬림해 최근 빅테크 업계의 대규모 해고 사태와 무관했다.

투자 확대와 구조조정의 이면

AI 투자 경쟁은 일부 직원들에게는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2022년 이후 빅테크에서 약 10만 명이 해고됐으며, 특히 AI로 대체 가능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들이 영향을 받았다.

DA 데이비슨의 애널리스트 길 루리아는 "AI 투자는 마진에 큰 타격을 주지만, 비용 절감이 그 충격을 일부 완화한다"고 말했다. 그는 단기적으로는 이익 성장이 지출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으나, 장기적으로 생산성 향상이 투자 정당성을 확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마존은 이번 분기 클라우드 사업 성장세가 둔화되면서 실적 발표 후 주가가 7% 급락했다. 앤디 재시 CEO는 향후 성장세 회복에 자신감을 내비쳤다.

AI 투자, 기술 지형을 재편

메타는 AI 투자 덕분에 광고 단가가 상승하고 앱 사용량이 늘었다고 밝혔다. 아마존은 물류 네트워크 확대를 위한 투자도 병행하고 있지만, AI 인프라 관련 비용 비중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최근 통과된 '원 빅 뷰티풀 빌 법안(One Big Beautiful Bill Act)'은 대규모 선투자를 위한 세제 혜택을 제공해 기업들의 현금 흐름을 더욱 강화하고 투자 확대를 촉진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모건스탠리는 향후 빅테크가 약 1조 5,000억 달러의 자금 부족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AI 인프라 수요가 그만큼 막대하기 때문이다.

이번 AI 투자 전쟁은 빅테크 기업들의 기술 경쟁력뿐 아니라 글로벌 경제 성장의 한 축으로 작용하고 있다. 월가는 당분간 이 거대한 'AI 질주'에 계속 베팅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