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지도부는 수용 기조...가자 내 군사 지휘부는 무장 해제·인질 석방 조건 반대
하마스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안한 평화안을 두고 내부적으로 격렬히 갈등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겉으로는 협상 수용 의사를 밝히며 전쟁 종식 가능성을 시사했지만, 실제로는 정치 지도부와 군사 지휘부 간의 입장 차가 여전히 깊다.
미국이 테러조직으로 지정한 하마스는 3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인질을 석방하고 가자지구의 통제권을 넘길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같은 발언은 "조건부 수용"의 뉘앙스를 띠고 있어 완전한 합의로 보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아랍 중재 관계자들에 따르면, 하마스는 여전히 무장 해제와 인질 석방 조건을 두고 내부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이는 트럼프 평화안의 핵심 요구사항 두 가지이기도 하다.
■ 정치 지도부는 수용 기조, 군사조직은 반발
하마스의 최고 협상가 할릴 알하이야(Khalil Al-Hayya)와 정치국의 일부 고위 인사들은 비록 우려가 있더라도 트럼프 안을 수용하는 방향에 무게를 두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대부분 카타르·터키 등 해외에 머물고 있어, 가자지구 내 무장조직을 직접 통제하기 어렵다.
가자 내 군사조직을 이끄는 에즈딘 알하다드(Ezzedin al-Haddad)는 중재자들에게 일부 무기(로켓, 중장거리 공격 무기)는 이집트나 유엔에 보관시키는 방식의 절충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소총 등 "방어용 무기"는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가자지구 내 지휘관들은 "항복에 가까운 무장 해제"가 이루어질 경우 전투원들의 통제력을 잃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전쟁 이후 하마스는 자택이 파괴되거나 가족을 잃은 젊은이들을 다수 모집했으며, 이들은 쉽게 무기를 내려놓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 "72시간 내 인질 석방·무장 해제" 조건에 반발
트럼프 평화안의 핵심 조항은 하마스가 72시간 내 모든 무기를 넘기고, 생사 여부와 관계없이 남은 이스라엘 인질 48명을 석방하는 것이다.
그러나 하마스 내부 강경파는 이를 "72시간짜리 휴전"에 불과하다고 비판하며 이스라엘을 신뢰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하마스는 성명에서 "세부사항을 논의할 추가 협상이 필요하다"고 밝혔으며, 이는 인질 석방 시점과 조건을 포함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에 "하마스가 지속적인 평화를 준비하고 있다"고 평가하며, 이스라엘에 "즉각 폭격을 중단해 인질 석방이 안전하게 이루어질 환경을 조성하라"고 촉구했다.
그러나 하마스 군사 지도부는 인질 석방을 이스라엘군의 가자 철수 일정과 연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마스의 공식 입장문에는 인질 석방이 "필요한 현장 조건이 마련되는 즉시" 이루어질 것이라는 단서가 붙었다.
■ 이스라엘·미 의회는 "사실상 거부"로 해석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공화·사우스캐롤라이나)은 X(前 트위터)를 통해 "예상 가능한 '예스, 하지만(Yes, but)' 반응"이라며 "무장 해제 거부, 가자 통제 유지, 인질 석방을 협상과 연계하는 것은 본질적으로 트럼프 제안을 거부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이스라엘은 인질 석방 준비에 착수하고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전쟁 종식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폭격 중단에는 즉답을 피했다. 이스라엘군은 "방어적 태세로 전환하되 위협 발생 시 즉각 대응하겠다"고 덧붙였다.
■ 하마스, 군사적 타격 심각...통제력 상실
하마스는 개전 이후 주요 지휘부와 수천 명의 숙련 병력을 잃었다.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장악 강화로 조직 간 통신과 작전 지휘가 어려워졌고, 전투 단위가 소규모 독립 부대로 분산됐다.
이스라엘군 관계자들은 "하마스가 여전히 투쟁을 포기하지 않았다"며 "현재는 게릴라 전술 중심의 소규모 전투만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하마다드 등 지도부는 이들 부대를 완전히 통제하지 못하고 있으며, 전쟁 장기화로 인한 자금난으로 급여 지급조차 어려운 상황이라고 중재자들은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지난 9월 중순부터 가자시티 대부분을 장악했으며, 하마스 잔여 병력은 남부로 이동했다. 남은 전투원은 수천 명 수준으로 추정되며, 대부분 젊고 경험이 부족하지만 끝까지 싸우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고 한다.
전 이스라엘 국방부 고위 관계자 아미르 아비비(Amir Avivi)는 "이번 협상이 현실화된 것은 하마스가 처음으로 자신들이 궤멸 직전에 있음을 인식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주변국 "마지막 기회"...압박 수위 높여
카타르·이집트·터키 등은 하마스 지도부에 "이번이 전쟁을 끝낼 마지막 기회"라며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중재 관계자들은 "하마스가 이번 제안을 거부할 경우, 세 나라는 정치적·외교적 지원을 중단할 것임을 통보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에서 "현재 세부 조율이 진행 중이며, 이번 합의는 단순히 가자지구만의 문제가 아니라 중동 전역의 평화를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