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하 요구 거세지는 가운데, 파월 "경제 안정과 물가 관리에 집중"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에게 전례 없는 압박을 가하고 있다. 대통령과 측근들은 파월이 금리 인하를 지연시킨다며 직설적이고 공격적인 비판을 이어가고 있으며, 이는 연준의 정치적 독립성을 시험대에 올려놓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1일 보도했다. 

상원 청문회에서의 정면 충돌

WSJ에 따르면, 지난 6월 상원 은행위원회 청문회에서 공화당 상원의원 버니 모레노는 파월 의장에게 "트럼프의 관세가 물가와 경기 둔화를 유발할 수 있다"는 발언이 편향적이라고 몰아세웠다. 이에 파월은 "나는 관세 자체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다. 다만 물가에 대해서만 말한다"고 맞섰다. 그러나 모레노는 "당신은 한 사람에게 임명받았고, 그는 이제 당신을 원하지 않는다"고 공격했다. 파월은 무표정하게 마이크를 끄고 다음 질문으로 넘어갔다.

트럼프 대통령과 파월 연준의장
(파월 연준 의장과 트럼프 대통령. 자료화면 )

백악관-연준 갈등의 상징적 장면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은 갑작스럽게 연준 본부 개보수 현장을 방문했다. 공사비 초과 문제를 두고 트럼프는 "비용이 25억 달러에서 31억 달러로 불어났다"고 주장했지만, 파월은 즉석에서 자료를 확인하며 "대통령이 포함시킨 세 번째 건물은 이미 완공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후 트럼프는 "좋은 회의였다"며 불화를 부인했으나, 두 사람의 긴장은 여실히 드러났다.

리사 쿡 논란까지 번진 정치적 압박

트럼프는 최근 파월과 같은 입장에 선 연준 이사 리사 쿡에 대해 "주택담보대출 사기" 의혹을 제기하며 사퇴를 요구했다. 쿡은 "압박에 굴하지 않을 것이며, 재정 관련 질문에는 성실히 답하겠다"고 반박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연준 인사 재편을 통해 트럼프 측 인사들이 영향력을 확대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경제 불확실성과 정책 딜레마

연준은 현재 4.3% 수준의 기준금리를 언제, 얼마나 내릴지를 두고 치열한 논의를 벌이고 있다. 인플레이션은 목표치 2%를 4년째 상회하고 있으며,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과 인공지능(AI)의 경제적 파급효과가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연준 내부에서도 의견이 갈린다. 트럼프가 임명한 크리스토퍼 월러·미셸 보우먼 이사는 조기 금리 인하를 주장하는 반면, 일부 지역 연은 총재들은 물가 압력을 우려하며 신중론을 고수하고 있다.

파월의 대응

72세인 파월 의장은 체력 단련과 수영으로 스트레스를 관리하며 "경제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물가를 통제한 상태로 후임에게 바통을 넘기는 것만이 유일한 목표"라고 측근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의회와 금융권, 심지어 시민들로부터도 사적인 지지를 받고 있으며, 연준의 독립성을 지키는 것을 자신의 사명으로 여긴다.

연준 독립성의 시험

트럼프 행정부가 연준 이사진과 지역 연은 총재 인사에 개입하려는 움직임은 제도적 독립성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낳는다. 차기 의장 인선과 추가 이사 교체가 이어질 경우, 연준의 정책 결정 구조가 정치적 영향에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