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조지아주 현대자동차 전기차 배터리 공장 공사현장에서 이민단속에 억류됐던 한국인 근로자 300여 명이 12일 전세기를 통해 귀국해 가족 품으로 돌아갔다고 AP 통신 등 주요 매체가 보도했다. 

■ 9월 4일 단속, 한국인만 316명 포함

이번 단속은 지난 4일, 사바나 서쪽 현대차 자동차 단지 내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벌어졌다. 당시 총 475명이 체포됐고, 이 가운데 한국인은 임산부를 포함해 316명에 달했다. 일부 중국·일본·인도네시아 근로자도 포함됐다.

체포 직후 공개된 영상에는 한국인 근로자들이 손·발·허리에 사슬을 묶인 채 연행되는 장면이 담겨 한국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겼다. 동맹국인 미국의 조치에 대한 배신감과 분노가 번졌다.

구금자들은 애틀랜타에서 남동쪽으로 460km 떨어진 폴크스턴 이민구치소에 수감됐으며, 일부는 "화장실이 방 안에 있는 작은 공간에서 다른 사람과 함께 먹고 자야 했다"고 열악한 수용 환경을 증언했다.

■ 인천공항 도착..."돌아왔다, 자유다"

귀국 전세기인 대한항공 B747-8i 편이 인천공항에 도착하자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을 비롯한 정부 고위 인사들이 박수로 맞이했다.

수백 명의 기자와 시민들도 도착장을 가득 메우며 "환영합니다!"를 외쳤다. 한 근로자는 "돌아왔다! 자유다!"라고 외치며 입국장을 빠져나갔다.

공항 주차타워에서는 가족들이 눈물과 환호로 근로자들을 맞이했다. 한 피해자의 형은 "일주일간 연락이 끊겨 가족에게 가장 힘든 시간이었지만, 귀국 직전 '무사하다'는 문자 한 통을 받아 안도했다"고 말했다.

■ 트럼프 대통령, 출국 과정 중단 논란

애초 한국 정부는 11일 귀국을 추진했으나, 미국 측 사정으로 하루 늦춰졌다.

외교부는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인 근로자들이 미국에 남아 계속 일하기를 원하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출국 절차를 멈췄다"고 설명했다.

결국 한국 국적자이며, 미국 시민과 결혼하여 영주권 절차를 밟고 있는 1명을 제외한 전원이 귀국길에 올랐다.

LG에너지솔루션 김동명 사장은 공항에서 "이번 사태로 공장 가동 일정에 중대한 차질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 비자 제도 개선 촉구

미국 당국은 이번에 억류된 근로자들이 불법 입국했거나, 비자 만료 또는 취업이 금지된 무비자 프로그램으로 입국해 근로를 했다고 주장했다.

이는 수개월이 걸리는 절차를 진행해야하는 과정을 거쳐야하기 때문에 기업측에서 빠른 진행을 위해서 단기 방문 비자(B-1·B-2), 전자여행허가(ESTA), 파견근로용 L-1 비자를 받아서 공장에서 필요한 업무들을 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미 당국에서도 엄격한 조치 없이 묵인되어왔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 이민단속국에서 이에 대해 법의 잣대를 드리대며 엄격하게 단속을 진행한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에 대한 한국측 반응으로 한 남성의 플랭카드 시위를 사진으로 올렸다.

현대차-LG엔솔 배터리공장 이민단속 반응

(현대차-LG엔솔 배터리공장 이민단속에 대한 한국 반응을  WSJ가 보도. WSJ)

이 플랭카드에는 "공장짖고 투자하라더니 체포구금 날벼락! 이게 동맹에게 할 짓인가?" 라는 문구가 적혀있었고, WSJ는 그것을 번역해서 사진내용을 "A protester holds a sign that reads: 'Asking us to build factories and invest then arresting and detaining. Is this what an ally does?' "이라고 설명을 달았다. 

이 시위자의 주장에 한국인이나 한국언론이 동조하는 분위기로 알려져 있으나, 미국내에서는 이에 대한 반론이 상당한 실정이다. 그들은 "미국 공장에 투자하고 비지니스를 하라는  것이 불법도 용인해주겠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주장한다. 

한국기업측에서 관행처럼 해 왔던 불법행위가 단속이 되지 않았다고 해서 왜 단속을 하냐면서 불법이 아니라고 항변할 수 있는 점이 아니라는 것이다.

미국 이민법 상으로는  단기 방문 비자(B-1·B-2), 전자여행허가(ESTA) 를 받아서 공장에서 근로행위를 하는 것은 명백한 불법행위이다. 이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다만, '그 동안 관행처럼 묵인해 오던 것을 왜 갑자기 문제를 삼게 되었는가?'라는 점이 대두가 되고 있는 것이다. 또 향후 이와 관련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 나갈 것이냐는 것이 숙제로 남아있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워싱턴 협상 뒤 귀국하며 "미국 측이 향후 근로자들의 재입국을 허용하고, 양국이 새로운 비자 제도 마련을 위한 협의체를 구성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신규 비자 카테고리 신설, 쿼터 설정 등 다양한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