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과 협상 통해 조성된 기금으로 공장·인프라 건설 추진

  • 트럼프 행정부, 일본의 5,500억 달러 투자기금을 활용해 미국 내 공장 및 인프라 건설 방안 논의.
  • 반도체, 의약품, 핵심 광물, 에너지, 조선, 양자컴퓨팅 등 전략 산업에 투자 검토.
  • 정부가 토지·규제 혜택 제공, 수익 배분 구조 논란.

트럼프 대통령팀이 미국 제조업 부흥을 위해 공장과 인프라 건설을 촉진하는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 이 계획은 일본과의 무역 협상에서 마련된 5,500억 달러 규모의 투자기금을 활용하는 방안을 포함한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9일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이 자금은 반도체, 제약, 핵심 광물, 에너지, 조선, 양자컴퓨팅 등 분야 개발에 쓰이는 방안이 논의 중이다. 일부 프로젝트는 규제 심사 단축 같은 정부의 특별 지원을 받을 수 있으며, 연방 토지와 수자원 임대도 포함될 수 있다.

US 스틸 방문해 근로자와 대화하는 트럼프 대통령

(US 스틸 방문해 근로자와 대화하는 트럼프 대통령. AP)

이 구상은 트럼프 대통령이 민간 부문에 정부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새로운 시도를 의미한다. 그는 이미 인텔 지분을 확보하고, U.S. 스틸에 '황금 주식(golden share)'을 도입했으며, 반도체 기업들로부터 대중국 매출 일부를 미국이 가져가도록 합의한 바 있다.

백악관 대변인 쿠시 데사이는 성명에서 "일본의 5,500억 달러 기금은 미국의 새로운 황금시대를 여는 핵심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제조업 부흥을 국정 핵심 과제로

부동산 개발업자 출신인 트럼프 대통령은 2기 정부 들어 제조업 부활을 국정 핵심 과제로 내세웠다. 그는 무역 정책을 통해 공급망을 미국으로 되돌리고, 새로운 일자리 창출을 약속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 제조업 고용은 8개월간 3만8천 개가 감소한 상황이다.

계획이 성공한다면, 트럼프는 대선 공약 이행에 성과를 낼 수 있다. 다만 프로젝트 규모상 수년, 혹은 수십 년이 걸릴 수 있으며, 후임 대통령이 이를 폐기할 가능성도 있어 기업들의 장기적 참여 여부가 불확실하다.

트럼프와 하워드 루트닉 상무장관은 가스터빈·제네릭 의약품 생산시설, 원자력 발전소, 파이프라인 건설 등을 논의했다. 트럼프는 일본과의 합의 직후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파이프라인 공동 건설 계획도 발표했다.

미·합의와 수익 구조

이달 초 미·일 간 체결된 양해각서(MOU)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5,500억 달러 투자 방향에 상당한 권한을 갖게 된다. 루트닉 장관이 의장을 맡는 위원회가 프로젝트를 추천하면, 미국과 일본이 비용을 절반씩 부담하고 수익의 90%는 미국이 가져가도록 되어 있다.

만약 일본이 자금을 내지 않으면 미국은 관세 인상을 고려할 수 있으며, 일부만 투자할 경우 일본의 수익 배분을 줄일 수 있다. 일본 업체들이 우선권을 갖지만, 자금 투입 방식(지분·채권·대출보증 등)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루트닉 장관은 CNBC 인터뷰에서 "미국에서 전례 없는 규모의 공장이 세워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의회와 업계의 반응

공화당 상원의원 일부는 정부의 과도한 개입에 회의적이다. 빌 해거티(테네시) 상원의원은 "제조업 취약성을 보완하려는 시도는 이해되지만, 전반적으로 정부 역할이 확대되는 것은 지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공화당 지도부는 일본 기금을 농업 지원 기금(Commodity Credit Corporation)으로 돌리자는 안을 트럼프에게 제안할 계획이다.

기업들은 정부 지원에 의존하는 것에 신중하다. 최근 CEO들과의 비공개 회의에서 트럼프가 "무엇을 도와줄 수 있느냐"고 묻자, 기업인들은 정부 자금보다 규제 완화를 가장 큰 지원책으로 꼽았다.

일본 입장

일본 측은 5,500억 달러 약속의 성격에 대해 미국과 다소 다른 해석을 내놨다. 일본 협상 대표 아카자와 료세이는 "투자는 투자·대출·보증이 혼합된 형태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본은 이 자금이 자국에도 이익을 가져오기를 기대하고 있다.

재무장관 스콧 베센트와 아카자와 장관은 오사카 엑스포 2025에서 기금 출범을 공식화했지만, 실제 운용 방향은 여전히 조율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