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기 둔화와 전반적 고용시장 위축에도 불구하고, 최근 합병·인수(M&A)와 기업공개(IPO) 급증으로 월가의 채용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3일 보도했다.
대형 투자은행들은 구조조정을 미루고 오히려 인력 확충에 나서면서 경쟁사 간 '인재 빼가기'가 본격화되는 분위기다.
M&A·IPO 회복세에 은행 채용 확대
모건스탠리는 최근 헬스케어·기술·산업 부문을 담당하는 고위급 은행가들을 영입했다. 씨티그룹과 웰스파고도 점유율 확대를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채용을 강화하고 있다. JP모건체이스는 지난 1년 동안 글로벌 뱅킹 부문에서만 전무급 이상 인사를 100명 이상 채용,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일부 은행들은 가을철 정례적인 저성과자 감축을 미루고 있으며, 당초 계획했던 감원조차 실행하지 않고 있다. 이는 여름철 M&A 거래와 주식자본시장(ECM) 활황이 맞물리면서 자신감을 얻은 결과로 분석된다.
거래 증가세, 2021년 이후 최고치
금융정보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올여름 글로벌 M&A와 ECM 거래 규모는 전년 대비 40% 증가해 2021년 사상 최대치 이후 가장 활발한 수준을 보였다. 회사채 발행과 기업 대출도 늘어나면서 전반적인 자본시장 활황세가 나타나고 있다.
이는 2021년 호황 이후 거래량 부진으로 인력 축소에 나섰던 과거와는 대조적이다. 특히 올봄 트럼프 행정부의 대규모 관세 정책이 발표되며 기업들이 관망세에 들어갔던 때와도 달라졌다. 골드만삭스는 당초 감원 계획을 세웠지만, 이후 중견시장 전문 은행가 채용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인재 확보 경쟁 가열
보상 자문사 존슨 어소시에이츠의 앨런 존슨 대표는 "대형 은행들은 인력 확충과 향후 호황에 대비한 기회를 동시에 노리고 있다"며 "특히 거래 성사를 이끌 네트워크를 갖춘 고위급 은행가들이 핵심 목표"라고 말했다.
컨설팅사 콘 페리의 레슬리 고든 글로벌 뱅킹 부문장은 "에너지·산업·소비재·금융 분야 고위급 수요가 특히 높다"며 "예전처럼 호황기에 채용하고 불황기에 대량 해고하는 방식은 점차 줄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리 인하와 IPO 시장 회복세
최근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는 기업들의 자금 조달을 촉진하며 거래 확대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 IPO 시장도 수년 만에 가장 활발해지면서 모건스탠리와 씨티그룹은 ECM 담당자를 잇따라 영입했다.
모건스탠리 공동사장 댄 심코위츠는 업계 회의에서 "거래 규모가 팬데믹 이후 어떤 시기와 비교해도 크게 개선됐다"고 말했다.
장기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
단기적으로는 인력 수요가 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AI 도입에 따른 변화 가능성도 제기된다. 대형 은행들이 인공지능 투자를 확대하면서 향후 중·하위 직급 은행가들의 필요성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