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3년간 인원수는 유지되지만 직무 구성이 크게 달라질 전망

미국 최대 민간 고용주 월마트가 인공지능(AI)으로 인한 일자리 변화 가능성을 직설적으로 인정하고 나섰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더그 맥밀런 월마트 CEO는 이번 주 벤턴빌 본사에서 열린 워크포스 콘퍼런스에서 "AI는 말 그대로 모든 일자리를 바꿀 것"이라며 "변화하지 않을 직업은 생각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는 대기업 CEO가 인공지능의 고용 충격을 이토록 직접적으로 언급한 드문 사례다.

인원 규모는 유지, 직무는 재편

월마트는 전 세계 약 210만 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다. 회사는 향후 3년 동안 총 인원 규모를 유지하되, 직무 구성은 크게 바뀔 것이라고 밝혔다. 도나 모리스 최고인사책임자(CPO)는 "어떤 직무가 줄고, 늘고, 유지될지 파악 중"이라며 "아직 답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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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AI. 자료화면)

AI 도입으로 일부 업무는 사라지지만 새로운 직무도 생겨나고 있다. 예컨대 최근 월마트는 '에이전트 빌더(agent builder)'라는 새 직군을 신설했다. 이는 사내 상거래·운영 담당자들을 돕는 AI 도구를 구축하는 직무다. 동시에 물류, 매장 유지보수, 배송 기사, 제빵 등 사람의 손길이 필요한 영역에서는 인력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AI자동화, 그리고 사람

월마트는 이미 물류창고의 상당 부분을 자동화했고, 점포 후방 업무에도 AI 기술을 도입하고 있다. 그러나 고객과 직접 마주하는 현장 업무에서는 사람을 계속 배치한다는 입장이다. 맥밀런 CEO는 "로봇이 돈을 쓰는 고객이 되지 않는 한, 우리는 사람 앞에 사람을 둘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콜센터와 온라인 고객 서비스 업무는 빠르게 AI 의존도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전반의 'AI 쇼크'

포드, JP모건체이스, 아마존 등 다른 대기업들도 AI로 인한 일자리 축소를 예고한 바 있다. 포드 CEO 짐 팔리는 "AI가 미국 화이트칼라 노동자의 절반을 대체할 것"이라고까지 언급했다.

컨설팅사 액센츄어의 줄리 스위트 CEO 역시 "재교육이 불가능한 직원은 회사를 떠나게 될 것"이라고 밝히며 AI 숙련 인력 채용 확대 방침을 천명했다.

"기회로 삼아야"

전문가들은 충격이 불가피하지만, 재교육과 '소프트 스킬(대인관계·창의력·회복탄력성 등)'이 핵심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블랙스톤의 코트니 델라 카바 전무는 "회복탄력성이야말로 성공의 가장 중요한 예측 요인"이라고 말했다.

오픈AI의 로니 채터지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앞으로 18~36개월 안에 영향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픈AI는 월마트와 협력해 AI 자격증 프로그램도 개발 중이다.

헬스케어 AI 기업 Vi의 옴리 요페 CEO는 직원들에게 "2년 뒤 지금과 같은 일을 하고 있지 않을 것"이라며 "스스로 변화를 이끌고 진화해야 살아남는다"고 강조했다.

결론적으로 월마트를 비롯한 글로벌 기업들은 인공지능을 피할 수 없는 현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대규모 실업보다는 '직무 재편'에 무게가 실리지만, 직원 개개인이 변화에 얼마나 빨리 적응하느냐가 향후 노동시장의 성패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