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미국 연방정부 공무원 15만 4천여 명이 퇴직금(buyout)을 받고 대거 이탈하면서, 2차 세계대전 이후 80년 만에 최대 규모의 인력 유출이 발생했다로 로이터 통신이 30일 보도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노조와 행정 전문가들은 정부의 전문성과 경험이 급격히 약화되는 '브레인 드레인(두뇌 유출)' 사태를 경고하고 있다.
이번 퇴직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연방정부 축소 정책의 일환으로, 인센티브와 해고 위협을 병행한 대규모 구조조정 프로그램에 따른 것이다. 이번 주 화요일부터 공식 사직서가 발효되며, 상당수는 이미 수개월 전 사실상 업무에서 손을 뗀 채 급여만 받아 왔다.

미시간대 포드 공공정책대학원 도널드 모이니한 교수는 "정부 프로그램 운영에는 수년간 축적된 경험과 전문성이 필요하다"며 "이제 그 지식이 한꺼번에 밖으로 유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상·보건·식품안전·우주개발 현장 '차질'
퇴직 여파는 광범위한 분야에 걸쳐 나타나고 있다.
국립기상청(NWS)에서는 200여 명이 퇴직해 예보 장비 유지 기술자와 숙련된 기상학자 상당수가 빠져나갔다. 노조 관계자는 "전국 지부에서 업무 차질이 대규모로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NASA에서도 약 4천 명이 사직, 세계적 수준의 항공우주 엔지니어와 과학자들이 빠져나갔다. 노조 측은 "대체 인력이 채워지지 않고 있다"고 우려했으나, NASA 대변인은 "달과 화성을 포함한 새로운 탐사 시대를 열고 있으며, 필요한 역량을 지속적으로 보강할 것"이라고 밝혔다.
농무부 산하 농업연구청(ARS)에서는 약 1,200명이 떠나 직원의 17%가 줄었다. 이 가운데 곡물 곰팡이 독소를 신속 탐지하는 전문가가 포함돼, 농산물 안전 관리에 공백이 생겼다는 지적도 나온다.
보건 분야도 예외가 아니다. 보건복지부는 1만 명 감축 계획을 발표했으며, 식품의약국(FDA)과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서만 각각 3,500명, 2,400명이 줄었다. 이로 인해 청소년 흡연 실태 조사와 같은 주요 보건 프로그램이 차질을 빚고 있다.
트럼프·머스크, "비효율 정부 축소"... 민주당 "무분별한 인력 감축"
트럼프 대통령과 억만장자 전 고문 엘론 머스크는 "연방정부가 비대하고 비효율적"이라며 인력 감축을 강력히 추진해왔다. 정부는 이번 구조조정으로 연간 약 280억 달러 절감 효과가 있다고 주장했으나, 독립적인 검증은 이뤄지지 않았다.
연방 인사관리처(OPM)는 연말까지 전체적으로 약 30만 명이 줄어, 올 한 해만으로 전체 연방 인력의 12.5%가 감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민주당은 이번 감축을 "무분별하고 성급한 결정"이라고 비판하며, 기상·식품안전·공중보건·우주개발 등 핵심 기능의 공백을 지적했다.
고용시장엔 제한적 영향... 그러나 전문성 손실은 장기적 타격
연방정부 인력은 전체 고용시장의 1.5% 미만이어서, 실업률 변화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전망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정부 운영의 연속성과 전문성이 훼손돼 국민 서비스에 직접적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경고한다.
한 전직 연방 직원은 "이탈한 사람들은 단순한 인력이 아니라 오랜 경험과 지식을 쌓아온 전문가들"이라며, 향후 정부 정책 집행의 품질이 저하될 것을 우려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