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회의 하루 전 판결...대통령 권한과 중앙은행 독립성 충돌
미국 연방항소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리사 쿡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이사 해임 요청을 기각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5일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이번 판결은 연준이 기준금리 결정을 논의할 정례회의를 하루 앞두고 나와 금융시장의 긴장을 누그러뜨리는 한편, 대통령의 권한 범위와 중앙은행 독립성을 둘러싼 법적 공방에 불을 붙였다.
법원 "해임 정당성 부족"...트럼프 행정부 반발
워싱턴 D.C. 연방항소법원 3인 판사 합의부는 2대 1로 트럼프 행정부의 긴급 요청을 기각하고, 쿡 이사의 직무를 보장한 하급심의 결정을 유지했다.

브래들리 가르시아 판사와 미셸 차일즈 판사(두 명 모두 바이든 전 대통령 지명)는 "쿡 이사가 해임에 대해 적절한 통지와 소명 기회를 받지 못했다는 주장은 타당하다"며 "정부의 요구를 받아들이면 현 상황을 보존하기는커녕 오히려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고 판시했다.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명한 그레고리 카차스 판사는 반대 의견에서 "연준의 중요성을 고려할 때, 시장에 신뢰를 줄 수 있는 인사가 자리에 있는 것은 정부의 중대한 이익"이라며 "부적절한 인사가 금리 인하 등 주요 결정에 참여하게 된다면 그 자체가 위험"이라고 강조했다.
쿡 이사 "사기 혐의 사실무근"...정치적 보복 주장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쿡 이사가 연준 이사로 취임하기 전 주택담보대출 신청 과정에서 허위 정보를 제출했다는 의혹을 이유로 해임을 발표했다. 이 의혹은 빌 풀트 연방주택금융청(FHFA) 국장이 처음 제기했고, 이후 법무부가 형사수사에 착수했다.
다만 쿡 이사는 기소되지 않았으며, 법원 제출 문건에서 "정부의 주장을 반박하는 명확한 부동산 기록이 존재한다"고 밝혔다. 그녀의 변호인단은 "근거 없는 혐의를 이유로 해임을 강행하는 것은 연방준비법 위반"이라며, 정치적 보복 성격이 짙다고 주장했다. 특히 쿡 이사가 금리 인하 문제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견해를 달리했다는 점이 해임 배경으로 지목된다.
연준 독립성 시험대...금리 결정에 영향
지아 콥 연방지방법원 판사는 지난주 "쿡 이사의 주장이 상당한 타당성을 가진다"며 해임 효력을 일시 정지시킨 바 있다. 쿡 이사 측은 이번 항소법원 판결이 유지되지 않았다면 다가오는 연준 회의 참석이 불가능해지고, 나아가 연준의 독립성이 훼손돼 금융시장에 심각한 불안이 초래됐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대통령은 연준 이사 해임 사유를 폭넓게 판단할 권한을 가진다"며 불복 의사를 밝혔고, 대법원 제소 가능성도 시사했다. 법무부는 소송 자료에서 "만약 과거 대통령이 버니 매도프나 찰스 폰지를 연준 이사로 임명했다면, 후임 대통령이 그들의 범죄 행각을 이유로 해임할 수 없다는 것은 비현실적"이라고 주장했다.
정치·경제 파장
이번 판결은 연준의 독립성을 중시하는 기류를 다시 한번 확인시켰지만, 동시에 대통령 권한의 한계와 금융정책의 정치화 우려를 둘러싼 논쟁을 격화시키고 있다.
특히 연준이 이번 회의에서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쿡 이사의 투표권 행사 여부는 시장과 정치권 모두의 주목을 받고 있다.
한편 미 상원은 전날 저녁 트럼프 대통령이 지명한 스티븐 미란 연준 이사 후보를 인준해 이번 회의부터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