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 "영토 양도 불가" 거부 입장 고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이번 주 미국 트럼프 행정부에 우크라이나와의 휴전을 제안하며, 키이우가 동부 우크라이나 영토를 양도하고 국제적으로 러시아 영유권을 인정받는 것을 조건으로 내걸었다고 유럽과 우크라이나 당국자들이 밝혔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9일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금요일, 이 제안을 받은 뒤 오는 8월 15알래스카에서 푸틴과 회담을 갖겠다고 발표했다. 회담 장소의 구체적 위치나 세부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크렘린은 즉각적인 논평을 내놓지 않았다.

푸틴과 트럼프 대통령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토요일 "우크라이나는 영토를 러시아에 넘기지 않을 것이며, 전쟁 종식을 위한 어떤 협상에도 반드시 참여해야 한다"고 못 박았다. 그는 X(구 트위터)에 "우크라이나 없이 이뤄지는 모든 결정은 평화에 반하는 것이며, 아무 성과도 거두지 못할 것"이라고 적었다.

푸틴, 도네츠크·루한스크·크림반도 완전 장악 요구

유럽 당국자들은 푸틴 제안에 대해 "도네츠크와 루한스크 등 동부 우크라이나를 넘기는 대가로 단순히 '전투 중단'만 약속하는 수준"이라며 강한 우려를 표했다.

푸틴은 7일 모스크바에서 스티브 위트코프 미 특사와 만나, 우크라이나가 도네츠크주 전역에서 철수하면 완전한 휴전에 동의하겠다고 밝혔다. 이 경우 러시아는 도네츠크·루한스크 전역과 2014년 점령한 크림반도를 영토로 인정받게 된다.

현재 러시아는 도네츠크·루한스크 대부분을 점령하고 있지만, 우크라이나군이 여전히 주요 도시를 포함한 상당 지역을 방어하고 있다.

남부 점령지 처리 놓고 혼선

유럽 측은 이번 제안에서 자포리자·헤르손 등 남부 점령지의 처리 방안을 확인하려 했으나, 푸틴이 현 전선을 동결할지 혹은 철수할지에 대해 설명이 엇갈린 것으로 전해졌다.

미 관리에 따르면 푸틴은 양 지역 모두 현 전선을 유지한 채 전쟁을 중단하고, 이후 우크라이나와의 영토 교환 협상을 통해 두 지역 전부를 러시아가 확보하길 원하고 있다. 어떤 영토를 우크라이나가 받을지는 불명확하다.

2단계 평화안...트럼프·푸틴 합의 젤렌스키 협상

위트코프 특사는 유럽 당국자들과의 통화에서 푸틴 제안이 2단계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1단계: 우크라이나, 도네츠크 철수 및 전선 동결
2단계: 트럼프와 푸틴이 최종 평화안을 마련하고 이를 젤렌스키와 협상

백악관 대변인 캐롤라인 레빗은 "러시아·우크라이나·유럽과 민감한 외교 협의 중이라 세부 내용은 확인하지 않겠다"면서도 "평화를 위한 다양한 경로를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헌법·안보 보장 문제

우크라이나 헌법은 대통령이 단독으로 영토를 변경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젤렌스키는 러시아가 완전하고 무조건적인 휴전에 동의해야만 영토 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고 거듭 강조해 왔다.

푸틴 제안에는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 등 안보 보장 요구가 포함되지 않았다. 대신 러시아 의회가 우크라이나·유럽을 공격하지 않겠다는 법률을 제정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유럽 측은 이를 강하게 회의적으로 보고 있다.

전쟁 종식 압박...미·유럽 제재 회피 의도도

이번 제안은 우크라이나 내부의 전쟁 종식 여론을 자극해 젤렌스키 정부에 협상 압박을 가하고, 동시에 미국의 신규 제재를 피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금요일 "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영토 교환 논의도 가능하다"고 언급했다.

폴란드 도널드 투스크 총리는 "전쟁 종식은 아니더라도, 조기 전선 동결 가능성에 희망이 있다"고 말했다.

전투 격화 제안...공습·미사일 공격 증가

트럼프가 설정한 러시아 휴전 제안 수용 시한은 금요일 만료됐다. 그는 인도에 대해 50% 관세를 부과했지만, 러시아에 대한 추가 조치는 협상 진행 상황에 따라 보류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한편, 러시아군은 최근 키이우를 포함한 우크라이나 민간 인프라에 대한 공격을 강화하고 있다. 트럼프 취임 이후 러시아의 월간 미사일·드론 공격 횟수는 두 배 이상 증가했다. 금요일 새벽에는 2022년 민간인 학살이 벌어졌던 키이우 외곽 부차를 폭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